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매일미사(11/10)

[김정훈]

쌍용차 매일 미사 집전순서

11일(월)  서울교구   12일(화)  프란치스칸 정평창보  

13일(수)  수원교구   14일(목)  인천교구  

  2013_11_10_일

  +++ 함께 해 주신 사제

  주례·강론 :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 남승원 신부

  예수회 : 김정욱, 최영민 신부

  서울교구 : 이강서, 임용환, 나승구 신부

  전주교구 : 문규현 신부

  의정부교구 : 상지종 신부

  인천교구 : 장동훈 신부

  +++ 함께 해 주신 수도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노틀담 수녀회

  한국 순교복자 수녀회                    자비의 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

  마리아니스트수도회

우리 모두가 멀리 가는 맑은 물의 물방울입니다

                                                  강론

오늘 저는 장성에 동료 골롬반 노야고보 신부님의 사제서품 50주년 감사미사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급하신 성격이지만 그 급하신 성격으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에 늘 적극적으로 임하셨다는 삶의 모습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왔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좌석이 없어서 거의 5시간을 서서왔습니다. 서서오는 동안 다리가 아팠던 것이 아니고 기차 칸 사이의 공간에 쪼그리고 앉아 한 어머니가 어린 두 아들과 나누는 대화 내용을 우연히 들으면서 저의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직장에서 해고 되었다든지 아니면 월급이 인하조정 되었나 봅니다. 어머니는 어린 두 아들에게 아버지의 월급이 줄어 수입이 줄었고 그래서 아껴 써야 한다며 여러 가지 어려운 살림살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중이었습니다. 어린 아들들 중 큰 아들로 보이는 아이 하지만 4-5학년도 안 되보이는 아이가 어머니에게 묻더군요. ‘엄마, 그럼 나도 알바해야 하는 거야?’... 그 순간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더군요. 뒤에서 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저의 마음은 무척이나 아팠습니다.

이곳 대한문 미사에 와주신 모든 형제자매님들과 수녀님들, 수사님들 그리고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서로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묻기에는 너무나 힘겹게 진행되는 지금의 현실 속에 지금 이 순간 함께하고 있는 옆 사람과 뒷사람과 앞사람과 서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선교 사제입니다. 선교지 페루에서 한국으로 잠시 임지가 바뀌어서 얼마동안은 서울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신자분들을 만나면 종종 비슷한 질문을 듣곤 합니다. ‘한국에 와서 좋으시지요?’, ‘외국이 더 좋으시지요?’, ‘한국에 오니 뭐가 제일 좋으시던가요?’ 등등 말입니다. 신자분들은 주로 한국음식에 대한 질문을 제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점은 마음이 편안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항로 지도를 볼 때 비행기가 대한민국 영공에만 들어와도 벌써 마음이 편해진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시내에서 길을 걸을 때도, 심지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졸고 있을 때도 외국에서 사목활동을 할 때와는 달리 웬지 마음이 편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이에 대한 검찰의 반응과 그 반대적 행태, 새누리당의 말도 할 수 없는 형편없는 작태와 횡포 그리고 민주당 및 야당의 한심한 존재감과 이에 더블어 마치 다른 나라를 방문하려고 저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행정부가 시작된 후 단 한차례의 국민들에게 국정보고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외국 방문에 열중한 박근혜 율리안나 자매님 - 저는 박근혜씨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정희씨가 박근혜씨라고 해서 시비를 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빗댐)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저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할 언론은 진실을 향한 입을 닫았고 심지어는 행정부를 행한 무조건적 찬양 논조로 인해 대다수 시민들이 몰라서 그렇지 작금의 상황을 알면서도 서로에게 무관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흥국생명 3204일, 코오롱 3184일, 영남대위료원 2493일, 콜트콜텍 2475일, 쌍용자동차 1634일, 3M 1631일, 대우자동차판매 1022일, 골든브릿지 566일, 강정 해군기지 반대 8년째, 밀양송전탑 반대 9년째, 용산참사 발생 1758일째,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투쟁 2257일]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처절한 삶을 위한 울부짖음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게 됩니다. 이른 아침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는 명동 거리에서도, 몇 백 명의 신자들이 함께 미사를 드리는 성당 안에서도 답답함이 느껴지거나 외로움을 느낍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합리화하는 무관심으로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거나 때로는 반대로 서로에게 너무나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눈길로 바라보는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고 그 속에서 웬지 모를 외로움을 느낍니다.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표현했었습니다.

이곳 대한문에 오면 해고 노동자들과, 밀양의 할머니들과,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바라보는 경찰들과 공무원과 시민들의 눈초리에서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낍니다. 분향소를 침탈한 공무원들, 꽃무덤과 같은 이곳을 정처없이 지키고 있는 경찰들, 그리고 지나가는 시민들과 무심한 얼굴로 지나가는 신자 분들께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에 일방적으로 동조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을 행한 하나의 초대입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이기심으로 결국에는 죽음에 도달해버리는 눈앞의 기득권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모두가 함께 살자는 부활적인 삶으로의 초대인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에게 부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가족 중에 형이 자식 없이 죽었을 때, 동생이 그 형수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은 고대 중동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었고 구약성서 신명기는 그것을 제도화하였습니다(25,5-10 참조). 이 제도는 형의 대를 이어 준다는 뜻도 있지만,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 여성이 아무런 경제적 사회적 버팀목 없이 죽음에 이르지 않게 남편의 가족공동체 안에 머물게 하여 보호하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사두가이파는 기원 전 2세기부터 존재하는 유대교 파벌로 예루살렘의 귀족 사제들과 부유한 기득권층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로마의 식민지 정책에 협조하는 것으로 그들 자신의 기득권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부활에 대해 믿으려 하지 않았고 오로지 현세에서 즉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의 하느님이시고, 하느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안에 살아 계시고, 그분이 보여주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안에 또한 예수님은 살아 계신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은 현세에도, 내세에도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살리고 용서하는 그분의 생명을 우리가 지금의 현실 안에서 실천한 만큼 하느님은 현세에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분의 생명이 우리 안에 살아계셨던 만큼 그분은 죽음의 장벽을 넘어서도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이것이 신앙인의 부활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시와 그에 대한 짧은 이야기로 강론을 마칠까합니다. 제가 이 시를 좋아하는 것과 이 싯구절을 인용했던 책과는 무관하니 크게 해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멀리 가는 물

                        - 도 종 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서 읽은 이야기를 기억해보면 도종환님께서 어느 모임의 수련회를 가셨을 때인데 한 아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답니다.

“맑은 물 하고 흐린 물 하고 싸우면 어떤게 이겨요~?”

대략난감하지요?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뭐.., 맑은 물이 흐려지니... 흐린 물이 이긴다고 봐야하나요? 음... 어렵습니다.

아이가 다시 묻길 “그럼, 맑은 물이 이기는 방법은 뭐에요~?”

음 더 어려워집니다. 뭐라 대답해야할지...그냥... 맑은 물을 많이 많이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 일을 겪고 곰곰 생각해 보니 도종환님은 그 수련회에서 얻고자 한 것을 아이와의 대화에서 이미 다 얻으신 것 같았다고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맑은 물 하고 흐린 물 하고 싸우면? 맑은 물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맑은 물 하고 흐린 물 하고 싸우면, 맑은 물은 전보다 흐려지고 반면에 흐린 물은 전 보다 맑아질텐데 그래도 물이 흐려졌다고 흐린 물이 이긴거라고 해야할까요?

선뜻 “그러네요”라고 말하고 싶진 않을 것입니다.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해서 "맑은 물이 이긴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생각해 볼 것입니다.

맑은 물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누구나 도종환님의 생각과 같겠지요. 맑은 물의 양이 흐린 물의 양보다 많아야 결국엔 물이 맑아질 것이라구요.

오늘 대한문 미사에 오신 수녀님들, 수사님들, 형제자매님들, 시민 여러분 모두는 멀리 가는 물의 물방울이 아닐까 합니다. 이 맑은 물방울들이 모이고 또 모이고 모여서 함께 흐르면서 마침내 흐린 물을 맑게 할 것입니다. 아멘

잘못된 선을 뛰어 넘어...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문기주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진 것 같습니다. 제가 약 보름간 부산에 있을 때는 따듯하게 지냈는데 돌아온 지 한 이틀 정도 되었습니다. 부산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서울과 온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 정말 춥습니다. 그래도 우리 몸은 참 적응이 빠릅니다. 어제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를 여의도에서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주 많은 인원이 모이지 못했으나 그래도 성대하게 전야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우리 노동자들이 축축한 스티로폼을 깔고 하룻밤을 자고 오늘 여기 시청광장에서 노동자대회를 했습니다.

이번 2013년도 전국노동자대회 기조는 “선을 넘자”이었습니다. “자본과 정권이 쳐놓은 규율과 선을 넘어야 한다. 지금 그 선을 넘지 않으면 사실상 공안정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노동자와 농민, 우리 서민들의 삶은 더 메말라가고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삼성자본에 의해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고,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삼성노동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서민들이, 농민들이, 이 천박한 나라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 받지 못하고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것을 깨기 위해서라도 자본과 정권이 쳐놓은 규율과 선을 반듯이 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곳 시청부터 동대문운동장까지 다리가 아프도록 뛰었습니다. 경상도 말로 정말 쎄 빠지게 뛰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진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91년도 강경대사건으로 인해서 이 광화문바닥과 종로바닥을 휘어잡던 민주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 정신차리지 않으면,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들고 일어설 것이라는 확신도 받았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 버티고 있습니다. 이럴 때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주면서 반듯이 잘못된 선들을 우리 스스로 뛰어넘고 그들만의 규율을 깨부수는 투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길만이 우리 민중들 전체가 행복하고 편안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함께 갑시다.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