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멕시코 여행>
나는 2012년에 홀로 3주간의 멕시코 배낭여행을 하였는데 멕시코 맨 남쪽 부분은 못 보았었다.
2018년 콜롬비아와 쿠바를 여행한 후, 여행 막바지에 쿠바에서 칸쿤(Cancun)으로 다시 와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유카탄반도 남부의 마야유적을 마저 둘러볼 기회를 잡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
멕시코 동남부 벨리즈(Belize)와의 국경 부근 마야유적을 둘러보기 위해 일주일간 머물렀다.
마야문명을 다시 한번 잠시 조명해 보면, BC 3천 년 전부터 AD 200년에 이르기까지 유카탄반도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의 하나이다.
일찍부터 고대문명이 발달했던 멕시코는 마야(Maya), 떼오띠와칸(Teotihuacan), 톨텍(Toltec), 아즈텍(Aztec) 등 수많은 문명들이 찬란하게 꽃피었던 곳이지만, 가톨릭을 앞세운 스페인의 300년간의 오랜 식민통치로 고유 문명의 파괴는 물론 언어까지 스페인어를 쓰게 되는 비극을 맞는다.
스페인은 멕시코의 고대문명 유적들을 무자비하게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그 대신 엄청나게 많은 화려한 가톨릭 성당(聖堂)들을 건축하였지만, 아직도 밀림 곳곳에는 고대유적들이 많이 숨겨져 있다.
지금도 고도로 발달하였던 당시 문명에 대해 고고학자들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고대문명으로 가장 대표되는 것을 꼽으라면 중앙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던 마야(Maya)문명과 AD 15세기, 남미 페루의 쿠스코(Cuzco)를 중심으로 안데스에 대제국을 건설하였던 잉카(Inca)문명을 꼽을 수 있다.
북아메리카 멕시코로부터 남아메리카 북부지역까지 널리 세력을 떨치던 마야문명의 중심부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와 그 주변 지역인데 아열대 기후로 울창한 밀림 지역이다.
<1> 아름다운 마야유적 뚤룸(Tulum)
해변의 뚤룸 유적 / 제법 온전히 보존된 유적
칸쿤에서 남쪽으로 해안을 따라 내려오면 벨리즈(Beliz)와의 국경이 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뚤룸(Tulum) 유적이 있다. 에메랄드빛 카리브해의 해안절벽에 세워진 뚤룸 마야유적은 수많은 마야유적 중 아름답기로 손꼽힌다고 한다. 마야어인 뚤룸(Tulum)은 벽(Wall)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잠마(Zama/Dawn<새벽>)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대부분 마야유적은 밀림 속에 있거나 우물(세노테/Cenote)을 중심으로 있는데 이 유적은 유일하게 해변에 있다. 이곳은 AD 12세기에 번성했던 마야유적으로, 해변 절벽을 제외한 삼면은 두꺼운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들어가는 문이 5개가 밀림 속에 숨겨져 있다.
제법 온전하게 보존된 석조건물들이 성벽 안에 흩어져 있고 우뚝 솟은 피라미드 뒤로는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는 카리브해로 관광을 마친 사람들은 서둘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뛰어든다.
너무나 아름다운 경관과 해변으로 인해 최고의 신혼여행지로도 꼽힌다고 한다.
왕궁 건물 유적 / 유적 앞 광장
뚤룸의 비극은 황금을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오는 유럽 약탈자들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이 커다란 실수였다고 한다.
뚤룸인들은 바다를 끼고 있어 마야족 가운데 유일하게 해상무역을 했는데 해적들과 그들이 약탈한 물건들을 사고파는 교역을 했던 터라 외부인들에 대한 적대감이 없었다고 한다.
내륙으로부터의 침입은 두터운 벽으로 막아낼 수 있었지만, 성벽이 없는 해안으로 들어오는 침입자들은 오히려 환영하는 꼴이 되었다.
핀투라스(Pinturas) 사원 / 야생 이구아나 / 숨겨진 피라미드
과거의 비극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적 돌무더기 사이로 어마어마하게 큰 이구아나들이 마야인들 마냥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따가운 햇살 속에 도망도 가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