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이렇게 기본과 상식이 배제된 공모를 통해 벌어지는 전시들이 또한 볼만하다. 물론 공모가 아닌 갤러리나 미술관의 자체 기획으로도 주제 없이 화려한 ‘젊은 작가 기획전’ 따위의 모듬전이 쉴 새 없이 광고를 때린다. 그러나 공모를 통한 전시는 낙선자와 당선자를 배출하는 만큼, 그들이 그 공모를 위해 공들였던 포트폴리오나 면접에 상등하게 요구되는 양질의 전시를 해야 할 책임이 더욱 무겁다.
많은 상업 갤러리들이 해마다 신진작가를 선정하여 갤러리 이름을 앞에 붙인 그룹전을 기획한다. 여기서 반응이 좋으면 개인전의 기회도 주어진다는 말도 기억하자. 앞서 언급한 방법과 기준으로 선별한 작가군의 작품들로 일단은 전시장을 채운다. 정말로 그저 ‘채운다’. 이들의 공모에는 애초에 기획이 없고 일단 받은 포트폴리오도 아무 기획 없이 그들의 기호에 맞는 작업들을 뽑는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로 행해지는 전시의 행태가 바로 팔기위한 상품진열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전시가 당연시 여겨지는 몇몇 상업화랑은 지면관계상 차치하고. ***의 시*회전이라는 것이 대표적인데 본인이 참여했을 당시에는 약 70여명의 작업이 10평도 채 안 되는 지하실에 꾸역꾸역 들어 앉아 전시라고 하더랬다. 그리고 홍보비로 5만원을 요구하고는 엽서 쪼가리도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본인은 홍보 필요 없으니 돈 못 내겠다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70명 중에 반 이상은 냈다하던데 홍보가 잘 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앞서 언급한 **미술대전의 선정작 전시도 기획부재는 마찬가지이다. 무슨 상을 주기 위한 부스전 같은 거에 기획이 있겠느냐고 하던 한 큐레이터의 말도 슬쩍 흘려본다. 400여명에게 응시료로 8만원씩 받고, 선정작가들에게는 작품제작비로 백만원씩이나 주면서 기획하는 전시에 대해 할 소리가 아니다. 최근에도 이상한 경험을 하였는데 본인에게 경기**제에서 전시제안이 왔다. 이 전시는 한 사립미술관에서 공모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시였는데 지원도 하지 않은 내게 연락이 온 것이다.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이 처음인데다 그 어마어마한 공간이 맘에 들어 무조건 OK한 본인에게 전적 책임이 있지만, 아무 지원도 없는 모듬전이라 후회가 많은 전시가 되어버렸다. 왜 사립미술관에서 경기**제라는 이름을 걸었는지도 의문이고, 공모자격 중 경기지역 작가라는 조건(본인은 경기에서 활동하는 작가도 경기 거주자도 아니다)도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경기’**제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으며, 작가에게 직접 컨택하는 공모전은 또 무엇인지 미궁이다. 배송비나 벽화제작 등에 대해 지원은 애초에 못해준다고 했으니 할말도 없지만 약속했던 도록과 홍보는 전시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기획도 없고 지루한 전시만 생산해내는 공모전은 최근 불어온 젊은 스타 작가 발굴에 혈안이 되어있는 미술계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리라. 미술시장 호황과 더불어 잘 팔리는 신진작가 좀 찾아서 한 몫 챙기고 싶은데 공모라는 편리한 방식이 또 있으랴, 판매가 목적인 판에 골치 아프게 기획은 해서 또 뭣에 쓰랴 등의 자본주의에 충실한 이유들이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네러티브를 상실한 모듬전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