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미역국과 간 큰 자형"
마음씨 착한 자형의 배려 덕분에 두 달 보름을 머물게 되었다. 자형 집에 오던 날이 잊혀지지 않다. 산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와 베란다에서 키우는 화초를 뜯어먹는 것이다. 누나 왈 "한마리가 오다가 이젠 제 집인 양 친구까지 데리고 왔네" 라며 쫓아내는 것이다. 초대받지 못한 비둘기 녀석이 친구까지 데리고 온 모습이 꼭 자기 집인 양 주인 노릇하는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을 암시한다.
자형집 안방에서 저와 하룻밤을 지낸 자형 왈 " 처남아 와~~~고릴라랑 자는 줄 알았다. 신부님들은 어떡해 주무시노?" 저랑은 처음 잔 자형의 타박에 괜스레 미안함이 든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시간이 갈수록 자형의 볼멘소리는 허공에 메아리 치고 나는 밤마다 동물원을 탈출한 고릴라로 둔갑한다.
나의 잠꼬대에 자신이 잠 못 이루는 정도니 가히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함께 분명히 잠을 자는데 쉬하러 새벽에 일어나보면 어느새 자형은 거실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매일 밤마다 벌어지는 일상이 되어버려 이젠 미안함도 만성이 되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자형네 식구들이 편하게 대해주었다. 매일 밤 안방은 어느새 고릴라의 독차지가 되고 자형은 딸 방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손님으로 왔다가 불청객이 되어버린 고릴라
야무지고 꼼꼼한 나의 누나는 하루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부지런하다. 그런 여자를 아내로 얻은 행운남 우리 자형 빈첸시오
매일 하루를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내 눈에는 거저 행복하기만 하다. 어느 한쪽도 일방적이지 않고 동등한 부부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모습에서 삶의 행복을 발견한다.
아침에 반찬으로 올라 온 가자미조림
자형이 가자미를 쬐러보며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시더니 가자미로 미역국 끊이니 맛있던데 라며 가자미미역국의 추억을 되살린다. 곁에 있던 고릴라도 자형 말을 거든다. 그래 횟집에서 먹어보니 시원하던데…….
저녁식사를 위해 오후 내내 누나는 처음 끊여보는 가자미미역국을 위해 혀가 빠졌단다.
울 누나 요리솜씨는 고릴라가 보기엔 대장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자형은 배가 고프다며 얼른 식탁 앞에 앉아 밥숟가락으로 입속에 연신 밥을 퍼 싣어나른다.
자형 앞에 놓인 가자미미역국이 고릴라입안가득 침을 집합시킨다. 근데 아침까지만 해도 가자미미역국의 추억을 노래하시던 자형이 미역국에 들어가 가자미가 크고 간이 짜다며 누나의 처음 해본 가자미미역국에 댓글을 달아준다.
그 다음 이어지는 자형의 행동이 꾹 참고 있던 누나의 입을 열기에 충분했다. 자형은 가자미미역국을 앞에 놓고 보란 듯이 물에 밥을 말아 드신다. 마주보고 식사하던 고릴라는 가자미미역국에 이미 밥을 잠수시켜 맛있게 씹는 행복을 만끽한다.
울 누나 혀가 빠지라 끊인 가자미미역국에 대한 모독하는 자형의 일탈행위을 보고 있노라면 일말의 양심도 없이 물에 밥 말아 드시는 자형의 행동은 간 큰 남편의 표본일지라.
울 누나 형님에게 전화했어. 가자미미역국 가져가라고 한다. 누나와 자형 사이에서 맛있게 가자미미역국을 먹는 고릴라는 가자미눈이 되어 자형 한번보고 가자미미역국 한 숟가락 뜨고 누나 눈치 보고 한 숟가락 뜨고 그렇게 눈을 굴리며 두리번거리다. 고릴라의 눈이 점점 벌어지면서 가자미가 된다.
다신 물을 부어 새로 끊인 가자미미역국 졸지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가자미미역국을 간 좀 봐달라는 누나의 청을 외면하고 자형은 냉! 씩~~담배피워로 밖으로 나간다.
초대받지 못한 가자미미역국의 사태를 지켜보던 자형의 아들이며 나에겐 조카가 한마디 거든다. "아빠 밥 주지 마라
첫댓글 때때로 사람 입맛도 변덕스러워 지는가 봅니다. 어떤때는 제 입맛엔 싱거운데 짜다 하고 어떤날은 간간한대도
싱겁다 하고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그냥 感으로 하며 살아갑니다.^^*
신부님!
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원래 잘하려고 신경쓰면 잘되던 것도 안되는 법입니다. 신부님 오랫만에 재미있는 글 올리셨네요. 감사합니다. 조심하시고 또 조심하세요.
깜찍이 신부님..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마음의 영성에 신부님의 영혼의 보물단지를 풀어주셔서요. 늘 잊지않고 기도 봄헌드립니다^.^
자형이 잘못 하셨네요...ㅋㅋ
기도하는 마음으로 신부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신부님 반갑습니다.
저도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되는 병아리 입니다.
그래도 수도회와 맺은 인연은 어언 10여년이 넘어 갑니다.
오늘 아침 신부님 글 읽으며 어제저녁
저희부부가 나누었 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모두 비슷하게 살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네요.
오늘도 주님 말씀으로 시작한 하루 감사하며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신부님 위해 기도 하겠습니다.
ㅎ ㅎ 재미있어요 가자미 미역국. 제일 끓이기 힘든 국이더라고요.
수고하신 누나에게 감사합니다. 신부님이 잘 드셨다니...
저는 가지미 미역국을 아직 못먹어 보았는데....
신부님! 힘 내시길 기도로 응원합니다.
ㅎㅎㅎ 상상이 갑니다.
누나 고맙습니다. 우리 신부님이 마음이 편하시다니
분위기 알겠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가정에 가득하길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