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2021년 115.5%였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61.2%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50%대 아래를 기록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판매 감소세가 뚜렷하다. 잘나가던 전기차를 멈춰 세운 걸림돌은 무엇일까.
① 가격 : 보조금 삭감과 반값 전기차
전기차 수요층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국가 보조금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정부는 직영 정비센터 등이 없는 제조사의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20% 삭감했다.
다른 나라는 더 강경하다. 중국은 2009년부터 소비자 진작을 위해 펼쳐 온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올해 초 전면 폐지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독일 또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6000유로에서 4500유로로 1500유로(25%) 삭감했다. 내년부터는 보조금 상한액을 3000유로로 더 줄일 계획이다.
② 공급과잉 : 살 사람은 다 샀다 “자동차 기업은 규모의 불경제에 빠졌다.”세계 자동차 산업의 대량 생산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자동차 생산 능력은 세계적으로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수요가 감퇴하고 있는 중에도 가격을 인하해 공장 가동을 끌어올리려는 제조사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곧 규모의 불경제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에만 33종류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에는 신형 또는 업데이트된 전기차가 50종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③ 인프라 : 부익부빈익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다가 멈추지 않을까 충전에 대한 조급함과 불안감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공급에 비하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새 전기차가 2배 증가한 45만여 대를 기록했지만 전기차 충전기 누적 보급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19만4000기에 그치고 있다. 이 중 급속 충전기는 2만1000기(10.6%)로, 완속 충전기가 대부분(17만3000기·89.4%)을 차지한다. 급속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전국 평균 18.9대다.
한국 도심 지역에 기계식 주차장이 많다는 점도 전기차를 고민하게 하는 요소다. 기계식 주차장에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전기차 주차가 사실상 불가하다.
배터리 자체의 기술적 한계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는 겨울에 최대 60%나 평균 주행 거리가 짧아지고 여름에는 33%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④ 안전 : 메이드 인 차이나의 한계 소비자들을 멈칫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벽은 안전이다. 올해에만 전기차 전소 소식이 여러 건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격을 받았을 때 온도가 순식간에 고온으로 치솟으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이른바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한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도 제조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한국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