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의 노래 / 신진호
창을 타고 흐르는
오월에 내리는 비는
슬픈 가슴 물들이는
선연한 철쭉 빛 비
속눈썹에 재잘대는
오월의 햇살은
슬픈 가슴 두드리는
환한
보랏빛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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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신록 /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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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오월은 / 김정호
하얀 꽃 한 송이
시들어간 오월
질긴 목숨 하나
불꽃이 되어 타오른다
세월은 흘렀어도
수천의 한 맺힌 통곡 소리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다
초록 향기마저 잊어진 그 해 오월
꽃보다 고운 소녀의 싸늘한 주검도
태양을 뱃속에 넣고 두 눈을 감지 못한
임산부의 한 많은 얼굴도
날카로운 단검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지만
그날 그 함성은
지금도 원혼으로 물결쳐와
시들어간 무덤 위에 무너져
우리들 가슴속에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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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날에/윤슬사강순
바람에 날리는 향기가
스쳐 가는 경적에 청량감을 더하면
산 그림자 우쭐대며 들어온다
빽빽하게 들어찬 울창한 숲도
굴곡진 산허리에 오월을 입혔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푸르른 산의
정기는 누구의 작품일까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오월의 실록 앞에 가리어진다
아카시아 하얀 꽃이 탐스럽게
꽃들을 데리고 다니고
벌과 나비들이 신세계에
포-옥 빠졌다
오월의 훈풍으로 시름을 달래면
온전히 촉각을 곤두세워
세상을 다 가지려 한다
한없이 고운 미소로 응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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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물 드는 5월에 /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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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이 돌아오면 / 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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