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 사는 분들과 인사나누며 살고 싶어 “인사하고 지내요“ 라는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까페 회원들이 추천하시는 마을주민들을 만나서 사는 이야기, 귀촌한 이야기, 농사이야기를 듣고 게시판에 공유합니다.
인터뷰어 : 짱가네
정리 : 오후
사진 : 운당
<시어머니가 심어놓은 청보리가 예뻐서.....>
운당샘의 소개로 꽃꽂이를 즐겨 하신다는 오00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꽃의 계절인 오월에 꽃을 좋아하는 분을 만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꽃 공부까지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00님 댁은 두서면 수정길에 있는데, 수정길을 오가는 분들이라면 ‘와 저런 집엔 누가 사나’ 하고 한번쯤 쳐다봤을 집이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니 주인이 정성들여 가꿔놓은 꽃과 나무가 확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뷰하던 날 서울에선 우박이 내렸습니다. 이상기후때문인데 두서면에도 몸이 앞으로 쏠릴 정도의 돌풍이 불어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들어갈때는 제대로 꽃나무를 감상 못했습니다. 한시간동안 인터뷰를 하고 나와 다시 마당을 둘러봤는데 꽃과 나무의 종류가 아주 다양했습니다. 꽃과 나무가 다양하게 있다는 것은 그 집에 다양한 향기와 색깔이 있다는 뜻이고 벌과 나비며 온갖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오00님의 인생에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행들은 ‘범의'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꽃을 선물 받았는데 이름이 아리송하네요. ‘범의 귀’ ‘범의 털’, ‘범의 꼬리’? 오00님이 주신 꽃은 아무래도 범의 꼬리일 것 같네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에 사는 이름 모를(물론 저만 모를)화초도 한뿌리씩 얻어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길 바라며 오00님께 여쭤본 귀촌스토리를 소개합니다.
1. 짱가네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ㅡ이름은 오00이고 나이는 00세, 닭띠입니다.
결혼해서 36년간 시부모와 함께 살았습니다. 시어른께서는 고관절을 다쳐 얼마전 요양원으로 모셨고 지금은 남편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언양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고 저는 집과 꽃을 가꾸며 살고 있고, 아들,딸은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습니다.
2. 언제 귀촌하셨는지, 이곳(수정내)으로 오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 집을 지은지가 15년 되었어요. 귀촌한지 15년 된거지요. 남편 고향이 두동이라 남편이 고향으로 오고 싶어했습니다. 이곳에 오기전 두동에서 가든을 오래 했고, 가든 그만둔 뒤 이곳으로 이사왔습니다.
3 귀촌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ㅡ이곳은 십오년전만 해도 전체가 논이었어요. 논이었던 천칠백형 가량을 매입해서 다리를 놓았고, 집을 지어 몇 채를 분양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어요. 남편의 고향은 두동이지만 저는 시내 살았기 때문에 막연히 귀촌이 무서웠어요. 저만 그런건 아니고 귀촌하는 사람들 대부분 조금씩 겪는 일인데, 집 지을 때 동네서 사소한 민원도 있었습니다. 주로 소음민원이었는데, 출산을 앞둔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얘기를 하셔서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습니다만 다 지난 일입니다. 처음엔 귀촌이 무서웠지만 요즘은 거꾸로 시내서는 못 살 것 같아요. 시내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공기가 틀리다는 걸 느껴요. 물맛도 너무 좋아요. 요즘 사람들 아토피 많이 걸리는 이유가 있는데, 공기,물,먹는 음식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이곳은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좋아요. 그런데 지진이 난 후로 물길이 달라졌는지 물이 안나와서 요즘은 집안에 있는 우물에 양수기를 달아 사용합니다. 시상수도를 끌어오자니 상당한 비용을 자가부담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가구수가 얼마되지않아 그 비용을 우리가 다 내야 하니까 시상수도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4. 농사는 지으시는지. 농사지으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ㅡ집 주변에 밭이 두어군데 있어요. 한 곳은 가까운 사람들과 같이 공동경작을 하고 있어요. 임야를 구입해서 밭을 만들었어요. 주로 고구마를 심는데 황토밭이라 고구마가 무척 맛있어요. 한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임야를 개간한 곳이다보니 멧돼지 피해가 좀 있어요. 몇해전 수확시기에 멧돼지가 나타나 우리 밭의 고구마를 다 먹어버렸어요. 함께 경작하시는 분들 밭을 지키느라 남편이 밤마다 밭에 가서 촛불을 켜놓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촛불로 안되서 경운기 시동을 걸어놓고 있어도 봤지만 다 실패했고 나중엔 포획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했을 때라 총포지금이 금지되는 바람에 며칠이 지났고 그러다보니 결국 밭의 고구마를 다 잃었던 기억이 나네요.
5. 동네주민들과는 어떻게 교류하시는지
ㅡ두동할 때 가든하는 형님과 십년 이상 친하게 지냈어요. 여기 이사와서 이웃을 두분 만나 세사람이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요.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입니다. 좋은 분들을 만난 건 행운이지요.
5. 하루 일과는 어떠신지, 도시생활과 비교해서 말씀해주시면
집 가꾸고 꽃 가꾸는 취미가 있어요. 그동안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노래도 배우고, 포크댄스도 배웠는데 제일 적성에 맞는게 꽃이었어요. 하루에 두시간가량 정원을 가꿉니다. 농사는 남편 담당이고 저는 정원담당인 셈이지요. 꽃꽂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오래전에 있었던 일때문이에요. 결혼전 직장 다닐 때 직장동료가 꽃을 꽂는 것을 봤어요. 예쁜 꽃도 어떻게 꽂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보였어요. 그때 꽃꽂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결혼하고도 꽃이나 자연물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시어머니가 심어놓은 청보리를 베어다 식탁위에 꽂아두고 봤어요. 시어머니는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이라 며느리가 철없다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밭에 풀은 안메고 꽃만 가꿔으니까요. 시어머니가 고깝게 생각하시는 게 이해는 되지만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 와중에 친구랑 꽃꽂이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이사와선 모든 걸 접고 복지회관가서 꽃꽂이를 배웠고, 지금은 틈나는대로 꽃을 만지고 있어요. 꽃을 가까이해서 우울증같은 게 없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꽃만 보면 기쁘고 즐거워요. 아파트에 살때는 마음이 있어도 할 수가 없는데 귀촌해서는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니 마음껏 꽃을 만질 수 있는게 너무 좋습니다.
6.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그 사람의 단점이나 결점을 들춰내선 안되고, 서로 어렵고 힘든 얘기를 나누더라도 절대 뒷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만 수행하듯 지켜야 좋은 사람과 오래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해주신 오00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까페 자주 방문해주시길 부탁드리고, 꽃,나무,꽃꽂이작품도 올려주시면 까페가 많이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첫댓글 꽂꽂이도 예쁘게 잘하시고 부지런하셔서
꽂과 나무를 참 잘 가꾸어서 집이 참 예뻐요
동네분들 한분 한분 이렇게 알아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구요
무늬석창포와
꽃범의 꼬리..
감사하고 이쁜 방문이었습니다.
짱가네 역시 똑! 꽃범의 꼬리였구나 ㅋㅋㅋ 무늬석창포...
귀촌에관한 소중한 경험담도 여과없이 들려주시고 예쁜 꽃과 화초를 나눔하셨네요
감사드립니다
우리동네는 귀촌한 가구가
기존가구 보다
더 많다.
아직 얼굴도 모르는 분들도 있다.
"인사하고 지내요"
게시판이 반갑다.
인터뷰 응해 주신 여사님 다시
한번 감사
드리고요
글 쓴다고 수고 하신
오후님 고맙습니다.
모두 덕분에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꾸벅 ^^
꽃꽃이를 하시는분이라니
한번 만나뵙고 싶네요
그날은 제가 오전 스케줄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는데 많이 아숩네요
집도 너무 아름답게 꾸며놓으셨던데
다음 기회가 있으면
꼭한번 구경가보고 싶습니다^~^
오경화 님 반갑습니다 ~~ 자주 뵈어요~~ 까페 회원님들 인터뷰 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ᆢ
오우님과쨩가님 쨩 임니다. 오경화님도 반갑습니다.
온누리에 자비를
온누리에 자비를
온누리에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