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벳의 노래
서 경 석
한 여인이 아기를 본다. 웃음 짓는 아기를 보는 두 눈엔 눈물이 흐른다. 그러다 ‘아니야,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지.’하며 황급히 갈대 상자 하나를 준비하고 거기에다 역청과 송진을 바른다. 아기를 그 안에 조심스레 뉜다. 그리고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 기도가 간절하다. “너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을 드린다. 그가 널 구원하시리…….”
지난 한 주 내내 묵상한 ‘요게벳의 노래’ 장면이다. CCM 작곡자인 염평안 2집 앨범 in the Bible 수록곡이다. 이 앨범은 성경 속 인물 12명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 한 인물이 요게벳. “아므람이 그 아비의 누이 요게벳을 아내로 취하고 그가 아론과 모세를 낳았으며.”
우연히 이 노래를 접하고서 지금까지도 마음이 머문다. 3개월 된 모세를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강물에 떠나보내야 했던 요게벳의 마음이 전해진다. “당신, 또 울지?” 아내가 짐작하고선 뒤에서 놀래키는 바람에 참았던 눈물이 흐르고야 말았다. 민망함에 재빨리 두 손으로 훔쳐보지만, 마음 가득 전해오는 그윽한 감동은 쉬이 주체할 수 없었다. “하나님! 당신께서 이 아이의 참 주인, 참 부모이십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삶을 맡깁니다. 당신밖에 없습니다.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하나님 향한 그 믿음의 고백이 곧 나의 고백, 나의 기도가 되었다.
요게벳은 ‘여호와의 영광’이라는 뜻으로 성경 인물 중 ‘여호와’와 합성된 이름을 가진 최초의 인물이라고 한다. 여호와께 온전히 맡기는 간절한 요게벳의 서원을 당신께서는 받으셨다. 결국, 모세를 구하시고 그를 사용하시어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셨다. 나 또한 요즈음 자녀들의 삶을 주께 맡긴다는 기도가 간절하게 나온다. 자녀를 키울수록 부모 된 나의 부족과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요게벳에게 닥친 죽음의 위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부모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을 겪곤 한다.
흔히 고해(苦海)와 같은 삶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순조롭게 항해하지만 또 누군가는 표류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나의 부족과 연약함을 주께 아뢰고 핸들을 그 손에 맡길 때 비로소 그 분은 일하신다. 하지만 어찌 망망대해에 잔잔한 물결만 계속 되겠는가? 때론 풍랑이 일고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다. 그로 인해 표류하더라도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면 그것이 곧은혜요 형통이다.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요게벳은 모세가 애굽 궁정으로 들어가면서 그의 유모로 성장기를 함께 하며 신앙교육을 시켰다. 좀 더 자라 애굽인과 히브리인 사이의 정체성 혼란 속에서 방황하는 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눈물로 기도했을테다. 그리고 성년이 된 아들이 왕자 신분에서 살인자로 몰려 광야로 도망치기까지 어느 때보다 가장 비참했던 순간을 온몸으로 껴안고 또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함께 해 주세요. 은혜 주세요.”
한 달 전 모 업체에서 싸이월드를 정비해서 재 오픈했다고 해서 호기심에 싸이홈에 접속해보았다. ‘아빠, 엄마, 효원, 예원, 그리고 희원이가 알콩달콩 꿈꾸는 곳에 오세요’ 추억어린 사진들을 보면서 옛 추억이 밀려온다. 벌써 훌쩍 커 버린 아들, 딸의 취학 전 함께 했던 시간들 속 장난기어린 표정과 몸짓의 사진들을 보며 웃음 짓다가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 가가 촉촉해졌다. 잘 자라주어 고맙고 한편으론 잘 돌봐주시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참 다행인 건 하나님께서 우리의 부족을 아시고 참 부모가 되어 주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도 축복한다. “너는 잘 될 거야. 왜냐하면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