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은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고 감사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달이지요. 먼저, 6월 1일 '의병의 날'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며 애국정신을 계승하고자 제정한 법정기념일입니다. 6월 6일 '현충일'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날은 조기 게양하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민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월 25일 6·25 한국전쟁'에서 희생하신 분들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6명의 해군 승조원들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입은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6·25전쟁을 '민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큰 틀의 역사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부터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까지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과 수많은 희생들이 있었을까요? 제가 살고 있는 서울뿐만 아니라, 타지역의 현충시설을 방문할 때마다 미처 조명되지 못한 이야기들에 깜짝 놀라게 될 때가 많습니다. 이후에 이러한 장소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곳에 얽힌 역사를 찾아보면서 감사하며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호국의 성지'로도 불리는 춘천의 '호국문화유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
춘천역 2번 출구 건너편에서 소양2교 방면으로 500m가량 걸어가면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이 도로변에 길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1950년 6월 25일에서 27일까지의 '춘천전투(춘천대첩)'에 관한 상세한 기록과 3개의 기념탑(무공탑, 6·25참전 학도병 기념탑, 월남전 참전기념탑), 그리고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조형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 Chuncheon Battle Memorial Peace Park
○ 주소 :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8-6 (춘천역 2번 출구에서 약 500m)

근화동 전적지와 춘천대첩(춘천전투)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이 위치한 이곳 '근화동'은 6.25전쟁 초기 6사단 7연대와 19연대 1대대 장병들이 북한강의 샛강 여울인 가래목과 소양강을 도섭해 춘천시 서쪽에서 공격해 오는 적을 격멸한 장소로 '근화동 전적지'라고도 불립니다. 의암댐 건설 전이었던 당시의 지형은 지금과 크게 달랐는데 붕어섬, 아래중도섬, 윗중도섬, 고구마섬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고, 동쪽에는 북한강의 작은 샛강이 흘렀다고 합니다. 근화동, 소양동 제방 아래 강변 일대는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으며, 소양강 수심도 얕아서 몇몇 곳에서는 도섭을 할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춘천대첩'은 한국전쟁 개전 초기, 국군이 처음으로 승리한 전투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제2군단의 주력 부대인 2·7사단은 기습남침을 합니다. 북한군은 중부전선 관문인 춘천을 점령한 뒤, 서울을 후방에서 포위하고 수원 이남으로 이동하려던 계획이었지요. 당시 이 지역은 김종오(金鍾五) 대령이 지휘하던 국군 제6사단이 맡고 있었는데, 제6사단은 한국전쟁 발발 직전에 북한군이 38선 접경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춘천을 방어하는 6사단 7연대는 대부분의 병력을 소양강 북쪽 전선에 투입했기 때문에 소양강 남단을 방어할 병력이 부족했는데 7연대본부 근무 중대의 1개 소대를 차출하여 춘천역 부근에서 소양교 밑까지 제방을 따라 배치했다고 해요. 옥산포 일대에서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될 때 적의 일부가 가래목 여울(북한강의 샛강)을 건너 근화동으로 침투를 시도했는데요. 막 배치가 완료된 7연대 근무 소대가 이들을 발견하고 치열한 사격을 가해 대부분의 적을 격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5~6명이 춘천 시내로 침투했고 이들은 춘천시민과 경찰의 협조로 모두 사살되었지요.
다음 날(6월 26일) 아침, 6사단 예비인 19연대 1대대가 중원 되어 근화동 일대에 배치됨으로써 취약한 방어선이 보강되었습니다. 이후에 발생할 일을 예견이라도 했던 걸까요? 당시의 6사단의 혜안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적은 오후 2시경 소양교 방향으로 공격해왔다가 16포병 대대의 집중 포격을 받고 격퇴되자, 방향을 '근화동 일대'로 전환하고 가래목 여울을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이를 목격한 19연대 1대대가 기관총, 박격포, 대전차포 등 각종 공용화기를 총동원해 맹렬히 사격을 하고 16포병 대대가 집중 포격을 퍼부었습니다. 엄폐물은 모래 언덕뿐이었던 가래목 일대는 포탄과 땅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파편으로 가득했으며, 적 수백 명은 무더기로 쓰러져 죽었고, 도망가는 몇 명만 보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소양동과 근화동 일대의 제방에 배치되었던 국군장병들 덕분에 6·25전쟁 초기 춘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이곳엔 그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국군 제6사단은 6월 27일까지 3일간 춘천 방면으로 공격해 온 북한군에 큰 피해를 입히며 적의 남하를 필사적으로 저지시켜 북한군의 남침 계획을 무산시켰습니다. 춘천 일대의 지형적 이점을 활용하여 절대 열세였던 전투력을 극복하고 빛나는 대승을 거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한마음으로 전투에 참여한 경찰, 학생, 시민들에 대한 이야기도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는데요. 국군 제6사단을 중심으로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춘천을 철옹성같이 사수함으로써 한강 방어선을 형성하고 UN 군의 중원 시간 확보, 낙동강 방어선 구축 등 북한군에 대한 대응태세를 정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춘천이 초기에 무너져 내렸더라면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한편, 한민족이 서로 총을 겨누고 싸워야 했던 6·25전쟁의 비극이 고스란히 조각되어 있습니다. 피난 행렬과 부상 입고 축 늘어진 어린아이를 안고 울부짖으며 달려가는 군인, 총과 포탄 속에서 쓰러져 간 군인들 등 전쟁의 참혹함을 세세하게 묘사한 작품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여기는 조국의 운명을 가름한 격전의 땅
님들의 꽃다운 청춘이 호국영령 되어
영원히 숨 쉬는 춘천대첩의 성지라
그날 국군장병, 애국시민, 학생, 경찰이
하나 되어 총검을 들었으니
님들의 몸은 자유수호의 방패가 되셨도다
우리도 그 충혼 이어받아
조국의 통일과
평화세계 건설의 참된 역군 되오리니
호국 영령들이시여
이 땅을 굽어 비추소서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은 강을 따라 길게 조성되어 있는데요. 저 앞에 3개의 기념탑과 6.25참전 평화기가 보입니다.

6·25 참전 학도병 기념탑
광복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1950년 6월 25일 휴일 새벽, 갑작스럽게 남침한 적으로 인해 춘천 일대의 상황은 매우 숨 가쁘게 흘러갔습니다. 이 전투에는 국군 제6사단을 중심으로 시민, 경찰 등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참전했는데 학생들 또한 구국일념 하나로 서툰 총을 잡고, 탄약을 나르며, 학도 의용경찰, 난민 구호, 부상병 후송 등 어느 것 하나 가리지 않고 헌신했다고 합니다. 비단 이 전투뿐만이 아니지요. 한국전쟁 당시 전국의 많은 학도병들의 용감한 결단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6·25 참전 학도병 기념탑'에는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을 한 세 학생이 각각 책과 총, 그리고 포탄을 들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 <우리는 학도였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한 참전용사(학도병)의 독백 글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함께 공부하며 뛰놀던 친구들이 쓰러져 간 전쟁의 기억을 담담하게 적어간 글 속에는 아픔과 함께 먼저 가신 용맹한 선후배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6·25 참전 평화기
또한 6·25한국 전쟁 당시 UN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한 태극기와 '6.25 참전 평화기(총 16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 태극기
○ 전투부대 파견국(16개국) :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그리스, 남아공, 벨기에, 필리핀, 터키,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프랑스
○ 의료지원 및 시설 파견국(5개국) :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월남전 참전 기념탑
'월남전 참전 기념탑'은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춘천역 광장에 집결하여 많은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전장을 향해 출발했던 역사의 현장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 10월 14일 세워진 기념탑입니다.

무공탑 War Monument
마지막으로 '무공탑'은 6.25 한국전쟁 및 월남전에 참전한 무공수훈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3년 10월 2일, 무공수훈자회 강원도 지부 회원들과 춘천시민들의 정성 어린 성금으로 세워졌습니다.

춘천대첩의 승전 격전지였던 이곳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에 슬픔과 함께 감사한 마음에 여러 번 울컥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수호를 위해 산화하신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말고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가족과 함께 주변의 현충시설을 찾아 순국열사, 그리고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참고·발췌]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