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나리는 꽃다지의 아이를 한 여인네에게 건넸고, 그 여인네는 또 다른 여인네에게 건넸다. 마침내 어느 움집에서 육손이가 태어났다고 했다. 어느 여인네는 갓난아이를 또 다른 여인네에게 건넸고, 그 여인네는 아이를 솔나리에게 건넸다. 다시 솔나리는 그 아이를 꽃다지에게 건넸다. 꽃다지는 아이의 오손을 확인하곤 다시 솔나리에게 건넸다. 그날 밤 솔나리는 아이를 데리고 온 이유를 여우주둥이에게 설명하느라, 아니 또 다른 거짓말을 보태느라 진땀을 뺐다.
꽃다지는 억새를 꺾어 하늘거리도록 치댄 뒤, 둘둘 말아 아랫배에다 붙였다. 옷을 입으니 그런대로 배가 불러보였다. 그리고 며칠 뒤, 큰어미가 사산(死産)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매가 달려왔다. 하지만 움집에는 꽃다지가 없었다.
*
-들리는 바처럼 에엿브오.
각시붓꽃은 선물이라며 바닥에 뭔가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낯선 곳에서 힘들겠다.
꽃다지는 웃으며 동문서답했다. 각시붓꽃은 꽃다지의 말끝에 깜짝 놀랐다. 내용 때문이 아니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내 꽃다지의 목소리가 옆에 있는 초롱꽃의 것과 닮았음을 알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걸 못 느끼는 듯했다. 동그라니, 얼굴크기 만한 얇은 돌이었다. 꽃다지는 한 손으로 집어 들었다.
-참돌이구나.
-그 동안 살펴주신데 대한 조그마한 손시시*입니다. 받아주십시오.
초롱꽃은 미소를 띠며 조용히 답했다. 그녀의 말끝에 꽃다지보다는 각시붓꽃이 더 고개를 끄떡였다.
-아무튼 몸조섭 잘하시길요.
그것이 뭣에 쓰이는 것인지 꽃다지가 알고 있을 거라 믿는 듯, 두 여인은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꽃다지 역시 참돌이니 그저 그리매에게 전해주리라고만 생각했다.
-고맙네.
꽃다지는 그녀들을 문밖까지 배웅했다. '둘 다 얌전하니 에엿브구나. 참 괜찮다', 생각했다.
동글납작한 참돌을 들었다. 깜짝 놀랐다. 샘물이 들어있었다. 아니 샘물에서처럼 자신이 비쳤다. 아니 샘물에 비친 모습과는 또 달랐다. 도톰한 입술, 둥근 귓불, 왼쪽 눈 꼬리 아래에 찍힌 작은 점까지 또렷이 보였다. 만감이 일었다. 예쁘면 기뻐야했건만 슬펐다. 슬프기에 화가 났다. ‘그래 이 모두 얼굴 때문이야.’ 그녀는 옹고를 들쳐 돌송곳을 움켜쥐곤 얼굴로 가져갔다. 눈 아래에 대고 확 긁으려는데, 인기척이 들려왔다. 솔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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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씻이(膳物)의 옛말
첫댓글 흐흐흐 2빠 !
맘 아픈 얘기들 읽다가....
목동님 댓글 땜시롱 웃고 갑니다. 흐흐흐~
좀 그렇지요 ? ^^*
초롱꽃과 꽃다지의 관계.
꽃다지 참으시오. 예쁜것도 죄인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