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겉모습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뿐만 아니라, 차완얼도 성립한다. 차도 일단 얼굴이 잘 생겨야 한다.
생각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실외가 아무리 멋있어봐야, 당신이 이걸 직접 볼 수 있는 경우는 3가지 밖에 없다. 타기 전, 옆 차에 비친 모습, 내린 후. 당신이 차와 함께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실내에 머문다. 당신이 직접 바라보고, 만지고, 사용하는 공간은 '실내'다.
미국 자동차 연구기관 '워즈오토(Ward's Auto)'는 매년 '실내디자인 베스트 10'을 발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10대의 자동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 시판 차종이 대상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델도 더러 섞여있다.
이 리스트에는 없지만, 카랩이 지난 1년 동안 직접 경험해본 모델들 중 기억에 남는 차 3대도 덧붙여봤다. 자, 2017년 가장 훌륭한 실내를 가졌다는 차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알파로메오 줄리아 (Alfa Romeo Giulia)
알파로메오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등과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D세그먼트 세단 줄리아. 줄리아의 실내에서 더 이상 이탈리아 차의 독특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탈리아의 예술성은 그대로 두고 독특함 대신 범용성으로 채웠다.
독일산 C세그먼트를 노리고 태어난 만큼 실내분위기도 스포티함이 물씬 풍긴다. 대시보드는 운전자를 향해 살짝 각을 틀었고, 실린더 타입 계기반과 센터패시아에 자연스레 녹아든 모니터 역시 운전자 중심이다.
왼쪽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에 쓰인 d, n, a는 각각 다이내믹(Dynamic), 내츄럴(Natural), 올-웨더(All-Weather)를 의미한다.
고성능 버전 '콰드리폴리오'의 운전대
3스포크와 D컷을 조합한 운전대 중앙에는 최신 유행에 맞도록 조그맣고 둥글게 에어백을 접어 넣었다. 운전대를 쥔 채 왼손 엄지를 뻗어 시동을 걸 수 있는 점도 스포츠카 느낌이다. 고무가 달린 알루미늄 페달도 ‘시각적 성능’을 높여주는 요소.
벤틀리 벤테이가 (Bentley Bentayga)
말이 필요 없다. 21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고급스러운 자동차 실내라고 단정 지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 약 3억 원에 달하는 몸값에 ‘벤틀리’라는 이름값까지 더해졌지만 운전대가 조이스틱이거나 센터페시아 전체가 터치스크린으로 돼 있어 운전자를 당황시키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기능이 예상한 곳에 있고, 모든 버튼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다만 생김생김이 두툼하고, 소재가 남다르다. 촉촉한 가죽과 번쩍이는 크롬, 고풍스러운 나무의 어울림에서 명품의 향기가 진하게 베어난다.
뷰익 라크로스 (Buick LaCrosse)
2017년형이 되며 3세대로 진화한 라크로스는 뷰익의 기함이다. 2세대 모델은 국내에서 쉐보레 알페온(Alpheon)으로 팔리기도 했다. 현행 라크로스는 풀체인지를 단행해 실내외에 많은 개선이 있었다.
기어노브 아래 마련된 추가 수납공간
비교적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만큼 파격적인 구성보다 고상하고 차분한 실내 분위기를 갖췄다. 공조장치 조작부가 따로 분리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쓰기 편하고, 가죽과 크롬,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져 기함 다운 고급감을 연출한다.
혼다 CR-V (Honda CR-V)
1995년 태어나 도심형 SUV로서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해온 혼다 CR-V. CR-V 역시 2017년형이 되며 5세대로 진화했다. 쉬운 조작과 넓은 공간, 편리한 활용성은 그대로 살리고 최신 유행에 맞춰 디자인을 바꾸고 장비를 보강했다.
계기반 중앙부가 풀 LCD로 바뀌며 다양한 정보를 보다 세련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기존 4세대의 대시보드 상단 보조 모니터는 자취를 감췄다.
센터패시아에 달라붙은 기어노브 덕분에 센터터널의 활용성이 높은 점은 3세대 CR-V부터 전해 내려온 특징. 특히 5세대 CR-V의 콘솔박스는 ‘요술박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
앞뒤로 움직이는 팔걸이를 열면, 또 앞뒤로 움직이는 ‘ㄴ’모양 트레이가 있어 공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HR-V의 요술 컵홀더가 떠오른다)
적재공간에 커다란 화물을 실을 경우, 기존 4세대가 2열 시트의 엉덩이받침을 접어야 등받이를 젖힐 수 있었던 반면, 5세대는 바로 등받이만 젖히면 된다. 가죽시트의 박음질도 5세대가 한결 세련됐다.
렉서스 LC 500 (LEXUS LC 500)
렉서스 호화 쿠페 LC 500의 실내는 자동차라기보다 초현대적인 건축물에 가깝다. 넘실대는 곡선과 과감한 직선이 공존하고, 차가운 금속을 따듯한 가죽으로 감쌌다.
전체적인 형태부터 구석구석 디테일까지 식상하지 않고 고급스럽다. 차덕이 앉아도, 차알못이 앉아도 누구나 ‘우아~!’하고 감탄할 수밖에.
한정판 슈퍼카 LFA에 쓰였던 슬라이딩 방식 계기반은 여전히 신선하고, 각종 버튼과 스위치는 일본산 가전제품처럼 아기자기하다. 일반 가죽과 스웨이드, 크롬과 검정 금속의 조화는 렉서스가 지향하는 고급스러움의 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링컨 컨티넨탈 (Lincoln Continental)
2002이후 종적을 감췄던 링컨의 기함 컨티넨탈이 2017년 부활했다. 다행히 15년의 공백에도 이름값은 빛바래지 않았고, 링컨은 명성에 어울리는 부활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둥글둥글 덩어리가 느껴지는 실내는 대부분을 가죽으로 감쌌고, 블링블링 반짝이는 크롬이 화려함을 과시한다. ‘레벨 울티마(Revel Ultima) 사운드 시스템’은 운전자의 귀 속을 감미롭게 채워주고, 30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퍼펙트 포지션 시트’는 모든 운전자의 체형에 완벽히 적응한다.
마세라티 르반떼 (Maserati Levante)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 이탈리안 스포츠카 브랜드답게 온통 고급스러운 소재로 치장했다. ‘제냐 에디션’을 선택하면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에서 만든 천연 실크로 시트와 문 안쪽, 천장을 마감할 수도 있다.
센터터널 기어 노브 주변에는 2단 케이크를 닮은 인포테인먼트 조작 다이얼과 주행관련 기능을 모아뒀다. 운전대 뒤의 커다란 금속 시프트패들은 마세라티 혈통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