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짓는다.
어둠을 짓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윤동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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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그리움이지
사실 난 그리움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곁에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허전함임을 잘 압니다.
슬픔을 잘 아는 척하지만
사실 난 슬픔을 똑바로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같이 있어야 할
대상이 없어지다면.
그것이 눈물 흐를 일임을 잘 압니다.
고독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척하지
사실 난 고독이 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건 없건 새벽 늦게 뒤척이다
아침이 될 무렵에야
잠드는 일이혼자 버텨야
할 서글픔임을 잘 압니다.
아픔과 고통을 모두
짊어진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과의 이별
밖에 해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한사람과 지키지
못한영원하자는 약속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아픔과
고통을 능가하는 가장
크나큰 무게 임을 잘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