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보안장자(普眼長子)
- 제6 선현행(善現行) 선지식 -
(1) 보안장자를 뵙고 법을 묻다
<1> 가르침에 의지하여 선지식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법보계장자에게서 이 해탈문을 듣고 나서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지견(知見)에 깊이 들어가고,
보살의 한량없이 훌륭한 행에 편안히 머물고,
보살의 한량없는 방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법문을 구하고,
보살의 한량없이 믿고 이해함을 청정하게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모든 근(根)을 예리하게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욕락(欲樂)을 성취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행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서원의 힘을 증장하고,
보살의 이길 이 없는 당기를 세우며,
보살의 지혜를 일으켜 보살의 법을 비추면서
점점 나아가 등근국(藤根國)에 이르러서
그 성(城)이 있는 데를 물으며 찾았습니다.
강설 ; 선재동자가 보안장자(普眼長子) 선지식을 찾아가면서 법보계장자 선지식에게서법을 듣고
그 수행이 더욱 깊어지고 그 정진이 더욱 수승하게 된 내용들을 낱낱이 정리하여 밝혔다.
비록 어려운 일을 당하여도 수고로움을 꺼리지 아니하고 오직 선지식의 가르침을 바로 생각하면서
항상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기를 원하여 여러 감관을 두루 채찍질 하여 온갖 방일함을 여의었습니다.
<2> 공경을 나타내고 법을 묻다
그른 뒤에 이에 보문성을 보았는데 백 천 마을이 주위에 둘러있고
성(城)위의 담은 높고 도로가 넓었습니다.
그 장자가 있는 것을 보고 그곳에 나아가 앞에서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2) 보안장자가 법을 설하다
<1> 몸의 병을 다스리다
장자는 말하였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여라,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일체 중생의 모든 병을 아노니 풍병과 황달병과 해소병과
열병과 귀신에 홀린 병과 벌레의 독과 물에 빠지고 불에 상한 이와 같은
일체 모든 병을 내가 모두 능히 방편으로 치료합니다.”
“선남자여, 시방의 중생들로 모든 병이 있는 이는 모두 나에게 오면
내가 다 치료하여 쾌차하게 하며, 또 향탕으로 몸을 씻기고 향과 꽃과
영락과 좋은 의복으로 잘 꾸며주고, 온갖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여
충족하게 하고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합니다.”
<2> 마음의 병을 다스리다
“그런 뒤에 그들에게 각각 알맞은 법을 설하노니,
탐욕이 많은 이는
부정하게 관(觀)함을 가르치고
미워하고 성내는 일이 많은 이는
자비하게 관함을 가르치고,
어리석음이 많은 이는
갖가지 법의 모양을 분별하도록 가르치고,
세 가지가 평등한 이는 수승한 법문을 나타내 보입니다.”
“또 선남자여, 나는 이 향으로 공양하고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소원이 만족하였으니,
이른바 일체 중생을 구호하는 소원과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는 소원과 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소원입니다.”
“또 선남자여, 이 향을 사를 적에 낱낱 향에서 한량없는 향기가 절로 나와
시방 일체 법계와 모든 부처님 대중들이 모인 도량에 두루 이르러서
혹 향의 궁궐도 되고,
혹 향의 전각(殿閣)도 되며,
이와 같은 향 난간과 향 담과
향 망류[却敵]와 향 창호와 향 누각과
향 반월과 향 일산과 향 당기와 향 번기와
향 휘장과 향 그물과 향 형상과
향 장엄거리와 향 광명과 향 구름비가 곳곳에
가득하여 장엄하였습니다.”
강설 ; 향에는 예로부터 열 가지 덕[香十德]이 있다고 하였다.
감격귀신(感激鬼神)이라 하여 귀와 신도 감응해 마지않으며,
청정자심(淸淨自心)이라 하여 스스로 마음이 청정해 지며,
능제오예(能除汚穢)라 하여 거칠고 더러움을 깨끗이 없애주며,
능각수면(能覺睡眠)이라 하여 잠이 오는 것을 능히 몰아내며,
정중위우(靜中爲友)라 하여 고요한 가운데 벗할만하며,
진리투한(塵裡偸閑)이라 하여 번뇌 속에서도 한가함을 즐기며,
다이불염(多而不厭)이라 하여 많이 피워도 싫지 않으며,
과이위족(寡而爲足)이라 하여 조금이라도 풍족함을 느끼며,
구장불후(久藏不朽)라 하여 오래두어도 썩지 않으며,
상용무장(常用無障)이라 하여 늘 사용해도 장애가 없다고 하였다
또 향은 청(淸), 정(淨), 심(深), 정(靜)하다고 하여 즉,마음을 맑게 하고,
정화하며, 깊게 하고, 고요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 향의 그윽한 향취는 심오한 마음의 깊이를 닮았고, 허공에 퍼지는 향연의 춤은
영혼의 몸짓을 닮았고, 향의 고요한 심성은 침묵의 소리를 듣게 하며,
다 타도록 꺼지지 않는 향불은 영원한 불선(佛性)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3)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두루 보고
기뻐하는 법문만을 알거니와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큰 약왕(藥王)과 같아서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거나 함께 있거나 따라다니거나 이름을 일컫는 이들은
모두 이익을 얻어 헛되게 지내는 이가 없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잠깐 만나더라도 반드시 모든 번뇌를 소멸하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 모든 괴로움을 여의며,
모든 생사의 무서움이 아주 없어지고,
두려움 없는 일체 지혜에 이르며,
모든 늙고 죽는 큰 산이 무너지고 평등하고
고요한 낙에 머뭅니다. 그러나 저가 어떻게
그러한 공덕의 행을 알며 어떻게 능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4)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에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다라당(多羅幢)이요,
그곳에 왕이 있으니 이름이 무염족(無厭足)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습니까?’라고 물으십시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안장자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