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한문학 「기성보주 유자(岐城寶珠柚子)」 거제도 귀한 보배 황금유자>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예로부터 거제도 토산품 ‘유자(柚子)와 귤(橘)’은 해풍의 짠맛에 길들어져 그 향기가 매혹적이라, 노란 금빛의 유혹에 감히 고개를 돌릴 수 없다. 어린 시절, 유자나무 밑둥 주위 흙을 조금 파내고, 바닷가 썩은 생선과 각종 해초를 묻고 집안에 보관 중인 거름과 함께 흙을 듬뿍 덮으면, 해갈이도 없이 유자가 주렁주렁 해마다 열렸다. 특히 해초를 거름으로 많이 줄 때면, 그 유자의 과즙이 얼마나 진한지. 온 마을이 유자 향기로 새벽을 열 수 있었다.
이번 지면에는 거제도의 귀한 보배 ‘황금 유자(柚子)’ 오언고시(五言古詩) 「기성보주 유자(岐城寶珠柚子)」를 소개하겠다. 이 한시는 거제 고전학자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의 작품으로, 총12구(句)로 구성되어 있다. ‘거제도에는 푸른 나무에 층층 알알이 달린 황금 유자가 가득하다. 그래서 가을철이면 물가 숲마다 푸르고 성긴 누런빛(黃翠色)으로 온통 뒤덮고 있다’고 읊었다.
◉ 한편 세종8년(1426년) 남부지방에 유자(柚子)와 귤(橘) 재배를 중앙정부에서 권장해, 착과량을 호조에 보고하게 하고 직접 감사가 작황을 조사하여 상납하게 하였다[세종실록]. 또한 동국여지승람에는 “유자 생산 지역이 전남은 영남, 장흥, 해남, 강진, 진도, 순천, 낙안, 보성, 광양, 고흥이고 경남은 곤양, 남해, 사천, 하동, 창원, 거제, 사천, 기장이다.”라 적고 있다. 그러나 이후 관리들이 이를 착복하기 위해 봄에 열매가 달리면 일일이 개수를 세웠다가 늦가을에 이 숫자에 맞추어 공물로 거두어들이니 백성의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남몰래 유자나무 밑둥을 베어내기에 이른다. 1506년 거제도 상문동 유배객 용재(容齋) 이행(李荇1478~1534)은 「마상견유화(馬上見榴花)」 오언율시에서 “고을현(縣) 사람 중에 유자나무를 벤 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聞縣人有伐柚子樹者)”고 따로 기록해 놓았다. 이후 조선 말기에는 유자도(柚子島)에 유자나무가 완전히 없어졌고 대나무만 울창하여 명칭도 죽도(댓섬 竹島)로 바뀌었다.
◉ 남구만(南九萬)이 1680년 남해도에서 이르길, 숙부께서 진도(珍島)로 유배 가셨을 때에 유자 껍질을 잘게 썰고 가늘게 썰은 배(梨)와 실처럼 썰은 전복과 합하여 김치를 담았는데, 풍미(風味)가 뛰어나서 ‘연화(煙火) 가운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하였다. 나도 이것을 본받아 김치를 만들었다고 기록했는데, 이는 옛날 남부해안 지방에서 유자라는 토산품을 활용해, 담아 먹었던 최고급 김치였다.
○ 그리고 500년 전 거제도 유배객 이행(李荇)과 한충(韓忠) 선생은 거제도에 유자나무가 우거졌고 귀한 과실로 대접을 받는다고 한시를 남겨 전하고 있으며, 또한 거제 유자는 조선시대 말까지 각종 상납 물품과 특산물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유자는 거제도와 오랜 역사적 인연이라 그런지, 왠지 친숙하게 다가오는 늦가을 보배다. 거제 사람들은 12월 유자의 공덕을 이렇게 칭송한다. “유자는 얽어도 제사상에 오르고 탱자는 고와도 똥밭에 구른다.”
○ 또한 1520년 거제시 수양동 유배객 송재(松齋) 한충(韓忠 1486~1521)의 ‘陽’ 운(韻)의 칠언절구 평기식 「식유(食柚)」 ‘유자를 먹으며’에서, “남쪽 큰 바다엔 도서(島嶼)가 줄 잇고 따뜻한 땅이라 가을에도 서리가 없다네. 사철나무인 귤과 유자나무가 많아 맛좋은 과실이 가지마다 누렇게 처져 열린다.(南溟島嶼長 地暖秋無霜 冬靑多橘柚 佳實壓枝黃)”고 읊었다.
○ 게다가 1550년대 거제시 고현동 유배객 유헌(游軒) 정황(丁熿 1512~1560)의 ‘麻’ 운(韻)의 오언율시 측기식 「상귤(霜橘)」 ‘서리 맞은 귤’에서, “남녘 땅 세한의 푸른 나무, 일찍이 천지간에 너를 아름답게 여기셨다. 가시가지가 칼과 창처럼 날카롭고 금 같은 열매가 영롱히 비꼈구나. 그 성품에 바람과 서리를 만날 때마다, 비와 이슬이 더해지누나. 회수 강남에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굴원도 감탄했다.(南服歲寒樹 后皇曾汝嘉 棘枝劍戟立 金實玲瓏斜 渠性風霜見 幾時雨露加 一心限淮水 深固三閭嗟)”고 기록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고 밝혔다.
○ 더하여 1694년 겨울, 거제면 동상리 유배객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1658~1716) 선생은 칠언고시 「남주유가(南州柚歌)」에서 거제도 유자를 다음과 같이 칭송했다. “유자나무 가지에 윤기 바르르, 안개비 머금었다. 아~ 멋있고 아름다워라, 이 세상에 희귀한 것. 익은 열매 번쩍번쩍, 노란 국화가 초라하고 촌락을 보노라니 비단옷 같은 그림이다.(沃若枝條含霧雨 猗嗟嘉木世所稀 子熟煌煌映黃菊 望中村落張錦繡)“ 김진규(金鎭圭) 선생이 거제면 동상리에서 귀양살이 할 때 유자 맛을 본 후, 유배가 끝난 1694년 초겨울, 서울로 올라온 선생은 대궐 앞에서 공물로 올라 온 '거제 유자'를 보고, 함께 임금을 배알하는 심정에, '거제유자찬가(南州柚歌)'를 지었다.
◉ <고려사>에 따르면 감귤(재래감귤 품종은 유자, 산귤, 당유자, 홍귤, 탱자 등 5품종)은 고려 문종 6년(1052년) 이전 제주 특산품으로 임금님께 진상되는 귀한 과일이었다. 조선시대 거제도 사람들은 육지 사람에게 선물할 때에는 말린 전복, 표고버섯과 더불어 가을에는 유자를 가장 많이 보냈다. 가을 추수가 끝난 후, 육지 먼 길 친척 집에 갈 때도 유자를 반드시 챙겨 갔고, 1800년대 초 거제 선비 유한옥은 김해 이학규 선생께 선물로 유자를 보냈다. 그만큼 당시 육지에선 귀한 물품이었다.
참고로 유자(柚子)의 공덕은 첫째, 유자의 독특한 향기는 삶에 대한 낙관(樂觀)을 선사한다. 유자를 한 바구니 담아서 방안에 놓아두면 근심이 사라진다. 둘째, 유자를 잘게 썰어 꿀이나 설탕에 재어서 만든 유자차(柚子茶)의 맛은 입안을 향기롭게 만든다. 숙취에도 유자차가 좋다. 셋째, 유자는 비타민이 풍부해서 감기에 좋다. 유자는 씨도 약이 되고 껍질도 약이 된다. 버릴 것이 없다.
● 다음 ‘陽’ 운목(韻目)의 오언고시 「거제보주 유자(岐城寶珠柚子)」는 거제 고전학자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의 작품이다. 총12구(句)로 구성되어 있다. ‘기성보주유자(岐城寶珠柚子)’에서 기성(岐城)은 거제의 별호이고, 보주(寶珠)는 귀한 보배로운 구슬을 뜻한다.
내용은 이러하다. ‘거제도를 포함한 남부 연안 지방에는 금빛 유자가 가득하다. 푸른 나무에 층층이 알알이 달린 황금 옥이다. 물가 숲마다 푸르고 성긴 누런빛이 뒤덮고 있다. 온 마을마다 대나무와 이웃하며 향기 피우는데 담백한 흰 꽃은 음양의 조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거제보주 유자(岐城寶珠柚子)」* / 고영화(高永和 1963~)
岐城南海上 거제도 남해 바다에는
全村蓋金光 온 마을이 금빛으로 덮이고
家家滿黃柚 집집마다 황금유자 가득하여
人人錦繡腸 사람마다 고운 마음씨 가졌다네.
綠樹層層玉 푸른 나무엔 층층이 옥이요
柚實箇箇黃 유자 열매엔 알알이 황금이라,
洲林翠黃疎 물가 숲에 푸르고 누런빛 성기니
海邑滿淸香 바닷가 고을에 맑은 향이 뒤덮는다.
滿袖馥透肌 소매에 가득 찬 향기가 살 속에 스며들고
更憐竹隣相 대나무와 서로 이웃하여 더욱 사랑스러워라.
棘化淡白花 가시가 변하여 담백한 흰 꽃을 피우니
道消化陰陽 도(道)는 음양의 소화(消化)에서 기인한다네.
[주1] 금수지장(錦繡之腸) : 비단결같이 고운 마음씨를 이름,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유자.
[주2] 담백화(淡白花) : 담백한 꽃. ‘淡白(담백하다)’ + '花(꽃)'으로, 색이 옅거나 소박한 꽃을 의미한다. 소동파(蘇東坡)의 시 「동란이화(東欄梨花)」에 나오는 '이화담백(梨花淡白)'은 배꽃이 옅은 흰색임을 묘사하는 구절이다.
[주3] 음양의 조화(消化陰陽) : 옛날에는 유자 가시가 다섯 흰 꽃잎과 암술머리와 꽃밥으로 변화되었다고 여겼다.
◉ 한국에 유자(柚子)는 840년(문성왕 2) 신라의 장보고가 중국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널리 퍼졌다고 한다. 하지만 서기 797년에 편찬된 ‘속일본기(續日本記)’에 “나라(奈良)의 도(都)에 떨어진 운석의 크기가 유자만 했다.”라는 기록이 있고, 일본에 유자가 전파된 것이 한반도를 경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 보다 역사가 더 오랜 된 과일임을 알 수 있다. 《세종실록》 31권에 1426년(세종 8) 2월 전라도와 경상도 연변에 유자와 감자를 심게 한 기록이 있다. 이로 미루어, 재배 시기는 세종실록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추정된다. 종류에는 청유자·황유자·실유자가 있다. 한국·중국·일본에서 생산하는데, 한국산이 가장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껍다.
유자주(柚子酒)는 유자를 두툼하게 썰어서 꿀이나 설탕에 재어 항아리에 담고, 소주를 부어 밀봉한 다음 30일 후에 복용한다. 피로회복 피부미용에 좋으며, 여성의 미용에 좋은 약주이며, 고혈압 동맥경화에도 효과가 있다. 유자열매의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신맛이 특징이며, 바닷가나 민가 부근에서 자란다. 중국 양쯔강 상류가 원산이며 남쪽에서 과수로 심는다. 높이 약 4m이다. 가지에 뾰족한 가시가 있고 빛깔은 밝은 노란색이며 겉이 울퉁불퉁하고 향기가 있다. 번식은 종자나 접붙이기 등으로 한다. 관상수로 심으며, 열매는 부드럽고 즙이 많지만 신맛이 강하고 향기가 있으므로 요리에 사용한다. 익지 않은 것은 한방과 민간에서 탱자 대용으로서 건위·건담에 약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