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February)’
2월이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달력은 2월의 끝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주는 마침내 2월이 끝나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 시작된다.
고대 로마 시대의 2월에는, 풍요의 신인 루페르쿠스 (Lupercus)를 기리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죄를 씻는” 의식이 거행되었다고 한다.
“마음의 정화” 또는 “죄의 사함”을 뜻하는 라틴어인 ‘Februs’가 유래가 되어
2월을 지칭하는 February가 생겼다고 하니, 사실 2월은 그리 썩 밝고 밝은 달은 아니다.
우리나라 말로도 2월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가기 전의
“시샘달”이라고 하여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즌으로 칭하고 있다.
지난 11월 마지막 주에 론칭된 나들길 스케줄에 의하면
12월과 1월에는 길나섬이 빼곡한 일정으로 진행 되다가
2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휴지기이다.
가용한 4주 중 2번만 길나섬을 하였다. 그리고는 2월의 끝자락이다.
그런데 후반 스퍼트 타임이 기다리고 있으니
앞으로는 대부분의 강화 나들길 일정이
한번에 두 개씩의 코스를 달려야 하는 double header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한국인에게 익숙한 막판 몰아치기가 이 프로그램 스케줄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제는 그 첫 번째 double header로 강화 나들길 14, 15 코스를 걷는 일정이었다.
투어 개요
강화 나들길 14코스는 “강화도령 첫사랑 길”로 표제화된 약 11.7km 길이다.
정방향 코스는 강화읍 용흥궁에서 출발하여
강화읍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수부촌의 철종외가까지이다.
참고로 철종외가는 강화읍의 정남에 위치하고 있다.
출발 지점도 그렇고 도착 지점도 모두 철종 이원범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형상으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코스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강화 나들길 6코스인 “화남 생가 가는 길이다”
이 코스는 강화읍을 출발하여 도감산을 넘어 터진개까지 이르는 길이다.
이 두 개의 코스는 거의 평행하게 남-북 방향으로 그어져 있다.
다만 14코스는 길이가 약 18.8km인 6코스보다 7km 정도 짧다
이런 이유로 14코스는 컨디션에 따라 타 코스와의 연계하여 걷는 것이 가능하다.
초반 시작부인 강화읍에서 다른 코스와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고
또는 역방향적으로 철종외가에서 시작하여 강화읍에서 코스의 마무리를 하고
연이어 타 코스와 연계도 가능하다.
연계 포인트가 강화읍인 이유는 강화읍에는 여러 코스 후보군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버스 타임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14코스 역방향으로 진행을 하였고
강화읍에서 15코스와 연계 하여 double header가 이루어졌다.
08:40분에 강화역에서 출발하는 42번 버스를 타고 약 15분~20분 이동 후
대장간 정류장에서 하차하면서 길나섬이 시작되었다.
14코스는 선 답사자인 화수분님의 말씀처럼
조용한 마을길, 농토길 그리고 길지 않은 산길을 지나는 지극히 평범한 길이다.
강화 나들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다와의 접경 포인트도 없다
이 코스를 걷다 보면 젖소 축사도 보이고, 양봉장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찬우물 근처에는 남산 꼭대기의
사랑의 열쇠처럼 하트 모양의 사랑을 고백하는 조형물도 볼 수 있는데
한 7~8년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강화도령 첫사랑 길”의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의 가옥들을 빼면
러브와 관계된 컨텐츠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그래서일까? 코스 중간의 산 중턱에 러브를 소재로 한 조형물이 설치 중인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14코스에서는 기존의 노란색, 연두색의 두 컬러로 된 강화 나들길 안내 리본 외에도
이 코스에서만 독특하게 볼 수 있는 안내 리본이 있는데
마치 한복 고름과 같은 파랑색과 핑크빛 등 두 컬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안내목 역시 기존의 강화 나들길 안내목 외에
얇사름한 코스 안내목이 있고
‘첫사랑 길’답게 핑그색 하트가 그려져 있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14코스는 이론적으로
강화읍 인근 남산 부근의 성곽 통과시 남장대를 살짝 한바퀴 살짝 돌고 나오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어제의 연계된 15코스에서 남장대를 포함한 성곽 전체를 일주하게 되어
결국 하루에 남장대를 두 번씩이나 통과 하게 된다.
그래서 14코스에서 남장대 부분은 생략하고 나머지 부분으로 길나섬을 하였다.
15코스는 ‘고려궁 성곽길’로 표제화된 길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 성곽길인 ‘한양 도성길’과 대비되는 길로
전체 코스의 길이는 약 11km이다.
실제 코스는 이름과 약간 달라
순수한 성곽 코스에 변형을 주어
국화저수지 부근에서는 성곽길 대신 저수지 부근으로 우회 시키고
또한 동문 부근에서는 성곽길 대신 용흥궁 및 성공회 성당으로 길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용흥궁 및 성공회 성당 인근은 이미 지난 1코스에서 통과 하였고
어제 14코스의 종점이기도 해서 어차피 지나쳐야 한다.
또한 국화 저수지는 지난 5코스 때 통과하였다.
그래서 어제의 15코스는
성곽길이 아닌 국화저수지, 고려 궁지 가는 길, 용흥궁/성공회 성당 부분을 제외시키고,
대신 성곽 길에 집중하여 걷는 것으로 코스가 디자인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남장대부터 서문까지의 성곽길,
북장대에서 동문까지의 성곽길
그리고 동문을 지나 견자산을 넘어 남문으로 내려가는 길 등 세 부분이 추가 되었다.
전체적인 거리는 거의 원 코스와 엇비슷하다.
어제는 두 개의 코스를 한꺼번에 걸어야 하기도 했지만, 도시락 대신 용흥궁 부근에서
매식을 하였다.
투어는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지체되어 전체적으로 약 22km의 거리를
09:00에 출발하여 16:50분에 마무리 되어 총 7시간 50분 동안 길나섬을 하였다.
15코스를 걸을 때는 지난 1코스와 살짝 겹치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강화여고 근처의 은수물 부근이다.
숲길을 따라 북장대까지 가는 숲길이 1코스와 동일하다
이슈
서울 둘레길, 한양 도성 순성길, 또는 평화 누리길에 익숙한 나들꾼이라면
강화읍 부근의 나들길은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용흥궁이라는 지점을 보면,
1코스, 14코스, 15코스 등 무려 3코스의 교차하는 지점이다.
초기 설계시 나들길 전체를 설계를 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새로운 길이 추가 되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강화읍 인근에서는 소위 “알바”의 가능성이 엄청 크다.
어떤 코스의 지주목을 따라 가다가 갑자기 다른 코스 지주목을 발견하고
제대로 보지 않고 그 코스 방향으로 가기 쉽다.
더 문제는 안내 리본이다. 안내 리본에는 코스명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3코스에 대한 안내 리본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이 14코스는 특별히 다른 리본을 덧붙여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나들꾼은 이런 구간에서 특히 조심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알바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화읍 부근에서 출발하는 순방향 대신
종점에서 출발하는 역방향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보통 시작 지점부터의 알바는 김빠지게 하지만
마무리 지점에서는 알바도 크게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로 가도 인증 도장 포인트만 잘 찾으면 된다.
암튼 두 개의 코스를 연속으로 진행하는 경우
겹치는 부분은 조금 잘라내고 대신 가보지 못한 부분을 추가하는
커스터마이징하는 단계를 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방식일 것이다.
날씨
길나섬 하기 하루 전인 금요일 오후, 강화의 기온은 1~8도 사이이고
오전에는 간헐적 미세먼지 오후에는 양호로 예보되어
전반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예고 되었다.
그렇지만 토요일 당일 강화의 온도를 확인해보지 않아 실제 온도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전의 “방탄복”에서 벗어나서 점차로 가벼워지는 길동무 옷차림으로 볼 때
기온이 많이 오르고 양호한 환경에서 길나섬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털모자도 점차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이
영하 17도에서도 중무장으로 길을 나섰고 이와 비교하여
영상 기온이면 거의 하와이와 다름 없는 환경인데도
겨울이 지나가고, 봄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앞선 탓인지
출발시 생각보다는 “체감적으로” 쌀쌀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점심도 든든히 먹고 15코스인 “남장대”를 올라갈 오후 즈음에는
수명산님도, 그리고 나도 더위 때문에 겉옷을 벗은 것을 보면
정말 기온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상단 구성
일단 코스 자체가 심심(?) 하다고
앞서 다녀오신 화수분님의 재뿌림(?)으로 인하여^^
그리고 졸업/입학 시즌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단은 생각보다 단촐 하였다.
그리고 설날 연휴를 건너 뛴 2주만의 투어라
수명산님께서 주초 조기에 공지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어 희망자는 끝까지 9명으로 변동 없이 유지 되었고
막판의 초치기 지원자도 없어 그대로 10명으로 굳어지는 듯 하였다.
그렇지만 눈꽃송이님에게 변화가 있어서 총 9명으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2월의 두 번의 휴지기 동안 길동무들은
각자 나름의 워밍업 타임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 되었다.
성남 누리길, 서울 둘레길 그리고 평화 누리길, 그리고 제주 올레길과 충남 태안길 등
길동무들은 다양한 길들을 누비면서 혹시나 또 길에서 또 다시 조우하는 행운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해도 좋을 듯싶다.
그러다가 어딘가 스탬프 통에서 인증 도장을 찍는 누군가를 만날 행운을 얻을지도…
그리고 길동무 중에는 현재 강화길과 평화 누리길 등
다른 길을 함께 걷고 계신 분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주중에는 평화누리길, 주말에는 강화 나들길,
또는 주말 삼 주는 강화, 그리고 한 주는 평화 누리길 등이 그 예이다.
이러게 되면 성격이 조금 다른 두 길을 한꺼번에 걸을 수 있고
한가지 길에서 부족한 점을 다른 곳에서 보충해주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또는 한 번은 강화 나들길처럼 먼 곳을 투어하고
다른 한번은 집 가까운 곳을 투어하는 것도 좋은 방식일 것 같다.
나도 그냥 머리를 한번 굴려 보았는데
한 주는 강화길, 다른 한 주는 평화 누리길,
또 다른 한 주는 서울 둘레길, 마지막 한 주는 북한산 둘레길이나 그 외 다른 길 등
이렇게 하면 버라이어티 하게 걷기 프로그램을 완성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도 꾸어본다.^^
만남의 광장
이제 강화 터미널에서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고 섭섭할 것 같다.
어제 역시 강화 터미널에서 우리두리님을 만나 뵈었다.
어제 용흥궁에서 무슨 행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두리님이 그 행사차 가시는 것 같고
이미 눈꽃송이님, 감꽃님도 알고 계시는 것 같다.
나들꾼에 따라 길만 걸으시는 분도 계시고
또한 길 위의 이벤트도 적당히 챙기시며 걷고 계신 분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벤트는 모르겠고 오로지 길 타입인 셈이다.
Vista Point
출발 또는 도착 지점인 용흥궁은 1코스에서 접할 수 있는 지점이고
코스의 대척점인 철종 외가는
이에 비해서는 수수(?)하기 이를 데가 없어서 딱히 하이라이트 되는 포인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밋밋할 것 같은 코스에 반전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소나무 숲길 구간이다.
서울 둘레길로 비유하자면 5코스 호압산 아래의 시흥구간 들어가기 이전의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 또는 북한산 둘레길의 1번 코스인 소나무숲길에 해당된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길에 비하여, 강화 소나무 숲길은 원시림과 같은 상태이고
또한 사람들의 휴식 공간의 아이콘인 툇마루가 없다.
그래서 사람 냄새 없이 나무 냄새만 더욱 가득하다.
늘씬하게 빠진 소나무 숲 아래 수북한 솔잎을 밟고 지나가는 맛이 삼삼하다.
피톤치드가 저절로 느껴지는 길이다.
강화도가 나름 관광을 지향하고 있지만,
사실 숙박 시설은 좀 열악한 편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강화에서는 아주 드물게 호텔을 발견 하였으니
바다나 갯벌 전망도 없는 산 중턱에 호텔이 있다.
별이 몇 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호텔과 이와 부속되는 “건물”이 코스 위에 있다.
호텔명은 “Everrich Hotel”로 나름 현대식 호텔이고
“One Plate”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Season’s On”이라는 카페도 끼고 있다.
물론 호텔이나 부속 음식점이 Vista Point은 절대 아니다.
대신 호텔 앞 마당에 여러가지 재미있는 설치물들이 있다.
“첫 사랑”까지는 모르겠지만 “러브”라는 모티브로 줄긋기를 한다면
이 설치물들이 나름 14코스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인들끼리 자전거에도 앉아보고 커플 체어에 앉아보고
꽃으로 장식된 그네도 앉아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서 “거울아~~” 하고
백설공주 놀이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빼어 놓을 수 없는 점심을 위한 식당이 있다.
사실 매식을 해도 크게 나쁘지 않을 날씨였는데 어제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용흥궁 앞쪽에 몇 개의 식당이 있는데. 그 중 “1억조” 라는 식당이 있다.
이 곳의 주 메뉴는 강화의 특산음식인 젓국갈비인데 그 시원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에는 이 음식은 뭘까? 일단 젓국과 갈비는 줄긋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메뉴는
LA 갈비처럼 돼지갈비를 자르고 이를 바탕으로 새우젓으로 간을 한 맑은 전골이었다.
두부를 큼지막하게 잘라 넣고, 감자도 넣어서 맛이 개운하고 시원하다.
성곽길인 15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성곽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중에서 특히 하나를 고르라면 남장대이고 하나 더 고르라면
북장대터이다.
참고로 북장대터는 남장대와 같은 누각이 없고
현재 터만 조성되어 있는 곳으로 언젠가는 복원 공사가 진행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남장대로 오르는 길은 염하강을 포함하여 평야 등 강화의 모든 포인트를 조망 할 수 있으며
멋진 정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거의 화보가 되는 곳이다.
특히 어제처럼 맑은 날씨는 더할 수 없는 깊고 넓은 조망을 준다.
북장대터에서는 북한 이라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도 있지만
이보다 강 옆에 빼어나게 조성되어 있어 마치 섬처럼 보이는
연미정을 포함한 월곶돈대가 눈에 삼삼하게 들어온다.
연미정 바로 앞에서건 또는 이처럼 멀리에서근
역시 빼어난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강화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또한 현대화의 때가 크게 묻지 않은 곳이라서
강화읍 변두리에는 아직도 60년대~70년대 본격적인 개발 이전의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래된 느티나무가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다.
강화 내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만 찾아 다니는 여행 상품을 만들어도 될 판이다.
이 지역에서 유난히 느티나무가 왕성한 생물학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서울 같은 타지역에 비해 개발에 되지 않아서
잘려 나가지 않은 것은 아닌가 싶다.
느티나무는 주로 마을 어귀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에 도로가 나거나 건물이 생기면
없어져야 할 대상 1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느티나무님을 뵐 수 없는데 그 점이 아쉽다.
위기
스스로 한양 성곽길과 남한산성 성곽길에 매우 많은 경험이 있고
또한 아직은 부분적이지만 북한산성 12성 투어 중 일부의 경력도 있어
나름 산성이나 성곽 투어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하던 터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으니
투어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 시간을 제외한 시간 선상에서이다.
겨울 끄트머리 시즌에는
해가 짧고 산성이나 성곽 특성상 응달진 구간이 아주 길게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또한 등산객들에 의해 눈도 밟혀서 미끈덩한 구간이 적지 않다.
또한 밤에는 얼고 낮에는 해동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오후쯤 되면 거의 강화 갯벌에 버금가는 진흙뻘이 되기 십상이다.
즉 mud 상태가 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난 이 시즌에 산성 투어는 자제 하는 편이다
작년 2월 이맘 때, 남한산성 투어를 하였는데 산성/성곽길에서는 극히
조심하여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산길, 거의 하산하여 마을 길로 들어서기 직전
아무 생각 없이 한 발을 낙엽 위에 내 디뎠다.
그 순간 힘차게 반동하여 나가기는커녕 발이
푸욱 꺼지면서 발이 쑤욱 내려간다.
그리고는 물컹~
발이 진창 속에 빠졌고, 신발은 엉망이었고
양말에는 진흙물이 들어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제도 유사한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2월 말의 산성/성곽길
그 위험성 때문에 썩 바람직하지는 않은 타임이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투어이므로 일단 조심하기로 했다.
그런데 따스한 햇볕에 자작하게 구워져서 오히려 먼지가 나는 남장대 산행길
남문에서 올라 갈 때 빙판 때문에 약간 위험했지만
일단 고비를 넘기니 그 다음에는 마른 땅이다.
그리고는 문제 없이 남장대까지의 등정(?)을 마치고
드디어 하산 길.
역시나 조심조심하여 마른 땅으로 하산길을 택하였다.
또한 앞 사람의 길을 유심히 관찰하고 안전한 길만으로 이동하는 전략.
그리고 나름 스스로 엔진브레이크를 걸면서
Mud 상황뿐 아니라 무릎에 하중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내려 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서문도 보이는 듯싶고, 조금만 내려가면 된다.
그런데 약간 경사진 내리막길
감꽃님께서 어느 순간 발을 앞쪽으로 내딛었는데
그 발이 아래로 슬금슬금 미끄러지더니
갑자기 등산화 방향이 바뀌더니
덩달아 몸의 방향도 바뀌어지면서 결국에는 무릎부터 발까지 모두 땅에 닿았다.
미끄러진 것이다. 즉 진흙 위에서 철퍼덕 한 것이다.
그리고 혼자서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말로는 아니지만 “help me” 상황~
이 때 난 아마 누군가의 뒤에 있었는데
왠지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은 판단이 들었다.
빨리 가서 구하자, 올리브~ 뽀빠이가 간다…~~..
나는 일단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목 앞으로 메었다.
그리고 나도 분명 미끄러질 터인데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해 보니
감꽃님 오른 쪽은 괜찮은 것 같다.
비슷한 각도의 아래 방향으로의 경사였는데 그쪽은 나름 땅도 고른 것 같고
적어도 mud 구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리막이므로 발을 내 딛는 순간 가속도가 붙는 것이 뻔한데
감꽃님 오른 쪽으로는 땅이 맹숭맹숭한 것 같았다.
그래서 중력 가속도로 내려가고 적당한 위치에서 발 브레이크를 잡으면 되었다.
그리고 한 발을 내 딛자 역시 예상대로 중력 가속도는 붙고 다다다락~..
그런데 딱 여기까지가 예상대로였다.
감꽃님 옆을 통과하는 순간 발 브레이크 대신 갑자기 발이 허공에 들리며
세상이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쿵~!!..
첫사랑 길에서 연심을 느끼는 심쿵이 아니라 몸쿵~을 한 것이다.
알고 보니 그 구간은 Mud가 아니라 얼음이 위장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곳에 발이 닫자마자 발이 미끄러졌고
몸이 180도로 들리면서 바로 아래로 자유낙하. 그리고 철퍼덕~
다행히 배낭이 버퍼 역할을 해서
등이 바로 땅에 떨어지지 않았고 엉덩방아를 세게 찧은 수준으로 마무리 되었다.
늘 배낭이 가볍지 못하고 쓸데 없는 것을 갖고 다닌다고 투덜거렸었다.
우산, 우비, 지도, 베낭 우비, 비상 간식, 마스크.
이 외에 어제 아직 털지 못한 간식, 보온병과 스탬프북
그리고 남장대 오를 때 덥다고 벗어서 배낭에 넣어둔 바람막이 등
그런데 어제는 이 모든 것이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완충제 역할을 훌륭하게 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배낭 속의 잡동사니에 고마움이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감꽃님의 엉덩방아는 갑자기 마이너리그로 강등(!) 되어 버렸고
내 몸쿵이 메이저리그가 되어 버렸다.
길동무님 모두가 염려해주셨다.
나름 웃으시기도 한 것 같고.. 음 일생에 유머를 남들에게 준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찍사이신 수명산 선생님께서는
몸은 괜찮은가? 하기 보다는 카메라 괜찮은가? 하시고..^^
역시 직업? 아니 미션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 하셔서
사람보다는 장비의 안녕을 먼저 챙기신 듯싶다.
평소에 다른 사람은 넘어져도 나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에 다른 사람에 의해 길나섬에 지체가 생길지는 몰라도
나 때문에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스스로 확신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일단 재빨리 물휴지를 총 가동하여 수습단계를 거쳤음에도 나 때문에
얼마의 시간이 지체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점은 어설픔에 대한 생각이다.
물에 사람이 빠지면 아무 생각 없이 구하러 갔다가
둘 다 빠져 죽는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실감이 되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상황 판단 하에서 움직여야지 그냥 어설픈 가정은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스운 것은
옷 수습을 하면서 갑자기 타잔 생각이 났다.
타잔 영화에는 아프리카 정글 안의 늪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자나 코끼리 사냥꾼이 어떤 사유로 늪에 빠지게 되고
움직일수록 점점 늪 아래 쪽으로 내려가다가
결국에서 머리 하나 남기고 손으로 허우적 되고
이때 타잔이 짠~ 하고 나타나서
그때서야 사냥꾼은 죄를 반성하면
타잔은 넝쿨 하나를 던져주면서 살려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나에게 넝쿨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엉덩이로 중력가속도를 포함한 충격이 가해졌고
더불어 평소에 해보지 않은 자세까지 나오게 되어서
초기에는 좀 뻐근하였는데
크게 문제 없었는지 남장대 이후
서문, 동문을 거쳐서 무사히 남문까지 다시 도착하여 투어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상대적으로 심심한(?) 코스로 이 길에는 기억나는 것은
남장대에서 본 풍경 정도 아닐까 싶었는데
이제는 다른 어떤 코스보다도 확실하게 각인이 되었다.
Mud After..
화수분님은 토란님과 서울 둘레길 100인 원정대의 7기 7조로 같은 동기이고
길나섬이 계속 강화길로 이어지면서
토란님에 대한 워킹 스타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신 분 중 한명이다.
그런데 다른 시즌과는 달리
추운 겨울의 강화 나들길에서
화수분님이 토란님을 두고 늘 하시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마도 화수분님이 토란님과 비교하여
소위 인체적, 생리학적 차이를 서서히 느끼셨음인지,
화수분님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많이 나서 겉옷을 벗게 되고
얼굴에는 땀이 송송 맺히는데
토란님은 땀 한 방울 나지 않고 아침의 화장도 그대로라고 하시며
나름 부러워하시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모~ 나는 그런가 보다 했다. 얼굴에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땀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사람간 생리학적 차이인가 보다 싶었다.
정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 진흙탕에 몸쿵 시건 이후에 비로소 나는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생리학적이 아닌 멘탈 차이라는 것을..
난 넘어져 배낭이며, 장갑, 바지는 말할 것도 없고
카메라에 진흙 물도 튀었고
신발도 먼지에 뒤범먹이고 진흙이 덕지덕지 되어서 다니는데
토란님은 도대체 진흙 밭을 다녀온 것인지 아스팔트 길을 다녀온 것인지
표도 나지 않을 정도로 쌩쌩하고 바지에는 진흙 하나 튀어 있지 않았다.
나는 폴을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감꽃님 폴은 진흙 국물(?)이 덕지덕지인데 토란님 폴은 말끔 그 자체다.
아니 땅을 밟지 않고 날라 다니나?...
그래서 화수분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토란님은 별종(!) 이라는 것을…
화수분님의 말씀이 나온 김에…
한 일주일전, 토요일의 서울 둘레길 코스 길나섬에 이어
일요일 오후에 “마트 가는 길”로 길나섬을 하였다.
이 길도 왕복으로 따지면 약 24km 정도 된다.
그런데 그 날 오후가 좀 따뜻했다. 그래도 바람은 좀 불어 얇은 파카를 입었는데
길을 걷자니 따뜻한 날씨와 볕 때문에 몸이 더워졌다.
파커를 벗었는데 마땅히 어디 들고 가기도 그래서
소위 “화수분님” 패션으로 앞쪽으로 입어 보았다.
그랬더니
바람도 막아지고 손은 따뜻하고
정말 신천지가 따로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등 뒤는 시원하고.
아 이런~ 노하우가…^^.
멘탈 짱인 토란님, 그리고 생활 노하우 짱인 화수분님.. 모두 별종이다..^^
Epilog
겨울과 함께 시작된 강화 나들길은
총 20코스 중 5개 코스가 남아 약 7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10개 코스가 끝날 즈음인 지난 1월
시작이 반이고 또한 반쯤 되면 이제는 거의 다 온 것으로 생각되어
그때부터는 굴러가도 골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선 다음 행로인 평화 누리길에 대한 생각을 틈틈이 하였다.
또한 짬짬이 서울 둘레기로 살짝 외도(!)도 했다.
그런데 어제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코스
그리고 남장대에서 거의 다 내려왔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세이프 가드가 풀리면서
그만 좀 심한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나름 신체적으로는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계절의 시샘보다는 강화 나들길의 시샘이 강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몸쿵~으로 어쩌면 죄를 씻는 의식도 거행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완전하게 강화도 투어를 마치지도 않았는데
마치 벌써 끝난 것인 마냥 설레발을 치고 호들갑을 떨더니
결국 몸과 마음을 정화 시키는 차원의 의식(!)을 제대로 한번 치른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사전 경고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괜한 객기 부리지 말고 조심조심 살살 다니라고.
사실 어제 몸쿵~ 이후로 발걸음이 매우 보수스러워졌다.
이전 같으면 폴짝 뛰어서 가던 구간도
이제는 다시 한번 보게 되고
되도록이면 우회 통과를 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남장대가 훤히 보이는 강화읍은
강화 나들길을 걷는 동안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25% 밖에 남아있는”이 아닌
“앞으로 25%씩이나 가야 할” 강화길을 걷는 동안
이 남장대 앞을 통과 할 수 밖에 없고
그 남장대를 보면 늘 몸쿵~을 생각하면서 조심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강화 나들길 뿐일까?
앞으로 가야 하는 수 많은 인생 행로에서
조심조심 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어제 얻은 교훈은 아마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온몸으로 기억하는 형상기억 합금처럼…………..###
첫댓글 그 길이 가장 가억에 남는 길인 이유가
흑기사 역할하려다가 돌아떨어진 몸쿵 사건이었음을
후기를 다 읽고서야 알았네요.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시길요.
예.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조심하라는. 여태 둘레길 경력 몇년에 처음이었습니다... 원래 운전 배울때도 처음과 완숙 보다는 중간 어정쩡 할 때 사고가 나지 않겠습니까? 암튼 조심하겠씁니다. 감사합니다.
나 자신의 경솔함을 타산지석 삼아 다시는 넘어지지 않으리 다짐해도 다반사로 넘어집니다
다행히 며칠 근육통 앓다가 좋아지니까 잊어버리고 다니죠 작년에 국수산에서 내려올 때 꽈당 했을 땐 컬링처럼 스톤에 닿을라 말라 정말 아찔했답니다
배낭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대형사고 날뻔했죠
본인만 알 수 있는 위급한 사항이죠 전 넘어지면 발가락 움직여보고 골반 틀어보고 손목 움직여보고 이상이 없으면 일어난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자가진단해보고 이상 무하면ㅎㅎ
소그미샘 그만하니 정말 안심입니다 살신성인 정신상 드립니다
늘 감사합니다^^!
에그.. 그런데 등산 많이 하시는 분들이 그러네요. 빈 배낭이라도 꼭 메고 다니라고.... 내일 뵙겠습니다.
정성스런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8기 원정대에 참여를 기원합니다...
알라인님.. 느낌상 8기 원정대에 되신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길나섬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