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애사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위에 비 개인 시린 하늘이 눈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저 멀리 걸려 있는 무지개가 늦게 찾은 나를 원망하듯 얼굴을 감추네요
탁 트인 잔디밭에 화려하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우뚝 솟아 있습니다
당신의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앞다투어 사진기를 들이 댑니다
천년 백제의 찬란한 영화가 되살아나듯 눈부십니다
눈물을 삼키는 애절한 울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드네요
미륵사지 한 켠에 천년 역사의 한을 간직한 돌덩이들이 흩어져 있네요
갈기갈기 찢긴 사체의 잔해를 보듯 가슴이 아려 옵니다
피로 물든 육신 한 점 한 점에 지나온 당신의 설움과 고통이 묻어 있습니다
환영에 취한 나를 자책하듯 자릴 뜨지 못하고 서성이게 합니다
용화산 기슭에 어둠이 내리고 천년의 아픔을 씻어줄 탑돌이가 시작되면
서동과 선화가 손잡고 거닐며 소원했던 사랑의 힘으로
아물지 않은 상처의 붕대를 풀고 새살이 돋기를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앞으로의 천년을 지켜 주기를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품은 미륵사지에서 당신을 봅니다
첫댓글 아~ 너무 놀랍게 섬세한 님의 천년애사 안에
보석 처럼 소중한 사연들을 살피면서
님의 식견에 감탄 또 감탄하고 돌아갑니다
편안하고 좋은밤 되소서
보존이 된 미륵사보다 황량한 미륵사지가 시인에게는 시심을 자극하게 되지요.
시인은 미륵사지를 천착하고 탐구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노래해야 하지요.
미륵사지 한 켠에 모셔진 '돌덩어리'는 갈기갈기 찢긴 미륵사의 시신이지요.
미륵사지에서 냉혹한 역사와 현재 그리고 가야할 우리들의 미래를 노래하신
송재영 문우님 수고하셨습니다.
시적 대상을 공감할 수 있는 시적변용으로 잘 표현하셨습니다.
곶감을 위해 감껍질을 예쁘게 깎아 놓으셨습니다.
가을볕에 곶감 말리듯 좀 더 압축의 퇴고를 거치면 좋은 작품이 될 것입니다.
너무 친절하게 독자에게 설명하지 마시고 독자의 몫으로 좀 남겨두시면 더 좋을 것입니다.
매우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