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미국에서 토마토는 관상용으로 재배됐을 뿐 당시 사람들은 토마토를 독이 들었다고 생각해 전혀 먹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토마토를 먹으면 고열로 죽거나, 냄새만 맡아도 미칠 수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모두가 즐겨먹는 값싸고 건강에 좋은 웰빙 채소의 대명사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성체 줄기세포 전문회사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50.사진)은 인터뷰 서두에 뜬금없이 토마토 얘기를 꺼냈다.
"미국에서 토마토를 처음 먹어보겠다고 공언했던 사람은 토마토를 자신의 텃밭에서 기르던 존슨 대령이었습니다.존슨 대령은 군중 앞에서 토마토를 덥석 베어 물었습니다. 당시 같은 마을에 살던 한 의사도 토마토를 먹으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존슨 대령은 이후에도 토마토를 계속 먹었고 건강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라 회장은 "존슨 대령은 토마토가 무해할 뿐만 아니라 식용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알린 용기 있는 선구자였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성체 줄기세포`란 토마토를 가장 먼저 깨문 남자"라고 소개했다.
◆ 성체줄기세포로 난치병 치료 및 수명연장에 `도전`
라정찬 회장은 "성체줄기세포 기술도 마치 토마토와 같다.
알앤엘바이오는 성체줄기세포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 최전방에서 산업화하고 있는 선구자"라면서 "난치병과 인간 수명 연장의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는 자가 성체줄기세포 기술에 있다"고 단언했다.
신체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만능세포로 불리는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나뉜다. 성체 줄기세포는 골수 및 제대혈뿐만아니라 인체 주요 조직에 대부분 함유돼 있는데 이를 통틀어서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라고 한다.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2006년 사람 복부에서 얻은 `지방중간엽줄기세포(adipose mesenchymal stem cell)`의 분리.배양법을 표준화 및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라 회장은 "줄기세포가 손상된 조직이나 부위를 찾아가는 `호밍 효과(homing effect)`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존 임상과 논문 등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면서 "알앤엘의 기술은 인체가 노화하면서 부족해지는 줄기세포를 보충해주는데 이 줄기세포들이 노화된 골수를 찾아가 정착하면서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고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노화를 방지하거나 몸의 손상된 부위를 재생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함으로서 난치병 등의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자신의 복부지방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증식 및 배양한 주사를 정맥주사로 주입함으로서 질환 치료가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데 의학적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 회장은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알려진 루게릭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척수손상, 암까지도 머지않은 시일 내 줄기세포를 활용함으로서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알앤엘 기술은 우리나라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자가성체줄기세포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함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바이오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줄기세포치료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 "증명됐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스캔들`과 관련해 그는 "황우석 박사 사건으로 줄기세포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져 관련업체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대신 배아줄기세포 대신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더 활성화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우석 박사가 연구한 배아줄기세포는 사람의 수정란에서 채취하는 줄기세포로, 윤리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아직까지 특정 기관으로 분화하게 만들수 있는 기제를 알아내지 못한 상태지만 성체줄기세포는 지방 등 신체의 조직과 장기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도 없을 뿐만 아니라 효능도 입증된 상태"라는 것.
특히 알앤엘은 자가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타인의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다른 바이오업체들과는 차별화된다는 게 라회장의 설명이다.
`만병통치약처럼 들린다거나 의학적으로 아직 위험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자 라 회장은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자가 성체줄기세포와 관련된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당시 마음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알앤엘 기술이 거짓이었으면 망해도 벌써 망했다"면서 "지난 4년 동안 1만명 넘는 고객을 확보했고, 줄기세포의 신비한 치유능력을 경험한 이들이 열렬한 지지세력이 돼줬다"고 말했다.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2010년 70대 환자가 일본의 한 병원에서 자가 성체줄기세포 치료 중 사망, 줄기세포치료의 안전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라 회장은 "당시 사망한 분은 원래부터 혈전이 많았는데 이코노미 신드롬으로 인해 혈전이 하체로 몰리면서 문제가 됐던 것이지 줄기세포 치료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국제세포학회의 조사 및 발표를 통해 밝혀졌다"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안전성과 관련, 수많은 논문이 이미 발표됐고 암 발병 가능성 등 안전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국내에서 줄기세포 의약품이 3호까지 나왔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라 회장은 "이전에는 알앤엘 고객 중 의사들이 거의 없었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 자가성체줄기세포에 대해 문의하고 치료를 받고 있는 의사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현재 100여명이 넘는 의사들이 알앤엘을 통해 성체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으며, 이들은 줄기세포치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라고 덧붙였다.
◆"논문 등 연구 결과와 특허 통해 알앤엘 기술 알릴 것"
알앤엘은 자사의 줄기세포기술을 미국의 한 바이오기업에 `기술이전(License-Out)`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라 회장은 "미국 등지에서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에서도 알엔엘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최근 잇따라 내놓은 알앤엘의 논문들과 보유 특허들도 알앤엘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올해도 많은 임상과 논문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라정찬 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이미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 진출한 상태"라면서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 이머징 국가들에 기술이전하거나 파트너 업체를 찾기 위해 협상 중이며, 지난해 10월부터 이를 진행한 만큼 늦어도 상반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가 성체줄기세포 기술의 이전한 미국의 `셀텍스테라퓨틱스社(Celltex Therapeutics)`의 고객이 현재 100여명 정도지만 올 3월쯤 500여명 정도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알앤엘이 셀텍스의 지분 20%를 보유한 만큼 이번 북미 시장 진출은 향후 임상 추진과 기술수출 면에서 양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알앤엘과 셀텍스는 공동으로 미 텍사스주(州) 근교에 연간 1만명 이상의 줄기세포를 보관 및 배양할 수 있는 `GMP(우수의약품 제조와 품질관리 기준)` 시설을 연건평 1900㎡ 규모로 준공했다.
라 회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매출이 750억원을 넘어섰는데 올해는 연매출 1500억원이 목표"라면서 "해외 기술수출과 다국적제약사와 제휴 등으로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타인 성체줄기세포업체인`
메디포스트` 등 일부 줄기세포 바이오업체들은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기대감 때문에 지난 해 9월 이후 바이오주 열풍을 타고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알앤엘바이오는 현재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제품들이 1, 2상 임상 시험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바이오주 강세장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다.
라 회장은 "내년 부터 한국에서도 줄기세포 정맥주사가 허용될 전망"이라면서 "성과가 가시화되면 주가도 힘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라정찬 회장은 1963년생으로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청주 신흥고, 서울대 수의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제주대학교대학원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라 회장은 졸업 후 다국적제약사인 바이엘코리아 및
LG화학(현
LG생명과학) 팀장 등을 거쳐 지난 2001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 3명 등과 함께 바이오벤처인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했다.
알앤엘바이오 시가총액은 지난 1일 마감 기준 4681억원이며 라 회장 지분은 11%로 약 514억원이다.
라 회장은 현재 베데스다삼성병원 이사장과 알앤엘줄기세포기술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형편이 어려운 희귀 난치병 환자들의 줄기세포 치료를 돕는 `베데스다생명재단`도 운영하고 있다.
[김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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