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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 약력]
• 월간 《시사문단》에 수필 「공주」·「상수리나무」, 계간 《문학의봄》에 수필 「AF강아지」가 각각 당선되어 등단.
• 월간 《시사문단》에 수필 「떨림」·「아내」·「막차」·「땡전」, 빈여백 동인지 『봄의 손짓』에 수필 「평범하기가 쉽지 않다」·「송씨」·「병풍」, 계간 《문학의봄》에 수필 「New American Dream」 각각 기고
• 이윤화 자전적 에세이 『자유, 도전, 그리고 행복』·수필집 『돈키호테인가, 조르바인가, 파우스트인가』 발간
2026.5.28.일 발행/ 231쪽
도서출판 문학의봄 刊 /정가 15,000원
[작가의 말]
노란 숲속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길 앞에 서 있던 한 시인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어느 길도 끝까지 내다볼 수 없기에 마음속으로 수없이 저울질하다가 결국 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순간,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인생을 닮아 있습니다. 돌아보면 누구나 “그때 다른 길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을 마음 어딘가에 품고 살아갑니다만 살아보니, 인생이란 곧 예상하지 못한 굽이와 샛길, 넘어진 자리와 그로 인해 보게 된 풍경까지 모두를 너그럽게 끌어안아야 하는 여정이더군요.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은 어쩌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비로소 긍정하는 용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는 삶 또한 그러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작가의 앞길에도 때마다 깊고 얕은 골짜기가 나타납니다. 배움을 갈구하며 고군분투하는 foundation crisis, 등단 후 더 나은 글쓰기를 향해 자신과 싸우는 competition crisis, 생활 현실 앞에서 무력해지는 finance crisis, 어느 순간 주변의 소음이 커져 본업이 흔들리는 management crisis, 그리고 다시 처음처럼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자신을 비워내야 하는 innovation crisis까지…. 이 모든 과정이 결국 한 사람의 작가를 더욱 단단하게 단련합니다.
어떤 이는 인생을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아직 모르는 길을 걸어보고 싶고, 낯선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불확실성이 짙어질수록 호기심이라는 작은 등불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그 등불을 앞세워 세상을 바라보며,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며,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천천히 발견해 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도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겠지요. 혹여 선택하지 않은 길이 마음을 흔들 때가 있다면, 잠시만 숨을 고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쓰다듬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 길 위에는 넘어짐도 있었고, 뜻밖의 기쁨도 있었고, 다시 일어서는 마음도 분명 있었을 테니까요.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독자님의 길이고, 독자님 한 사람의 서사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문장들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독자님의 작은 용기와 호기심이 빛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독자님의 길을 응원합니다.
2026년 5월 이윤화
[출판사 서평]
다양한 분야 폭넓게 파고드는 독특한 필치 한층 더 깊고 풍성
이윤화 작가의 두 번째 수필집 『돈키호테인가, 조르바인가, 파우스트인가?』에는 지적(知的) 탐험과 일상에서 느낀 인문학적 깨달음이 많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경험과 에피소드들이 주는 감흥 역시 빠짐없이 등장한다. 중수필(重隨筆)의 성격뿐만 아니라 경수필(輕隨筆 또는 軟隨筆)로서의 성격도 함께 포괄하는 색다른 조화의 작풍(作風)을 구축해 가고 있다. 첫 번째 수필집 『자유, 도전 그리고 행복』이 자전적인 경험담 중심의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두 번째 수필집에는 수필가로서 한층 깊어진 사유의 결과물들이 빼곡하다.
모두 4개의 챕터(Chapter)로 나누어진 작품집의 제1부는 삶의 지혜가 중심이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원숙한 삶의 교훈과 슬기들을 아낌없이 나눈다. 제2부는 사회적 이슈를 포함하는 시사성 있는 화두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일상 간과하기 쉬운 진실과 개성 짙은 해석들에 눈길이 간다. 제3부는 인문학적 사유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생각의 파편들을 폭넓게 다룬다. 인문학적 소양은 차원이 다른 지극히 행복한 인생을 일구는 소중한 씨앗임을 거듭 일깨운다. 제4부는 가톨릭 신자인 저자의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낸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작가의 일상에 신앙이 차지하는 비중과 성찰의 농도를 숨김없이 드러낸 대목들이 소소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인생 2막에 접어들면서 ‘문학가의 삶’을 선택한 이윤화 작가가 첫 에세이집 『자유, 도전 그리고 행복』 출간에 이어 불과 1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 『돈키호테인가, 조르바인가, 파우스트인가?』를 펼쳐내는 일은 놀라운 발전이다. 이는 이 작가가 문학도로서의 일상을 얼마나 치열하게 꾸려가고 있는지에 대한 뚜렷한 증거다. 평생 많은 경험을 쌓아 왔고, 늘 공부하는 자세로 탐구하고 사색하면서 쓰는 습관을 장착한 이윤화 작가에게 수필 문학은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장르다.
1집에 이어 2집 역시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파고드는 이 작가만의 독특한 필치가 한층 더 깊고 풍성해지고 있음이 여실하다. 언제 어느 때, 어디에 있더라도 맞닥트리는 주제와 감흥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곱씹어 보는 노력이 잘 구사되는 작가로 원숙미를 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성과 감성이 잘 어우러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풍(作風)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이윤화 작가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기세가 심상치 않다. 머지않은 날에 고유한 스타일의 문체와 함께, 아무나 흉내 내기 힘든 독창적 문향(文香)을 머금은 훌륭한 작품들을 양산하는 베테랑 수필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돈키호테인가, 조르바인가, 파우스트인가?
01. 위트 있는 남자
02. 좋아하는 감정(Like)과 사랑(Love)의 차이
03. 돈키호테인가, 조르바인가, 파우스트인가?
04. 대충대충 해도 괜찮은 일은 없다
05. 사회적 검증과 내적 검증
06.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07. 50년 만에 쓴 독후감
08. ‘팔로잉(following) 시대’에서 ‘리딩(leading) 시대’로
09. 연결성과 확장성
10. 말의 용불용설(用不用說)
11. 문학 소년을 그리며
12. 세대 차이 극복
13. 묘비명
2부 국가란 무엇인가?
01. 국가란 무엇인가?
02. New American Dream
03. 무계정사(武溪精舍)와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04. AI와 창작
05. 치매머니
06. 가상화폐
07. 저출산과 우리의 미래
08. 새로운 해적
09. 신사(紳士)의 나라
10. 신토불이(身土不二)
11. 상용비자
12. 핵연료
13. 안락사
14. 기다림의 가격
3부 위대한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01. 시니어 IT 교육
02. 인문학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03. 말솜씨 글솜씨
04. 방법서설
05. 장미 단상
06. 역사소설
07. 위대한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08. 인간 실격
09. 지혜학교의 아리랑
10. 허무주의 어떻게 봐야 하나?
11. 『노인과 바다』가 명작인 이유
12. 네 번째 각성
13. 새로운 신데렐라
4부 한티아고
01. 신앙인의 자세
02. 한티아고
03. 십계의 가르침과 안중근
04. 형제들이여!
05. 내가 받은 은총(恩寵)
06. 의심 많은 토마
07. 새로운 사태
08. 오타 줄리아
09. 평등에 대하여
10. 신이 허락한 고통
[작품 해설]
인문학적 깨달음, 깊이 있는 사유의 결과물 빼곡한 수필집- 안휘
[책 속으로]
.....
01. 위트 있는 남자
재치 있고 기민한
지적(知的) 유머인
‘위트’가 있는 삶이
참된 행복을 가꾼다
어떤 여자가 행동이 느린 남편에게 “아유 복장 터져.” 하니까, 그 남자는 “그래도 내장은 안 보이네.” 하고 혼잣말을 하였다. 그녀가 한숨을 쉬면서 “도대체 말이 되는 말을 해야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야! 어불성설!”이라고 또 한마디 더 했다. 그러자 그는 또 “당신은 어불성설을 한자로 쓸 수 있어?” 하고 또 엉뚱하게 되묻더란다. 마침내 그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 픽 웃으면서 “그래, 내가 졌다. 졌어.”라고 하면서 투덕거림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그 남자는 재치 있는 사람이었고 그래도 아내는 그를 사랑하였다. 그 여자는 현실주의이고 그 남자는 낭만주의였다.
전 세계 여자들이 꼽는 남자의 매력 포인트 중의 하나가 위트다. 유머러스한 남편이 생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싶지만, 위트는 그 사람이 가진 심성의 수준이다. 위트는 창의성의 표현이며 수탉의 멋진 꼬리와도 같다. 피카소는 붓을 한참 내려놓고 있다가도 어떤 때 갑자기 예술적 창의력이 폭발했는데, 그때가 그의 삶에 새로운 여인이 등장하는 시점과 일치한다고 한다. 돈을 벌게 될 때보다도 연애 상황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분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 남자가 그렇게 썰렁한 농담을 하게 되는지가 궁금한데, 사실은 위트라는 멋진 장닭의 꼬리를 가지고 연애를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유머와 위트의 차이는 무엇인가? 유머와 위트는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뉘앙스와 사용되는 맥락에는 차이가 있다. 유머는 웃음을 유발하는 모든 종류의 말이나 행동으로서 상황이나 이야기, 말장난 등을 통해 재미를 주는 것이고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웃음을 유도한다. 때로는 몸짓, 표정, 과장된 행동도 포함되는데 코미디, 농담, 코믹한 상황극 등이 그것이다. “어제 다이어트 시작했는데, 오늘은 기념일이라 치킨을 먹었어.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지 뭐.”
위트는 재치 있고 기민한 지적 유머로서 빠른 사고와 지적 기교를 기반으로 한 재치 있는 표현이어서 종종 말싸움이나 토론에서 상대를 세련되게 이기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웃음보다는 감탄과 미소를 유발하는 촌철살인(寸鐵殺人), 말장난, 날카로운 재치 등이 그런 것들이다. “너는 항상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네.” “그래, 나의 등장 타이밍은 항상 극장 골이지 안 그래?”
윈스턴 처칠은 뛰어난 위트로 유명했다. 한번은 그에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한 여성이 “만약 내가 당신 아내였다면, 당신의 커피에 독을 넣었을 거예요!”라고 말하자, 처칠은 웃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마셨을 겁니다.” 이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날카롭게 응수하는 재치 있는 방식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난다. 아내와 함께 카페에 갔는데, 메뉴판을 보면서 고민하던 아내가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어서 못 고르겠어.”라고 하소연했다. 그때 그 남자가 “그렇다면 아무것도 안 시키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 그냥 가자.”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그래 알았어. 내 고민을 덜어주어서 고마워.”하면서,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여자의 남편은 집안일이라곤 하나도 모른다. 은퇴하고서 집에서 글을 쓴다고 서재에만 있는 남편의 삼시 세끼가 그 여자는 항상 걱정이었다. 보다 못한 아내가 “남편 부려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수 있어야 당신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하니까 “당신이 더 오래 살면 된다.” 하고 되받았다. 아내가 “혹시 내가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하니까 “새장가 가면 되지.” 하고 말대꾸하였다. 그러자 “누가 늙은 영감한테 오냐?” 하고 아내가 한 방 먹였다. 남편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신 후배 중에 예쁜 사람 미리 소개해 달라고 했잖아!” 하고 대꾸했다.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픽 웃고는 또 그냥 지나갔다. 그래도 그 남자는 “아내가 나보다 더 오래 살게 해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하였다. 아내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남자 자신을 위한 기도이기도 한 셈이었다. 그도 옛날 한때는 마초(상남자)였겠지만 지금은 혼자 사는 영감들의 딱한 형편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 그렇게 변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가 아내에게 “당신보다 당신의 건강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하여 두 사람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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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팔로잉(following) 시대’에서
‘리딩(leading) 시대’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호기심을 가지고
커피 한잔하면서도
온 세상을 토론할 수 있어야
나는 주현미가 부르는 「신사동 그 사람」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이 노래는 1992년에 나왔는데 이때는 우리나라가 질풍노도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흥청망청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의 한 해 경제 성장률은 7~10%대여서 지난 5,000년간 이룩했던 국부(國富)가 4년여 만에 2배로 치솟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였다. 열심히만 하면 거의 모든 사업이 잘되던 때인지라 덩달아 술집도 호황이었다.
70년대만 해도 강남이라면 한강철교 건너 영등포뿐이었다. 한남대교 건너편은 영등포의 동쪽이라서 영동이라고 불리던 그때 신사동 일대가 개발되었다. 「신사동 그 사람’」 「눈물의 부르스」, 「비 내리는 영동교」, 「잠깐만」, 「울면서 후회하네」, 「짝사랑」…. 그럭저럭 평범한 사랑과 이별의 가사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룸살롱 환락가로 우뚝 선 강남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그 시절 회사원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의 격무로 고달팠지만, 프로젝트를 마치고 회식을 하기만 하면 으레 1-2-3차로 연결되었다. 그러다 보니 날이 바뀌어야 집으로 돌아갔으니 아내가 끓여 놓은 된장찌개는 졸아버리기가 일쑤였다. 그랬어도, 밥집도 술집도 노래방도 택시도 모두 다 호황을 누리던 그런 시절이었다.
요즈음 경제 살린다고, 소비진작을 한다고 나라가 빚내어 1인당 몇십만 원씩 쥐여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바닥 경기가 안 좋고 회사가 어려우니 회식도 거의 없다. 회식이 있다고 해도 시대 분위기가 바뀌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전철 타고 일찍 귀가하는 문화로 바뀌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장사 안된다고 난리다. 일자리가 줄어서 대학 졸업장을 쥐어도 소용이 없고 그나마 알바 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그 옛날의 마초들은 흥청망청하던 그때가 그립다고들 하는데 이해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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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가 3억 달러나 투입된 영화 「F1 더 무비」가 겨우 손익분기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흥행 실패라고는 볼 수는 없다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영화 흥행의 근본적인 목표가 달라졌기 때문이란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 영화는 영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간접광고(PPL)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속한 레이싱 팀은 영화 속 가상의 팀이다. 주관사인 자동차연맹뿐만 아니라 애플도 투자했다. 그런데 애플은 영화 콘텐츠와 자사의 기술을 연동시켰다. 애플 신형 폰을 통해서 실제 자동차 경주처럼 진동을 울리는 ‘햅틱 예고편’을 볼 수 있고, 애플 헤드셋을 쓰면 주인공이 달리는 아부다비 트랙을 체험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래드 피트는 IWC라는 브랜드 시계를 차고 나온다. IWC는 피트의 팀 스폰서라서 모두가 차고 나온다. 이는 시계 회사의 마케팅인데 최신 광고 비즈니스의 한 형태다. 그러니 영화 시장에서는 흥행이 신통찮았고, 개봉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영화의 후속편 제작을 또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성공했다는 얘기다.
지난 시대와는 성공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 기존과 언뜻 같아 보여도 오늘날은 사업의 수익 구조가 많이 달라졌다. 경기불황 국제정세 변동뿐만 아니라 AI의 출현으로 우리 발아래의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 영화 속의 피트는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레이싱을 사랑하고 그것이 믿을 수 없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명심할 것이 있다. 지나간 산업화 시대는 일정한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아서 팔로잉(following)만 빨리 잘해도 우리가 2등까지는 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AI 시대는 항로가 없이 망망대해를 나서는 배와 같아서 목표가 제대로 된 길로의 리딩(leading)이 매우 중요해졌다. 악보가 있는 클래식 오케스트라(classic orchestra)는 지휘자의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되지만, 통일된 악보 없이 각자 다른 악보를 가진 재즈(jazz)에서는 각자에 열중하면서도 전체로는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또 다른 악기의 악보까지 이해하여야 다 같이 또 다른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1등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삶의 목표들이 사뭇 달라졌다. 술 먹고 취해서 살 때가 아니다.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고 술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커피 한잔하면서도 온 세상을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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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New American Dream
힘보다, 법보다 옳고 그름을 더 따지고,
좋고 싫음을 먼저 구분하는
우리 정서에는
정말 맞지 않은데… 어째야 하나
15~18세기 유럽의 대항해시대에 유럽 사람들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곳을 향하여 갔다. 긴가민가하면서도 목숨을 건 험난한 항해 끝에 신대륙이라는 곳에 도착하였다.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럼버스에 이어서, 또 다른 용감한 이가 그 신대륙의 동부를 탐험하였다. 그런데 이 사람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비로소 이 신대륙이야말로 인도의 일부가 아니고 새로운 땅임을 밝혀내었다. 그리고 당시 지도 제작자가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신대륙의 이름을 ‘아메리카(America)’로 명명함으로서, 비로소 ‘아메리카’가 생겨났다. 그 이후 종교의 자유를 갈망하던 수많은 청교도들이 소위 American Dream을 안고 신대륙으로 이주하였고, 개척정신을 가진 더 많은 이민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미국이 탄생하였다. 영국과 전쟁을 하여 독립하고, 프랑스 멕시코 러시아로부터 영토를 매수하고 나서 오늘의 미국이 생겨났다.
사실 미국의 역사는 전쟁과 매수뿐 아니라 조약과 그 배신의 역사가 반복되는, 영원한 친구란 없는 냉혹한 DNA를 가진 나라였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때, 미국은 프랑스와 협력하여 영국을 물리쳤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프랑스는 영국의 공격에 반격하기 위해서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미국은 냉담했다. 1882년 조미수교조약(朝美修交條約)에는 한쪽이 적국에 당하면 타방은 도와준다고 했었지만 가쓰라·태프트 합의를 통해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점령을 용인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순간에도 한국전쟁 이후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굳게 믿고 있다.
1차대전 승리 이후 미국은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 가진 식민지를 민족 자결주의라는 모토로 무너뜨렸고, 2차대전 때는 그들을 힘으로 압도하고 제압했다. 한국전쟁이 확전 조짐을 보이자 우리나라의 바람과는 달리 휴전하고 말았다.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사회주의 소련을 붕괴시켰고, 초강대국이 된 이후는 일본을 환율로 주저앉혔다. 그리고 소련과 경쟁시키려고 미국이 스스로 키웠던 중국을, 작금에 와서는 억누르는 형국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자신들만이 다음 세기에서도 G1이 되어야 한다는 America First의 우월의식이 팽배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인의 과다한 소비 때문에 생겨난 만성적 쌍둥이 적자를 난데없이 국가비상사태라고 선언하고 적자개선을 위하여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막무가내식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심지어 동맹국에게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 편에 서라고 협박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요즈음 소위 강국들의 흥망을 보면, 기본적으로는 산업혁명의 성공적 수행 여부가 국가 패권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증기기관, 자동차와 전기, 전자 컴퓨터 통신 그리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초연결 초지능 융복합 등등이 나오는데, 오늘날의 경제 패권은 AI 산업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트럼프의 MAGA 정책은 또 한 번 AI 산업 패권을 잡고 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 즉 America First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이 정책의 목표는 단순히 미국 내 고용증대와 제조업 부활 정도로만 볼 수 없다. 이는 명백히 AI 산업 주도권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동맹국이면서 FTA를 기체결한 국가에 대해서조차도 힘으로 이를 파기하였다. 고관세 정책으로 경쟁국을 견제하면서 미국 내에서의 첨단부품 생산 자립은 이루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 AI 산업에 필요한 미국 내 전력과 에너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필수 원료인 희토류 확보에도 혈안이 되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향후 100년 이후를 내다보는 것이라서 기존 동맹국과의 마찰도 감수한다. 미국 내의 스태그플레이션 고통도 견디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중심국가는 계속 중심국가로, 주변 국가는 계속 주변 국가로 남게 될 처지가 되고 있다. 또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크고 정부 부채가 36조 달러에 이르니까 지금도 일 년에 미 국방비 전체보다 더 큰 이자를 물고 있어서 트럼프에게는 재앙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한 군사 체제는 유지하면서도 소요되는 국방비는 동맹국들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각국 G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를 올리라고 난리다. 그뿐인가. 관세를 무기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영국은 트럼프 한 사람을 국빈으로 두 번째 다시 초청했고 일본은 전폭 지지하며 바짝 더 다가섰고, 우리나라도 국빈 초청에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했다. 이것이 국제정치 외교전에서의 현실이란다. 그것을 ‘국제 질서’라고 쓴다.
어떤 제국은 공화정으로 시작했으나 제정(帝政)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제국(帝國)이 되었고, 어떤 공화정은 제정을 거슬러 태어났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제국의 품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또 다른 공화정은 여전히 스스로 공화정이라고 믿으면서도 제국이 되는 길을 걷고 있다. 고대 로마는 공화정을 스스로 세운 첫 문명 중의 하나였고, 권력의 균형을 제도화하며 자유의 정치를 제도화했다. 그러나 시민이 시민이기를 그만두는 순간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스스로 제정을 불러들였다. 근대의 프랑스는 제정의 폐허 위에서 공화정을 선언했고 왕과 귀족이 쓰러졌지만 나폴레옹의 군화 아래 다시 황제를 받아들였다. 20세기 소비에트는 공화정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철저하게 제정을 구현한 체제였다. 인민의 권력을 앞세웠지만, 실상은 하나의 당, 하나의 진리만을 허락하는 통제국가였다. 당은 왕이 되고 인민은 다시 신민이 되었고 독재는 혁명의 이름으로 합리화되었다.
가장 아이러니한 반전은 오히려 21세기에 일어났다. 자유의 언어로 성공했던 미국이 그것도 국민 스스로가 선택한 자폐적 퇴행의 경로에 의해서다. 이 체제는 언론과 사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권력은 제도 안에서 작동하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그 외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체제는 놀랍도록 전통적인 제정(帝政)의 구조를 떠 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트럼프의 제정적 성격은 단지 미국 내 정치 구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지렛대로 삼아 근대 국제 질서의 원칙인 국가 간의 평등성과 상호 존중을 점차 무력화시키고 있다. 제국주의 외교는 더 이상 동맹과의 협의나 다자 규범에 기인한 질서의 일원으로 남으려 하지를 않는다. 일방적 요구와 압박을 서슴지 않으며 저항에는 관세, 물리적 응징 등으로 보복한다. 이러한 협상 방식은 타협보다는 복속에 기반한다. 그 결과 국제정치의 구조는 제국과 그 주변부라는 위계로 돌아가고 미국은 스스로를 질서의 중심으로, 타국은 그 질서에 종속되어야 할 존재로 상정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황제 같아서 어려운 이야기를 싫어하고 칭찬받기를 좋아하여 면담자들이 보기에는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수천억 달러의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트럼프 기분을 맞추려고 안달이다. 정의란 힘이 대등할 때 통하는 것이고, 투키디데스의 말대로 강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약자는 감내할 수밖에 없음을 절감할 뿐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지 않고 이런저런 정책 시행으로만 잘될 수는 없다는 것이 진리인데, 과연 이번에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가게 될지, New American Dream을 재현하는 G1의 초강대국으로 더 우뚝 서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힘보다, 법보다 옳고 그름을 더 따지고, 좋고 싫음을 먼저 구분하는 우리의 정서에는 정말 맞지 않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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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작가님 벌써 두 번째.. 수필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우와!!!!
축하드립니다~^^
두 번째 출간 소식에 제 일처럼 기쁘네요. 출간 기념회 때
한잔 먹고 취해 보겠습니다. 술로, 책의 문장으로....
축하드립니다
두 번째 수필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문우님들의 축하 감사드립니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