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봉평리 “박두진” 시인 - 청록파 / 문학관 탐방
문학- 시인 박두진 소개 -
시인으로 호는 혜산(兮山)이며, 1916년 경기도안성군 읍내면 봉남리(현 안성시 봉남동)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경주(慶州)#, 혈액형은 A형.
박두진 생애 -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시 <향현(香峴)>, <묘지송(墓地頌)>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묘지송>이라는 시에서는 죽음의 의식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예견하는 햇빛을 노래하여 조국의 광복을 기원하는 분위기가 나타나 있다. 이듬해인 1940년에는 <도봉>이라는 시를 지었다. 해당 시는 도봉산에 올라 일제강점기 말기의 암담한 현실에 대해 느낀 심경을 읊은 서정시다.
8.15 광복 이듬해인 1946년에는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靑鹿派)를 결성하고 청록집(靑鹿集)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해당 시집에는 이전에 창작한 <묘지송>, <도봉> 이외에 <설악부>라는 시도 추가했다.
1949년에는 첫 개인 시집인 해를 발간했다. 해당 시집에 포함된 <해>라는 시는 당대의 비관적인 현실이 ‘어둔’·‘밤’으로 표상되어 있으며 해가 솟아나서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시집 안에는 한컴타자연습으로 유명해진 <청산도>도 수록되어 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8년에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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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앟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 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딿아, 사슴을 딿아,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딿아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딿아 칡범을 딿아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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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송(墓地頌) - 박두진북망(北邙) 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이 외롭지 않어이.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觸髏 -살이 전부 썩은 죽은 사람의 머리뼈) 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읫내도 풍기리.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太陽)만이 그리우리.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군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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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오래 정드리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도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물고,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
달 박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서른 가락도 너는 못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침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 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 높여 부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여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이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난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오너라......, 비둘기와 꽃다발과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복사꽃 피고, 살구꽃 히는 곳, 너와나와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어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싯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딩굴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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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나멋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볼이 고운 사람이, 나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 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고을넘어, 고을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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