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753 술회述懷 75 유감有感 느낌 있어서 二首
동한장쇠국조위東漢將衰國祚危 동한東漢이 쇠하려고 나라 운수 위태한데
일시명사피인기一時名士被人欺 한때의 名士들은 남에게 속임 당하였네.
당년불시류령세當年不是劉靈世 그 당년이 유씨 왕조 영제靈帝 세상 아니었다면
당고하연출차시黨錮何緣出此時 당고黨錮가 어찌 그때에 나왔으리오?
일신중유일건곤一身中有一乾坤 한 몸 속에도 하나의 하늘과 땅 있어서
소장영허재토탄消長盈虛在吐吞 소장消長과 영허虛의 이치가 토하고 삼키는 데 있네.
삼십륙궁원기동三十六宮元氣動 36궁궐宮闕에서 元氣가 동하는지
험타부자욕무언驗他夫子欲無言 그것을 부자夫子의 ‘말 없고자 한다'에서 징험하리.
►당고黨鋼 당인黨人이 받은 화禍.
후한後漢 말 영제靈帝 때에 환관宦官들이 정권을 전담함을 분개하여 이를 공박한
수천 명의 지사志士들이 환관의 미움을 받아 종신금고終身禁鑑의 형刑을 받았던 일.
이는 진시황이 선비들을 구덩이에 쓸어 넣어 죽인 것과 같이 惡政의 제일 큰 것이라고 말한다.
►36宮 실제의 궁궐宮闕을 말함이 아니라 人體에 그런 血脈이 있다 함인 듯하다.
송宋나라 소강절邵康節의 詩에
“天根月窟閒來往 三十六宮都是春”이라 한 것은 정신적으로 그런 상태를 말한 것이다.
●유감有感 섭섭한 마음/안유安裕(1243-1306)
향등처처개기불香燈處處皆祈佛 여기저기 향 등불 부처님께 복을 빌고
사관가가경사신絲管家家競祀神 집집마다 음악 소리 굿거리로고
유유수문공자묘惟有數問孔子廟 내 오직 공자님 묘소를 물어보니
만정추초적무인滿庭秋草寂無人 뜰 안 가득 가을 풀만 무성하고 사람조차 없구료
►경명사상敬名思想
우리나라에 처음 주자학을 받아들인 朱子學者로 안유安裕로 보는데
그의 본 이름은 안향安珦이지만 조선시대에 문종文宗의 이름이 향珦이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안유安裕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이것을 “피휘避諱”라 한다.
왕의 이름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조치를 국휘國諱라 한다.
국왕國王, 성인聖人, 직계 조상祖上들의 이름(휘諱 죽은 사람의 이름)은 피휘법避諱法에 따라
공경과 삼가는 뜻으로 문장에 사용할 수도 없고 읽거나 부를 수도 없는 것이다.
자손들의 이름에 직계 조상祖上들의 이름자(휘諱)를 넣어서 작명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휘법避諱法의 실례實例
①시경詩經 등 옛 문헌에 “아침 단旦”자가 나오면 읽을 때 “아침 조朝”로 읽음
단旦은 태조의 이름자이기 때문이다.
태조는 등극 후 이름을 성成자 계桂자에서 단旦으로 개명하였다.
② 안향安珦은 안유安裕로 개명. 향珦은 조선 문종의 이름이라 피휘 개명.
③ 대구大丘는 대구大邱로 개명. 구丘는 공자(문선왕文宣王)의 이름이라 피휘 개명.
경명사상敬名思想(=존명사상尊名思想)은 이름을 공경하여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고
아명兒名과 자字와 호號를 지어 부르는 것을 말한다.
어릴 땐 아명兒名을 부르고 관례冠禮(성인식) 때에 자字를 지어 불렀다
그리고 나이 들면 호號를 불렀는데 호號(別號)에는 아호雅號, 당호堂號, 필명筆名, 예명藝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