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독일이야기-에필로그(마지막)
우리나라는 한류라는 대단한 문화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어느 나라도 갖기 힘든 것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것은 자부심을 느껴도 될 만 하다. 일본, 홍콩, 중국, 대만 등 주변국가에만 맴돌던
K-POP은 이제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남미, 유럽지역에까지 폭 넓게 퍼져있다.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 K-POP 축제는 물론 경연대회까지 개최되고 있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여태 것 흘린 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더라도 정상을 향한 우리의 자산은 음악을 필두로 영화, 패션, 음식에 이르기까지 한류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한류라는 측면을 면면히 살펴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화를 이뤄 일궈 낸 산물인데, 이는 기성세대와 신진세대 간 성공적인 조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세대간의 조화가 이루어지면 의사 소통은 물론 의식 수준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이 끼를 발산하기 위해서는 중, 장년층의 노력도 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시스템이 성공을 거두려면 훌륭한 선수들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느꼈던 희망적인 사실은 우리에게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성공을 위한 선행조건인 시스템이 아직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젊은 세대들이 끼를 발산할 여지는 충분히 있는데 기성세대들이 뒷바침 해 주는 것은 차치하고 장애가 되는 형국이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그 불씨가 횟불을 통해 거대한 성화를 지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확신한다.
글을 마치기에 앞서 한국과 독일의 실태를 파악해 보면서 느꼈던 몇 가지 소회를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반려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잘 살아야 할 권리가 있고, 인간은 이들을 잘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한 생명체를 책임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둘째, 처음에 내 손을 필요로 했던 반려동물의 삶이 이젠 내가 반려동물들의 손이 필요한 입장으로 바뀌어 버린 점이다. 무뚝뚝한 일상이 익숙한 삶에서 희로애락이 분명한 삶 속으로 빠져 버린다. 마치 감성을 자극하는 활력소와 같다. 그리고 이를 느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반려동물이란 생명체가 하나의 패션, 기호품, 소장품 정도로 생각하는 가벼움이 주변 곳곳에 배어있다는 점이다. 번식되는 개체 수, 분양되는 개체 수, 그리고 유기되는 개최 수가 지나치게 많다. 이렇게 양산된 생명체 하나가 제 자리로 회복되기 위해선 구조, 치료, 입양 등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은 물론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로인해 매년 50,000마리 이상의 생명체가 죽어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바로 교육과 계몽이 필요한 이유다.
넷째, 500만 반려동물, 1,000만 반려동물 인구 시대에 걸맞지 않게 동물보호법, 행정지원 등은 아직도 걸음마 상태라는 점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입법, 법 개정 활동은 이를 따라 갈 만한 여력이 없어 보인다.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시선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바야흐로 정부가 나설 때가 된 것이다.
다섯째, 시대의 흐름은 명확히 엿보이는데 법규, 제도는 물론 일부 국민들도 아직 이를 수용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21세기 IT 혁명만큼이나 생활 패턴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SNS의 발달은 이러한 환경을 더욱 가속화 시켰고, 그 방향은 대체적으로 바람직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식용으로 사용되는 반려동물에 대한 실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먹으면 안 되는 것, 먹으면 해로운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시도 역시 미흡하다. 다른 세상에선 한 단계 뛰어 넘는 발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진부한 틀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여섯째, 동물보호단체의 역할이 봉사에서 입법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만큼 보호단체간 노선에 대해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같은 동물보호단체라도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 거론하는 이슈가 보다 광범위해지면 질수록 압력단체로 각인될 여지가 그 만큼 높다. 개인적으론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 개정을 우선하여 보다 일사분란 하게 행동한다면 더 빠르고 나은 결과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일곱째,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사설보호소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소 여유 있는 단체들이 꺼리는 일들도 결국 사설보호소의 몫이 되는 경우가 있다. 단체들은 정책을 바탕으로 실행에 옮기는 반면 사설보호소의 경우 인정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사설보호소들을 운영하는 분들의 뜻이 남다르긴 하지만 분명한 원칙을 갖지 않으면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사회적 비용에서 충당해야 하는 것인 만큼 일부라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보다 밝은 반려동물의 미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개체 수 조절이 핵심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번식업자들에 대한 단속기준이 보다 명확하고 엄격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펫샵이나 식용으로 공급되는 생명체가 얼마나 비윤리적, 비위생적, 비인간적, 비합법적으로 태어나고 죽는지 끊임 없는 계몽과 교육은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에 일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큰 위안거리다. 2012년 3월 울산시에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공원이 개설되었고, 개고기의 메카로 일컬었던 성남시 모란시장 일대가 공원으로 거듭날 것이란 소식을 접했다. 지난 해 강동구에는 길 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관내 18곳의 동사무소 인근에 차려 놓았고, 금년 초에 개정된 동물보호법도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동물보호단체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은 희망 그 자체다. 병원, 카페, 입양센터, 연구실 등이 복합적으로 구비된 반려동물 전용 건물이 서울 시내에 생겼다는 것은 이전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애견샵이 즐비한 퇴계로 거리에 유기된 반려동물을 분양하겠다는 발상 역시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을 위한 카페와 호텔은 물론 팬션까지 생기고 있는 현실 속에도 대한민국에선 아직도 허물어야 할 장벽이 너무 높고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동물보호단체에 가장 큰 후원과 활동을 하고 있는 세대는 2~40대의 여성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동물의 격이 높아지고, 인간의 삶이 풍성해 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숙제라 할 수 있다. 유소년, 청소년을 상대로 한 참여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오피니언 리더라 할 수 있는 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구상하는 것, 기업 내 반려동물 동아리 모임 설립을 유도하여 기업과 유대관계를 확대시키는 것, 캣맘과 봉사활동자, 후원자 간 연대감을 더욱 긴밀히 조성하는 것, 나아가서는 관련분야 행정 전문가를 육성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는 것 또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이란 생명체를 더 소중하게 다룰 수 있고, 다루어지는 곳이 진정한 선진국이다. 대한민국 역시 경제적으로 충분히 선진국 자격을 갖고 있을 만큼 부강하다. 의식적인 요소만 좀 더 갖추게 되면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간디가 이야기한 내용을 끝으로 <선진국의 요건-반려동물 이야기> 편을 마치고자 한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이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 마하트마 간디 -
첫댓글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약한 것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요?
미국의 한 판사가 개를 학대한 주인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제대로 판단을 못하고, 인간에게 약한 개체일 수 밖에 없는 생명체에 대한 유린은 중형을 받아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개를 인간과 똑같은 선상에서 바라보아 기분이 언잖은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판결이 결국 경종을 울리고 질서가 잡혀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다음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기대됩니다...
춘자님 많은 성원 고맙습니다. 반려동물이야기 끝나자마자 다음이야기를 여쭤 보시니 고민이 되네요. 환경?, 유럽의 경영환경? ........ 한국출장 다녀오고나서 생각해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