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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과 ‘에드바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
[전문가 컬럼=한국복지신문]
'페르 귄트(Peer Gynt) 모음곡'
‘페르 귄트 모음곡’은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의 대표 희곡 ‘페르 귄트(Peer Gynt)’에 사용하기 위해 ‘에드바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가 작곡한 23곡의 부수음악을 말한다.
‘페르 귄트의 모음곡’은 피아노 2중주 형식으로 출판되었다가 관현악곡으로 편곡되고, 후에 가장 우수한 ‘아침의 기분(Morgenstimmung)’을 포함한 4개의 작품을 제1모음곡으로 하고, ‘솔베이그의 노래(Solveigs sang)’ 등 4곡을 선정하여 제2모음곡으로 하였다.
19세기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 문명이 급속히 팽창하던 시대였다. 기차가 달리고, 도시가 커지고, 사람들은 점점 성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시대의 예술가들은 인간의 내면이 텅 비어가는 것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북유럽의 두 예술가가 한 시대에 만났다.
입센은 글로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날카롭게 파헤쳐 본성을 해부했고, 그리그는 음악으로 차가운 북유럽의 공기 속에서 인간 마음의 외로움을 노래하고 영혼을 위로했다.
희곡 작가 ‘입센’
1828년 노르웨이 시엔(Skien)에서 태어난 입센은 근대 사실주의 연극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인형의 집’, ‘유령’, ‘사람들의 적’ 등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각국의 무대에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페르 귄트’는 그의 다른 작품들과 다소 성격이 다르다. 186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사실주의 희곡이라기보다 시적 환상극에 가깝다.
노르웨이 민담과 전설을 바탕으로 하여,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제목 ‘페르 귄트’는 곧 주인공의 이름이다.
주인공 페르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매력적이지만 부족한 책임감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인물로서 사랑과 의무를 외면하고 더 큰 성공과 영예를 좇아 세계 곳곳을 떠돈다.
산속의 괴물 세계에서는 왕이 되려하고, 사막에서는 예언자처럼 군림하며, 끝없이 자신을 포장하고 과장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가 쌓아 올린 모든 허상은 무너졌다.
결국 그는 병약한 패배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페르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인간은 무엇으로 자기 자신이 되는가?'라는 물음이다.
명성과 권력, 부와 모험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실한 사랑과 기억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이 작품의 궁극적 메시지이다.
작곡가 ‘그리그’
1843년 노르웨이 베르겐(Bergen)에서 태어난 그리그는 노르웨이 국민음악의 상징적 존재였다. 북유럽의 어두운 면과 서정적인 멜로디를 통해 고전적인 구성으로 국민 음악을 위해 전생애를 바친 저명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다.
그는 민속 선율과 북유럽 특유의 투명한 정서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였다. 대표작으로는 ‘페르 귄트 모음곡(Peer Gynt Suites)’ 외에도 수많은 서정 소곡이 있다.
그의 음악에는 차가운 공기, 깊은 숲, 고요한 피오르 해안, 긴 겨울밤의 적막이 서려 있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인간의 따뜻한 감정과 순수한 서정이 함께 흐르고 있다.
입센은 ‘페르 귄트’의 무대 공연을 위해 음악을 의뢰했고 그리그는 1875년부터 작업에 착수하였다. 처음에는 부담을 느꼈지만, 결국 그는 문학의 철학성과 음악의 서정성을 완벽하게 결합하는 데 성공하였다.
‘솔베이그’라는 존재와 솔베이그의 노래(Solveigs sang)
솔베이그는 작품 속에서 가장 순결하고 헌신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이름은 노르웨이어로 ‘태양의 길’ 또는 ‘강한 집’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 자체가 빛과 안정, 그리고 구원의 상징이다.
페르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곧 떠난다. 그는 방황을 선택하고, 솔베이그는 홀로 남아 산속 오두막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녀의 기다림은 체념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지만 그녀의 사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솔베이그는 현실적 계산이나 조건 없이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사랑의 화신이다. 그녀는 페르가 이루어낸 성공이 아니라 그의 가장 깊은 내면을 사랑한다.
이 노래는 단순한 서정가곡이 아니라, 방황과 욕망으로 점철된 한 인간의 생애를 끝내 구원하는 사랑의 목소리이며, 기다림과 용서가 지닌 숭고함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노래는 4막에서 솔베이그가 홀로 부르는 자장가 같은 독백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지나도,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라는 뜻의 가사가 반복된다.
선율은 단순하고 느리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한 음 한 음마다 사랑의 인내와 신앙 같은 확신이 스며있다.
오케스트라는 북유럽의 고요한 풍경처럼 조용히 숨 쉬고, 그 위에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한 줄기 빛처럼 떠오른다. 그 목소리는 누군가를 붙잡으려하지 않고, 돌아올 자리를 조용히 지키는 영혼의 노래가 된다.
귀향과 구원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페르는 모든 환상이 사라진 채 늙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삶 전체가 허상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는 솔베이그를 찾아간다.
페르는 묻는다.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참된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솔베이그의 대답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아름다운 선언이다. '내 믿음 속에, 내 희망 속에, 내 사랑 속에 당신은 늘 있었어요.'
이 한마디는 인간 존재의 궁극적 의미를 드러낸다. 우리는 업적이나 명성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 속에서 비로소 참된 자신이 된다.
‘솔베이그의 노래’는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믿음의 노래이며, 상처 입은 인간을 끝내 품어 주는 용서의 노래이다.
우리의 삶은 때로 페르의 여정과 닮아 있다.
여(女)와 남(男)을 불문하고 많은 수의 인간은 욕망을 좇아 방황하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지나 돌아왔을 때, 우리를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맞아주는 한 사람의 사랑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구원의 자리다.
솔베이그는 기다림을 통해 사랑의 가장 높은 형태를 보여준다. 그녀는 시간을 이기고, 상처를 초월하며, 존재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는 개인의 고백을 넘어 인간 정신의 가장 숭고한 표현이 된다.
음악이 흐르는 순간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반주 위에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북유럽의 긴 겨울밤처럼 고요한 선율 속에서 한 여인의 기다림이 세월을 넘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 목소리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 전체를 품어 안을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세상이 아무리 멀어지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진실한 사랑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방황하던 영혼은 그 사랑의 품 안에서 비로소 안식을 얻는다.
‘솔베이그의 노래’는 기다림의 노래이며, 믿음의 노래이고, 용서의 노래이다.
동시에 인간이 끝내 돌아가야 할 마음의 고향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이 음악이 흐르는 동안, 우리 각자의 삶 속에도 오래도록 우리를 기다려 준 사랑이 있었음을 조용히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한 고향이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그’의 가장 아름다운 선율 가운데 하나인 ‘솔베이그의 노래’는 시간과 방황을 넘어 마침내 사랑에 이르는 한 영혼의 여정이, 소프라노의 맑고 깊은 목소리를 통해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으로 남게 될 것이다.
다음은 2018년 2월 2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실황이다. 성기선의 지휘로 소프라노 강혜정이 노래했다. <다음 127화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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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Tpt2IGyx6k?si=qHWA_Mgbf0_8v84V
에드바 그리그(Edvard Grieg) / 솔베이그의 노래(Solvejgs Sang)
소프라노 / 강혜정, 지휘 / 성기선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Gangnam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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