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이랑 시인의 시집 『청어』가 시작시인선 0269번으로 출간되었다. 정이랑 시인은 등단 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솔직 담백한 말로 이루어진 시로 인간의 슬픔과 희원을 노래해 왔다. 첫 시집 『떡갈나무 잎들이 길을 흔들고』와 두 번째 시집 『버스정류소 앉아 기다리고 있는,』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생활에 밀착한 시편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시인은 생의 이면을 담담하게 응시한다.
이번 시집의 제목인 ‘청어’는 시인의 가슴속에 꿈틀대는 꿈이자 미래이고 가슴으로 낳은 자식인 ‘시’이기도 하다. 해설을 쓴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해 “정이랑 시인에게 시 쓰기란 바로 물길을 내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는 미래를 향한 물길을 열기 위해 온몸으로 시를 쓰고 있는 것, 그 물길을 여는 온몸의 궤적이 바로 시집 『청어』라고 하겠다”라고 평했다. 표제작 「청어」에서 “대한민국에서 여자는 몰래 무엇인가를 키운다는 것이 참 어렵고 고달픈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때로 아들 녀석이 청어를 대신해 줄 것이라고 믿기도 하면서 10여 년을 흘러왔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시인에게 ‘청어’는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의 물길을 넘나드는 삶의 희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정이랑 시인은 오랜 세월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청어 떼를 이번 시집에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물살을 가르고 물길을 내는 청어처럼 정이랑의 시가 꿈과 희망을 담은 풍등이 되어 우리가 걸어야 할 삶의 길을 환히 비추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청어靑魚 13
이 집 여자:저 집 여자 14
닭 15
생강나무를 생각해요 16
질경이꽃 17
돌탑 18
밥값 19
아름다운 비상금 20
다시 여기에 온다면, 22
돌멩이 23
반장 엄마 24
깁스를 하고 25
나팔꽃 사랑 26
여주 열매 28
명함 29
제2부
비 맞는 신갈나무 33
양떼목장으로 갑니다 34
천혜향 35
거울 속의 방 36
언니 37
〈풍성한 교회〉 옆에는, 38
맨발로 걷기 40
늙어가는 것이다 42
동문반점 43
8번 타자 44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46
설거지가 하기 싫다 48
가시나무 새 50
곽앤신이비인후과 51
스펀으로 간다 52
제3부
손 55
고구마 캐던 날 56
별을 보다 57
동국사 앞마당에 서서 58
산벚나무 59
시인詩人 60
드라이플라워 61
김영자 여사님 62
감자 64
꿈 해몽 65
덕아웃 66
달리기 선수가 되다 68
축시를 낭독하다 70
외도外島 71
나, 오늘 72
제4부
껌 75
나주곰탕 76
나를 무심코 지나가는, 그 사람 78
가지나무 뽑기 79
생일날 80
봄 81
짝 82
넘어진 이유 83
텃밭 84
기차를 기다리며 술을 마신다 85
그립다, 파라나강 86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88
I Can’t Stop Loving You 89
남산에서 막걸리 마시지 90
지렁이 91
해?설
이성혁 미래로의 물길을 여는 시 쓰기 92
정이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