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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 (2 : 1~24)
1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두 사람을 정탐으로 가만히 보내며 그들에게 이르되 가서 그 땅과 여리고를 엿보라 하매 그들이 가서 라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거기서 유숙하더니
ㅇ여호와의 종 -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뜻대로 특별한 임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반적 명칭이다. 따라서 이는 본문의 모세 외에도 아브라함(신 9:27), 이삭과 야곱(신 9:27), 갈렙(민 14:24), 삼손(삿 15:18), 사무엘(삼상3:9), 다윗(삼하 3:18), 이사야(사 20:3)를 위시한 여러 선지자들(스 9:11), 그리고 신약 시대
의 바울(롬 1:1) 등에 게도 적용되었다.
ㅇ모세가 죽은 후에 - 왕상 6:1의 기록에 근거하여 모세의 임종 시기를 역산하면, 대략 모세의 임종 시기는 B.C. 1405년 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모세의 죽음은 신명기의 마지막 부분인 34장에 언급되어 있다. 따라서 이 구절은 여호수아서를 모세오경에 연결시켜줄 뿐만 아니라 여호수아서가 모세 오경의 계속임을 보여준다. 이러한사실은 히브리 성경(Massoretic Test) 초두가 와우 계속법으로 시작되고 있다는점에서도 확실히 뒷받침된다(Calvin, Keil).
ㅇ모세의 시종 - 여기서 '시종'(侍從)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메솨레트'는 주로 성전에서 봉사하는 사람을 뜻하나, 여기서는 개인적인 업무 보좌관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 말은 여호수아가 모세의 사환(심부름꾼)이었음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모세의 보좌관이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Lange). 그러므로 공동 번역은 이를 '부관'(副官)으로 번역함으로써 그의미를 충분히 살렸다. 사실 여호수아는 모세가 죽기 전 모세의 부관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한 이스라엘의 제 2인자였다(출 24:13; 33:11; 민 11:28; 신 1:38).
ㅇ여호수아 - 여호수아가 성경 역사의 표면에 처음 나타나기는 출애굽 직후 아말렉과 맞붙은 르비딤 전투(출 17:8-16)에서였다. 그때 이후 그는 시내 산 율법 수여시 모세와 동행했고(출 24:13, 14), 가나안 정탐시에는 갈렙과 더불어 신앙적 보고를 하는 등(민18:8;14:6-9)모세 곁에서 충실히 모세를 보좌하면서 이스라엘의 차기 지도자로서의 수업을 쌓아갔다. 마침내 모세 말년에 하나님께서는 그를 모세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 인정하여(민 27:15-23; 신 31:3, 7, 14)이스라엘을 이끌고 요단 강을 건너게 하셨던 것이다. 출 17:9; 민 13:16 주석 참조.
ㅇ일러 가라사대 - 가나안 정복 전쟁기라 할 수 있는 여호수아서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종종 사용되었는데(3:7; 4:1, 15; 5:2, 9; 7:10; 8:1 등), 이는 하나님과 여호수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며, 동시에 가나안 정복의 참 지도자는 바로 하나님이심을 알게해 준다. 한편 구약시대에 말씀의 전달 방법은 직접적 음성, 꿈, 이상 등 다양하지만(Berkhof), 여기서는 어떤 방법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마 여호수아는 모세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음성을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Woudstra).
2 혹이 여리고 왕에게 고하여 가로되 보소서 이 밤에 이스라엘 자손 몇 사람이 땅을 탐지하러 이리로 들어 왔나이다
ㅇ내 종 모세가 죽었으니 - 모세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목전에서 죽게된 직접적인 이유는 가데스에서의 비신앙적 행위 때문이었다(민 20:10-12). 그러나 그 속에는 분명 심오한 구속사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이에 대하여는 민 20:12; 신 3:27 주석을 참조하라.
ㅇ이제(웨아타) - 접속사 '웨'는 대체로 '그리고'(and)로 번역되는데, 여기서는 '그러므로', '그래서'의 뜻이 강하다. 개역 성경은 이 부분의 번역을 생략함으로써 그 의미를 상실시켰지만 영역본 KJV, RSV, NIV 등은 'therefore', 'so', 'then' 등으로, 또한 공동 번역은 '그러니'로 번역함으로써 그 의미를 충분히 살렸다. 한편 '아타'는 '지금', '곧장', '이때에'를 뜻하는데, 따라서 '그러므로 이제'를 뜻하는 '웨아타'는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을 가나안에 인도해야 할 이유 및 시점을 밝혀 준다.
여기에서 그 이유는 바로 앞에 서술되어 있는 '모세의 죽음'이고 그 시점은 '곧장'이다.
ㅇ이 모든 백성으로 더불어 - 이는 요단을 건너가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될 대상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즉 여기서 지시어 '이'(하제)는 그들이 다름아닌 '모든 이스라엘 백성'임을 강조해 준다.
ㅇ일어나(쿰) - 이 말은 본래 말 그대로 일어서는 신체적 행위를 뜻할 때 사용되는 동사이지만, 군사적 개념으로 자주 사용되어, 전쟁을 위한 준비(삿 7:15), 전쟁 수행(출 2:17), 전쟁의 승리를 뜻하기도 한다.
ㅇ이 요단을 건너 - '내려가다', 급하게 '흐르다'의 뜻을 지닌 '야라드'에서 파생된 '요단'은 '빠르게 흐르는 강'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Lange).
이강은 해발 2,852m인 헬몬 산에서 발원하여 갈릴리 호수까지 28km를 흘러 내린후, 거기서 다시 해면(海面)보다 380m나 아래인 사해(死海)까지 직선 거리로 약 104km(곡선거리는 총 직선 거리의 3배에 해당)나 흘러 내려가는 팔레스틴 최장, 최대의 강이다<4:19-24 강해, 요단 강>.
ㅇ내가...주는 땅 - 3절의 '내가...주었노니', 6절의 '내가...주리라 한' 등의 말과 더불어, 가나안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거저 주신 선물임을 보여주며, 동시에 당신의 약속을 변치않고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준다. 특히 여기서 '주는'(* , 노텐)은 현재 분사형으로, 하나님께서 가나안을 지금 막 주시고자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3 여리고 왕이 라합에게 기별하여 가로되 네게로 와서 네 집에 들어간 사람들을 끌어내라 그들은 이 온 땅을 탐지하러 왔느니라
ㅇ모세에게 말한 바와 같이 - 하나님께서는 과거 모세에게 약속하셨던 내용(신 11:24, 25)을 상기시키심으로써, 그 약속을 어김없이 지키시는 당신의 신실하심을보여주셨다(Goslinga).
ㅇ내가...주었노니 - 여기서 '주었노니'(네타틴)는 완료형으로서, 장차 주실 가나안을 이미 주신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Soggin). 이러한 표현은 하나님은 신실하사 당신의 약속을 반드시 성취시키실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4 그 여인이 그 두 사람을 이미 숨긴지라 가로되 과연 그 사람들이 내게 왔었으나 그들이 어디로서인지 나는 알지 못하였고
ㅇ광야와...대해까지 - 장차 이스라엘의 소유가 될 땅의 경계가 창 15:18-21과 출 23:31에는 개략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반면에, 민 35:1-14과 본절에는 보다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본절에 의하면 이스라엘에게 약속된 가나안 땅은 남쪽으로는 가나안 동남쪽에 위치한 신(Zin) 광야, 서쪽으로는 해 지는 편인 대해(大海) 곧 지중해, 동쪽으로는 큰 하수(河水) 곧 유브라데 강, 그리고 북쪽으로는 레바논 산맥이 그 경계를 이루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민 34:1-14; 신 11:24 주석 부분을 참조하라.
ㅇ헷 족속 - 가나안 7족속 중의 하나로(신 1:7), 족장 시대 때부터 가나안 땅에 거주해 왔던 큰 족속이었다(창 23:3, 4;26:34;27:46). 이들 족속은 본래 가나안의 둘째 아들 헷의 후손들로서(창 10:15) B.C. 2000년 경에 이미 소아시아 전역에 도시국가를 건설하고 발전하고 있었다. 그후 이들 족속은 가나안 땅으로까지 들어와 가나안 정복 당시 상당히 넓은 판도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여기 '헷 족속의 온 땅'이란 표현은 가나안 지경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 것이다(Keil). 한편 고고학적 문헌을 보면, 초창기 헷 제국의 왕으로 '두달리아'(Tudhalia)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학자들은 이 자를 고임 왕 '디달'(Tidal, 창 14:1)과 동일시 하기도 한다(D. Douglas,New Bible Dictionary, 9. 528).
ㅇ너희 지경이 되리라 - 여기 제시된 가나안 지경이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잠깐 비슷한 범위의 지경까지 차지된 적은 었으나, 한번도 그 모든 지경을 완전히 차지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이 지경은 하나님께로부터 허락된 이상적 범위이며, 이스라엘 백성의 순종 여부에 따라 그 판도가 축소될 수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C. Vonk).
5 그 사람들이 어두워 성문을 닫을 때쯤 되어 나갔으니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되 급히 따라가라 그리하면 그들에게 미치리라 하였으나
ㅇ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 자 없으리리 - '너를 능히 당할 자'라는 말은 문자적으로 '네 앞에 설 수 있는 자'(any man be able to stand before thee, KJV)란 뜻이다. 인간이 감히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듯이, 여호수아 앞에는 어느 누구도 대적하려고 설수 없다는 말이다. 여호수아에게 이처럼 특별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은 곧 전개될 가나안 정복 전쟁시 무수한 원수들과의 전투가 있을 예정이었으므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ㅇ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같이 - 40년 동안 모세 곁에서 직접 그와 함께 해 주셨던(출 3:12;4:12, 15) 하나님의 능력을 누구보다도 뚜렷히 목격한 여호수아이기에, 지금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신 이 말씀은 그에게 큰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었을 것이다.
ㅇ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라 - 이 말은 앞서 약속한 '너를 능히 당할 자가 없으리라'는 말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는 말씀이다. 일찍이 이스라엘의 족장들이 형통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창 26:24;28:15;31:3). 이러한 맥락에서 후일 예수님께서도 승천하시기 전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는 최후의 말씀을 남기셨는데, 실로 하나님께서 그 택한 자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마 1:23)사상은 신구약 전체를 통해 흐르고 있는 하나의 큰 맥(脈)인것이다.
ㅇ떠나지 아니하며 - '떠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라파는 '기울다', '떨어뜨리다'를 뜻한다. 따라서 문자적으로 이 말은 '떨어뜨리지 아니하며'(Blair)로 번역된다.
ㅇ버리지 아니하리니 - 이 말은 앞에 나오는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약속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한편 시 37:25-33에는, 결코 하나님께서 의인을 악인의 수중에 떨어 지게함으로써 그를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되어 있다.
6 실상은 그가 이미 그들을 이끌고 지붕에 올라가서 그 지붕에 벌여놓은 삼대에 숨겼더라
ㅇ실상은 - 문장 초두에 나오는 접속사 '웨'(* )의 번역으로 직역하면 '그러나'이다(KJV, RSV, NTV).
ㅇ지붕에 올라가서 - 지붕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가그'는 '건물의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데, 대개 고대 근동 지방의 지붕은 뽀족하지 않고 평평하였다. 따라서 이곳에서 휴식, 담소, 기도 등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었다(Lange).
ㅇ삼대에 숨겼더라 - 여기서 '삼대'는 '목화 깍지'(cotton pods, Michaelis)도 아니고, '나무 아마'(tree flax, Thenius)도 아니다. 그것은 곧 '삼 줄기'(the stalks of flax, KJV, NTV, RSV)를 가리킨다. 한편 '삼'은 물속에서 자라는 식물로, 보통 그 줄기의 길이가 0.9-1.2m이다. 따라서 햇볕에 말리기 위해 지붕위에 널어 놓은 삼대는 정
탐꾼의 은닉처로서는 매우 좋았을 것이다(Keil & Delitzsch, Vol. II. p. 34).
7 그 사람들은 요단 길로 나루턱까지 따라갔고 그 따르는 자들이 나가자 곧 성문을 닫았더라
ㅇ그 사람들 - 여리고 왕의 명령을 전한 사신들로서(3절), 4, 5절의 '그 사람들' 곧 정탐꾼들과는 전혀 다른 무리들이다.
ㅇ나루턱까지 - '나루터' 앞에 관사 '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나루터는 그 당시에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여리고 근처의 나루터로 이해해야 한다(Keil & Delitzsch, Vol. II. p. 35).
ㅇ나가자 곧 성문을 닫았더라 - 성문을 이렇게 민첩하게 닫은 이유는 혹시라도 정탐꾼들이 성내에 남아 있을 경우, 그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Keil).
8 두 사람이 눕기 전에 라합이 지붕에 올라가서 그들에게 이르러
ㅇ눕기 전에...지붕에 올라가서 - 당시 팔레스틴의 가옥 구조상 지붕은 평평했고, 외부 층계로부터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지붕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했던 관계로 빨랫거리나 곡식, 그리고 삼대 등을 건조시키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흔히 이 지붕 위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9 말하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백성이 다 너희 앞에 간담이 녹나니
ㅇ여호와 -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은 구속주 '여호와'의 이름이 이방 여인 기생 라합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광야 여정, 그리고 요단 동편 아모리 족속 정벌 사건 등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신의 능력이 이미 가나안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Knobel).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가나안인들이 알고 있었던 '여호와'에 관한 지식은 스스로 영원토록 계시는 인격적 유일신(唯一神)으로서가 아니라 히브리인들의 민족신(民族神)으로서 그 능력이 탁월한 신이라는 정도였다. 따라서 그들 가나안인들 대부분은 여호와를 경외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단순히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라합은 여호와의 전능성과 광대무변성을 알았을 뿐 아니라 믿었고(11절), 나아가 그 믿음에 근거하여 여호와께 은혜를 구할만큼 여호와의 긍휼성도 확신했던 것이다(12, 13절). 이로 인해 라합은 결국 믿음의 소유자로 후일 인정받을 수 있었다(히 11:31; 약 2:25).
ㅇ너희...우리 - 두 대명사가 아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너희'는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키며 '우리'는 모든 가나안 거민을 의미한다(Keil).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 도하(渡河)후에 부른 찬양(출 15:13-18; 신 2:25;11:25)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가나안 거민이 대조되어 나타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 라합의 고백은 '가나안 모든 거민이 낙담하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의 성취를 생생히 대변해 주고 있다(Woudstra, Goslinga).
ㅇ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 과거 이스라엘이 가나안 거민을 두려워했던 것(민 13:33)과는 정반대로 이제는 가나안 거민이 이스라엘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심히 두려워하고 있다. 그때, 모세 당시 가나안 거민에게 겁을 집어먹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차지하지 못했듯, 이제 여호수아 당시 이스라엘에게 겁을 집어먹은 가나안 거민들은 그 땅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ㅇ간담이 녹나니 - '녹다'의 히브리어 '무구'는 '녹아(물갈이)흘러 내리다'(7:5)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개역 성경의 '간담이'라는 말은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하여 원문에 추가된 것이다.
10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편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라
ㅇ본절에는 요단 서편에 살고 있는 가나안 거민들의 간담을 녹게 한 두 가지 큰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즉 (1)홍해 물을 마르게 한 사건(출 14:15-22), (2)요단 동편의 아모리 두 왕이 전멸당한 사건(민 21:21-35)이 그것이다.
ㅇ전멸시킨 일(헤헤람템) - 이것은 '저주하다', '완전히 파괴시키다'를 뜻하는 동사 '하람'에서 파생되었다. 이 동사는 하나님의 거룩한 공의(公義)의 속성과 관련하여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철저히 파괴하여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때 사용되는 개념으로(Lange), 여호수아의 군대가 진멸한 거의 모든 도시들에 대해 사용되었다.(여리고, 6:21; 아이, 8:26; 막게다, 10:28; 하솔, 11:11등).
11 우리가 듣자 곧 마음이 녹았고 너희의 연고로 사람이 정신을 잃었나니 너희 하나님 여호와는 상천 하지에 하나님이시니라
ㅇ마음이 녹았고 - 여기서 '녹았고'의 히브리어 '마사스'는 주로 어떤 큰 공포나 두려움과 관련하여 완전히 절망하는 것을 뜻한다(5:1;7:5; Carr).
ㅇ정신을 잃었나니 - 직역하면 '영혼이 남아 있지 않으니'로, 곧 대항하거나 싸울 용기를 상실하는 것을 뜻한다(NTV).
ㅇ상천 하지에 하나님이시니라 - 문자적으로는 '위로는 하늘에 계시고, 아래로는 땅에 계신 하나님'(KJV, RSV, NTV)으로, 신 4:39에 나타나 있는 모세의 말을 연상케 한다.
12 그러므로 청하노니 내가 너희를 선대하였은즉 너희도 내 아버지의 집을 선대하여 나의 부모와 남녀 형제와 무릇 그들에게 있는 모든 자를 살려주어 우리 생명을 죽는데서 건져내기로 이제 여호와로 맹세하고 내게 진실한 표를 내라
13 (12절에 포함되어 있음)
ㅇ선대하였은즉...선대하여 - '선대'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헤세드'는 근본적으로는 상호 체결한 언약 관계에 충실한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구체적으로, 자비. 친절의 개념도 내포되어 있다. KJV, RSV, NTV, ASV, JB등 거의 모든 역본들 역시 그러한 뜻으로 해석하였다. 출 15:13 주석 참조.
ㅇ내 아버지의 집...모든 자 - 라합은 단순히 자기의 목숨만을 구원받으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지않고, 믿음에 근거하여 자기의 가족 및 친척까지 구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아버지의 집'과 '자신'을 분리시키지 않고 동일시하는 사고는 고대 근동 지방의 사고 방식이기도 하다(Woudstra).
ㅇ살려주어...죽는데서 건져 내기로 - 이를 통해 볼 때, 앞에서 '선대했듯이 선대하라'고 한 말은 구체적으로 가나안 군대의 칼로부터 당신들의 생명을 구해주었으니,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군대의 칼로부터 자신의 생명도 구해달라는 말임을 알 수 있다.
ㅇ여호와로 맹세하고 - 이렇게 신의 이름으로 서약을 요구한 것은 이스라엘 군대가 성읍을 맹공격하다 보면 전쟁의 열기 때문에 혹시라도 약속한 바를 잊고 지키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의 이름으로 맹세할 경우, 신을 맹세의 보증인으로 삼는 결과가 되어 그 맹세의 신빙성과 성결성이 인침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만일 그 맹세를 어겼을 경우, 신이 친히 그 위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기 때문이었다(Calvin). 한편, 그러한 의미에서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어떤 중요한 일을 서약하거나 확증할때 그들이 믿는 신(神)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습성이 사람들의 몸에 배어 있었다(암 8:14).
ㅇ진실한 표(오트 에메트) - 문자적 으로는 '진리의 증표'(a true token, KJV ; a sure sign, NTV)이다. 구체적으로 이 증표는 여호와의 이름으로 행하는 맹세 자체를 가리킨다(Woudstra, Keil).
14 두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가 우리의 이 일을 누설치 아니하면 우리의 생명으로 너희를 대신이라도 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이 땅을 주실 때에는 인자하고 진실하게 너를 대우하리라
ㅇ누설치 아니하면 - 정탐꾼들이 맹세에 앞서 붙인 조건으로, 곧 '이 정탐 사건을 침공시까지 누구에게든지 발설하지 아니하면' 이란 뜻이다. 다시 말하면 '네가 마음이 변하여 우리를 배반하지 아니하면'이란 뜻이다(Keil). 우리의 생명으로 너희를 대신이라도 할 것이요 - 13절에서 라합이 요구한 바 맹세는 이 말로 이루어졌다. 구약 성경
에서는 맹세를 할 때 흔히 "만일 네가...하면(아니하면), 내가...하리라(아니하리라)"등의 조건식 표현으로 이루어졌고, 그 맹세의 보증으로 여호와의 이름을 사용했다. 따라서 맹세자가 맹세시 내건 조건을 만일 상대방이 어겼을 경우, 그 맹세자는 그 맹세를 준수할 의무에서 해방되었고, 반대로 상대방의 조건 준수에도 불구하고 맹세자가 자신의 맹세를 어겼을 경우에는 여호와의 징벌을 면치 못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여기 정탐꾼들은 '누설치 않을 경우'를 조건으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여호와 앞에 맹세하고 있는 것이다.
ㅇ인자하고 진실하게(헤세드 웨에메트) - 앞절(13절)에 이미 나타난 '선대', '진실한'이라는 단어와 같은 단어이다. 따라서 라합은 라합대로, 정탐꾼은 정탐꾼대로 '인자와 진실'이라는 개념 아래서 서로 믿는 마음으로 약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성경에서 이 '인자와 진실'은 언약 관계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대표적 표현이다(창 24:27, 49;32:10).
15 라합이 그들을 창에서 줄로 달아내리우니 그 집이 성벽 위에 있으므로 그가 성벽 위에 거하였음이라
ㅇ줄(헤벨) - '묶다'를 뜻하는 '하발'에서 파생한 말로서, '끈'(cord), 혹은 '밧줄'(rope)을 듯한다. 영역본 KJV는 '끈'으로, RSV, NTV, Living Bible, JB 등은 '밧줄'로 번역하였다.
ㅇ그 집이 성벽 위에 있으므로 - 성서 고고학자 가스탕(J. Garstang)의 여리고 성 발굴(1930-1936) 결과에 의하면, 여호수아 당시의 여리고 성은 4.5m 간격의 두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두 성벽 사이에 큰 대들보를 올려 놓고 그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라합의 집도 분명 이러한 집들 중의 하나로서, 아마 그 집 들창이 외곡 성벽 쪽으로 나 있었던 것같다. 따라서 바깥 벽쪽으로 나있는 집의 창문을 통해 정탐꾼들이 여리고 성(城)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용이한 일이었다(J. P. Free Archaeology and Bible History).
16 라합이 그들에게 이르되 두렵건대 따르는 사람들이 너희를 만날까 하노니 너희는 산으로 가서 거기 사흘을 숨었다가 따르는 자들이 돌아간 후에 너희 길을 갈찌니라
ㅇ따르는 사람들 - 정탐꾼들을 쫓는 여리고 성의 추격대를 가리킨다. 만날까 하노니(펜 이프게우) - '만나다'의 히브리어 '파가'는 '마주치다', '습격하다'의 뜻도 내포하고 있다. 또한 '펜'은 '...하지 않도록'(lest)의 뜻이므로, 이 말을 직역하면 '마주치지 않도록'(lest...meet, KJV)이다.
ㅇ산으로 가서...숨었다가 - 혹자(Lange)는 이곳을 동굴이 많은 여리고 북쪽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리고 성의 남과 북 및 동쪽은 산이 없는 평원 지대로 밝혀졌다. 그런데 북서쪽 지역에는 해발 450m가량의 산이 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는 또한 많은 바위 및 동굴이 있어 은신처로서는 적격 이었다(Woudstra, J.P. Free). 따라서 라
합은 정탐꾼들을 이곳으로 도피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늘날 일대 지역은 '예벨 콰란탈'(Jebel Qarantal)로 불리우는데, 흔히 예수께서 시험받으신 장소로 추정되기도 한다.
17 두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가 우리로 서약케 한 이 맹세에 대하여 우리가 허물이 없게 하리니
ㅇ맹세에 대하여...허물이 없게 하리니 - 정탐꾼들은 18-20절에서 3가지 조건 < (1) 창에 붉은 줄을 매어 달것 (2) 온 가족이 다함께 모여있을 것 (3) 정탐 사실을 누설치 말것>을 붙임으로써, 라합에게 서약한 자신들의 맹세를 아무런 하자 없이 지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구절은 만일 이러한 조건이 라합에 의해 이행되지 못할 경우, 그들은 자신들의 맹세에 대해 책임이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Keil).
18 우리가 이 땅에 들어올 때에 우리를 달아내리운 창에 이 붉은 줄을 매고 네 부모와 형제와 네 아비의 가족을 다 네 집에 모으라
ㅇ이 붉은 줄 - 이 줄은 15절에 나타난바 정탐꾼들을 달아내리운 그 '줄'을 가리킨다(Luther, Keil). 정탐꾼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고 또한 라합과 그 권속을 구하게 될 이 붉은 줄에 특별한 생명적 의미를 부여하여 그렇게 지시한 것 같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이 붉은 줄이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속죄의 피를 예표한다고 해석하였다(Clement, Justinus, Origen, Luther). 그리고 이 붉은 줄의 의미를 출애굽 직전 문설주에 뿌려진 유월절 어린 양의 피와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Matthew Henry). 실로 성경 전체의 사상을 통해 볼 때 '붉은 색'은 생명과 구원을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와 밀접히 연관된다(C. Vonk).
ㅇ네 집에 모으라 - 초대 교회의 교부 오리겐(Origen, 185? - 254?)은 라합의 가족들이 오직 집 안에 있을 때에만 구원이 약속된 사실에 근거하여, 그리스도의 피를 통한 구원은 오직 교회 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19 누구든지 네 집 문을 나서 거리로 가면 그 피가 그의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우리는 허물이 없으리라 그러나 누구든지 너와 함께 집에 있는 자에게 누가 손을 대면 그 피는 우리의 머리로 돌아오려니와
ㅇ그 피가 그의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갈 것이요'(레 20:9)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서, 곧 이 말은 '죽음에 대한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 또는 '너의 잘못(죄) 때문에 네가 죽는 것이다'란 뜻이다.
20 네가 우리의 이 일을 누설하면 네가 우리로 서약케 한 맹세에 대하여 우리에게 허물이 없으리라
ㅇ허물이 없으리라 - 이 말에 해당하는 기본 동사 '나카'는 '짐을 벗다', '-로부터 자유케 되다', '무죄하다'등의 의미이다. 즉 정탐꾼들이 라합에게 제시한 세 가지 조건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정탐꾼들은 하나님 앞에서 서약함으로써 자신들을 얽어맨 그 '맹세'로부터 자유케 될 것이라는 뜻이다.
21 라합이 가로되 너희의 말대로 할것이라 하고 그들을 보내어 가게 하고 붉은 줄을 창문에 매니라
ㅇ너희의 말대로 할 것이라 - 이스라엘 정탐꾼들에 대한 라합의 전적 순종의 모습이 돋보인다. 즉 라합은 자신과 자신의 권속이 멸망으로부터 구원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 순종 뿐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라합의 이러한 순종은 물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앙으로 인해 라합은 결국 그리스도의 족보로 편입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마 1:5). 한편 라합의 구체적인 순종의 행동은 이스라엘 군대의 여리고 성 진격에 맞춰 필요할 때 행해졌을 것이다(Keil).
22 그들이 가서 산에 이르러 따르는 자가 돌아가도록 사흘을 거기 유하매 따르는 자가 그들을 길에서 두루 찾다가 만나지 못하니라
ㅇ사흘을 거기 유하매 - 두 정탐꾼이 라합의 충고(16절)를 충실히 따랐음을 알 수 있다.
ㅇ길에서 두루 찾다가 - 직역하면 '모든 길을 수색하다'이다. 여리고 성에서 요단 강까지의 거리는 불과 13km이며, 도보로는 3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이다. 이 일대를 삼일 동안이나 샅샅이 뒤졌다는 사실은 정탐꾼들을 체포하기 위해 여리고 성의 군사들이 안간힘을 썼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큰 실수는 정탐꾼들이 숨어 있는 '산'이 아닌 '길'만 뒤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사흘 동안 산 속에서 꼼짝말고 숨어 있으라는 라합의 충고(16절)가 주효했음을 알게 해 준다. 왜냐하면 만알 정탐꾼들이 혹시라도 돌아가는 상황이 궁금하여 산에서 내려와 길로 들어섰다면 틀림없이 발각되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23 그 두 사람이 돌이켜 산에서 내려와 강을 건너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나아와서 그 당한 모든 일을 고하고
ㅇ고하고(사파르) - '조사하다', '쓰다', '수를 세다'를 뜻하는 말로, 곧 보고 겪은 사실을 자세히 기록하여 샅샅이 보고했다는 뜻이 된다. 한편 이 두 정탐꾼의 보고의 핵심은 '여호와께서 그 온 땅을 우리 손에 붙이셨다'는 내용인데, 이는 오래 전 가데스에서 모세가 열 두 정탐꾼을 보내었다가 그들의 귀환후 벌어졌던 부정적(否定的)인 상황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민 13:25-33).
24 또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진실로 여호와께서 그 온 땅을 우리 손에 붙이셨으므로 그 땅의 모든 거민이 우리 앞에서 간담이 녹더이다
ㅇ우리 손에 붙이셨으므로 - '붙이다'의 히브리어 '나탄'은 번역상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나, 대체적으로 '주다', '양도하다', '위임하다' 등을 뜻한다.
따라서 이말은 '우리의 손 안에 넘겨 주셨으므로'라고 해석할 수 있다.
ㅇ간담이 녹더이다 - 두 정탐꾼이 이처럼 여호수아에게 자신있게 보고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라합의 정보(9, 11절)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표현은 매우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히브리 특유의 표현 방법이다.
이처럼 히브리인들은 어떤 상황을 묘사함에 있어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심지어 심적(心的) 상황까지도 구체적인 신체 부위를 예로 들어 마치 눈에 보이듯이 생생하게 표현하는 수사학적 특징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