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우리문학상
대상 이마리 작가 <버니입 호주 원정대>
“소재부터 새롭고 신선”, “작가의 진정성이 돋보여”
총 62편 응모, 경합 끝에 당선작 선정
제3회 한우리문학상 대상작품이 발표되었다. 아동 36편, 청소년 26편, 총62편이 경합해 한 편의 대상작이 결정되었다.
아동부문 대상작은 이마리 작가의 <버니입 호주 원정대>다.
<버니입 호주 원정대>는 초등학생들이 호주에 캠프를 갔다가 ‘버니입’이라는 상상의 동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익숙한 이야기를 다룬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 구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산 지역에서 동화와 번역작업을 해오던 이마리(본명 이정환)작가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며 “행복한 글쓰기를 계속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마리 작가는 상금으로 2천만 원을 받게 되며 시상식은 2013년 11월 11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함께 진행했던 청소년부문은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응모작들의 참신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동화부문 심사평
우리는 우선 전 응모작을 나누어 읽고 그중 한 두 편씩을 본심에 올리기로 했다. 여기서 뽑힌 다섯 편 가운데 ‘TO 삼촌’은 쉽게 잘 읽히는 장점을 지녔으나 이야기 구조에 흔들림이 있었다. 도입부의 아빠 제사가 전체 이야기와 무슨 연관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고, 또 하나, 수평이가 겪는 상황과 삼촌 처지가 지나치게 흡사한데, 이 같은 경우가 설혹 있다 쳐도 자연스럽진 못했다. 이야기 흐름 또한 매끄럽지 못했는데, 이를테면, 고양이 사건은 그렇다 치고 호박 등 만들기라든가 말미의 고래잡이(포경수술) 등은 눈에 거슬렸다. 물론 이런저런 일을 겪는 동안 그만치 성장했다는 의미로 읽히긴 했지만 그마져도 짜 맞춘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내 친구 슈퍼스타’는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따돌림문제와 맹목적인 연예인 선호현상에 관한 시의성이 담긴 이야기를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흥미 있게 구성한 작품’이다. 글쓴이가 스스로 밝힌 이 같은 창작의도대로 ‘시의성이 담긴 이야기’인데다 작가의 능숙한 솜씨로 ‘흥미 있게 구성한 작품’으로 참 재미있게 읽혔는데, 그것이 장점이면서도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춤추는 냉동인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 인간이 꿈꾸는 노동해방, 전자동시대에 깨어난 냉동인간과 그의 증손자가 시대와 가치관을 뛰어넘는 혈육의 정, 자연의 이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으나 문학작품으로써 감동과 설득력이 부족했다.
이쯤에서 창작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 번 생각해봄직하다. 어떤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작품을 부정하는 데서 창작은 시작 된다’고 말했다지만, 여하튼 창작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남다른 사상, 같은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보는 다른 시각, 그러한 내용에만 딱 들어맞는 구성과 문장을 요구한다. 너무 상식적인데다 과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다른 심사장에서 만난 글을 다시 보는 마음은 참 허전하다.
네 번째 작품 ‘이 세상에 없는 아이’에 대해 작가는 스스로 ‘조선시대 갑신정변 참여했던, 유일한 궁녀 고대수 이야기를 상상해서 그렸다’고 말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올랐던 혁명가 고대수!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며 아기장수 우투리, 혹은 예수 탄생 설화를 떠올렸다. 영웅 탄생과 비극의 종말로 치닫는 서사적 긴장감과 감동을 기대하는 독자의 바람을 전반부의 우연빈발과 개연성 부족이 일찌감치 허무는 게 안타깝다는 지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이 ‘버니입 호주 원정대’인데, 앞서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우선 소재부터 새롭고 이야기 또한 신선했다. 여기에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진정성이 가미됐다. 사실 우리는 잠시 ‘이것을 문학작품, 혹은 창작으로 볼 수 있는가?’라며 가벼운 논란을 겪긴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없는 아이’가 채워주지 못한 갈증을 충분히 풀고 그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작품이었다. 지난날 우리들은 흔히 “애들은 나가 놀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나가 놀데도 없을뿐더러 어른들은 곧잘 “멀리 가지 말라”며 걱정이 많다. 등하교 길, 마을 골목길도 잃어버린 이 시대 어린이들에게 이런 글을 읽히고 싶다. 수상자의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강정규, 이상교, 최은순
청소년소설 심사평
가을이다.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뜨거움 속에서 읽고 또 읽었던 원고들을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각각 예심 작품을 읽고 본심에서 이마를 맞댄 심사위원들의 공통적인 고백은 그 동안 본 심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심사였다는 것이다. 일단 예심에서 본심에 올릴 만한 작품을 찾아내기가 어려워 혹, 놓친 작품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원고를 거듭 읽어야 했다는 점과 응모한 원고를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흥분을 찾을 수 없어 오로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만으로 읽었다는 점이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지난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장편을 완성하느라 고생한 응모자들의 마음이 상할 수 있겠지만, 심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솔직한 속마음의 고백이다. 또한, 심사위원이기전에, 응모자들처럼 글을 쓰는 작가로서 용기를 내어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이런 모질고 아픈 질책이 앞으로 더욱 좋은 작가로 거듭나게 할 수도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일단 본심에 올린 세 작품은 기왕의 작품들보다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나마도 논의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올린 작품들이다.
먼저, 「여섯빛깔 무지개」는 청소년들의 방황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무엇보다 문장은 안정되어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분량이 많은 만큼 여러 인물과 이야기를 중첩해서 다루다보니 이야기의 맥이 이어지지 않고 산만했다. 또한 아이들의 이유 있는 반항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청소년기의 우울과 부정적인 면만 지나치게 부각되었다. 작가가 의도한 스토리를 쫓아가느라 가독성이 떨어졌다.
「그들만의 세상」은 쥐를 의인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는 쥐들의 세계를 보여주어서 신선한 느낌이 들었지만 쥐들이 풀어내는 너무 많은 고만고만한 이야기에 매몰되어 스토리 진행에 방해를 주었다. 또한 결말 부분에서 작가가 주지하고자 하는 주제가 주인공 쥐가 아닌 사람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작위성을 들러내면서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날자」는 네 명의 청소년들의 성장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문장이나 묘사에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치열한 입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탈학교에 대한 일관성도 유지하지 못했다. 작품의 스토리와 구성이 단조로워서 참신성을 반감했으며 촘촘하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핍진성을 놓치고 말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결국 당선작이 될 만한 작품은 없었다. 왜 많은 작품이 투고 되었음에도 당선작을 낼 수 없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의 참신성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나온 청소년소설을 답습하였거나 작금의 시사적인 사태를 현상만 보여주는 르포 형식으로 엮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나열하듯이 수기 형식으로 썼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청소년소설이라는 주관적이고 암묵적인 협의(狹義)에서 벗어나 소재의 확장과 참신성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다시 가을이다, 이 결실의 계절에 빈손을 들여다보고 있기엔 세월이 너무 빠르다.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서, 좀 더 치열하게 일전(一戰)을 각오하자. 모쪼록 작품을 응모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 또한 한국 아동, 청소년문학의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우리열린교육의 박철원 회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심사위원: 송재찬 이옥수 오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