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20,1-17; 마태 13,18-23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십계명을 주십니다. 십계명은 오늘 독서인 탈출기 외에 신명기(5장)에도 나오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의 십계명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요, 가톨릭의 십계명은 신명기에 근거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신명기의 십계명이 하느님께 대한 계명이 세 개, 사람에 대한 계명이 일곱 개인데 비해 오늘 탈출기의 십계명은 하느님께 대한 계명이 네 개, 사람에 대한 계명이 여섯 개입니다. 이 중 몇 가지만 나눠보겠습니다.
첫 번째 계명은 “너에게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입니다. 이는 가장 중요한 계명입니다. 우리는 사주나 점을 보면 이 계명을 어기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이에 못지 않은 우상 숭배는 돈이나 명예, 권력 혹은 자기 자신을 하느님 자리에 놓고 섬기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보다 다른 것을 우선시한다면 그것도 또 하나의 우상숭배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계명은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인데요, 하느님은 어떤 표상이나 형상 속에 감금되어 계실 수 없습니다. 형상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가장 올바른 예배인가가 초점이라 하겠는데요, 하느님을 인간이 뜻하는 대로 취급하거나 형상화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을 금하시는 계명이라 하겠습니다.
셋째, “주 너의 하느님의 이름을 부당하게 불러서는 안 된다.” 하느님의 이름을 남용하거나 오용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남에게 악을 끼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거짓 맹세를 하려고 하느님의 이름을 잘못 사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찬양과 기도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넷째,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안식일 계명에는 두 가지 정신이 들어 있는데요, 첫째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이렛날 쉬셨기에 우리도 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너희가 쉬어야 종들과 이방인과 가축도 쉴 수 있다’는 사회적 이유입니다.
다섯째, “부모를 공경하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어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에페소서는 이 계명이 약속이 딸린 첫 계명(에페 6,2)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해 지킬 가장 첫째 되는 중요한 계명입니다.
아홉째 계명은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거짓 증언은 이웃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둘째, 거짓 증언은 사회정의를 구부러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정의를 구부러지게 하는 것은 하느님께 반역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정의’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뿌리는 이의 비유 말씀을 해설해 주십니다. 오리게네스 교부는 “지혜로운 사람은 씨앗을 받아서 기억이라는 땅에 묻어야 한다”고 주해합니다.
복음 말씀을 유심히 보면 두 가지 행위가 중요합니다. 첫째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둘째 말씀을 깨닫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다.” 우선 말씀을 잘 듣고 있는가, 하느님 말씀에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에 잘 귀 기울이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잘 듣지 못하면 깨달을 수도 없고, 열매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다른 모든 성경 말씀처럼 십계명 역시 하느님께서는 자유와 해방을 위해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계명이 또 다른 억압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