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해파랑길을 다녀와서 <2022. 5. 19~21>
기다리던 금년도 봄 동해안 해파랑길 일정을 5월19일부터 2박3일로 잡았다. 작년 가을에는 해파랑길의 마지막 코스인 50코스를 포함하는 4개코스(47~50코스)를 2박3일에 다녀온바 있다. 작년 가을이 7번째 행사였으니,이번 행사가 8번째 걷기행사이다. 사전 회의 결과 이번 행사는 재작년 가을 삼척의 궁촌리에서 레일바이크를 못탄 아쉬움이 있었는데, 궁촌리에서 반대로 내려가는 30코스 와 29코스를 걷기로 했다. 아내 병간호에도 바쁜 연암(鳶岩)이 코스 설계와 삼척행 버스표를 준비했다. 30코스는 용화에서 궁촌까지의 7km 코스인데 궁촌에서 거꾸로 내려가기로 했다. 단 삼척의 해안절경인 초곡의 '용굴촛대바위길'은 필수로 포함하는 조건이다.
강남고속터미널에서 8시50분발 삼척행이다. 삼척터미널에 도착하면 12시반, 딱 점심시간이다. 여행은 맛기행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사전 맛집 조사를 했다. 딸의 도움을 받았다. 삼척 도착 후 첫 점심은 "부명칼국수집"으로 정했다. 삼척 고속터미널에서 10분거리, 쉽게 찾았으나 보통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데 다행히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장옹심이칼국수'란다. 장을 풀어서 끓여서 색갈이 붉다. 우리는 그냥 '옹심이칼국수'와 '감자전'을 시켰다. 명불허전. 7천원 칼국수에 이런 행복감을 얻다니--
초곡용굴촛대바위길 배불리 점심을 먹고나니 배가 불러 궁촌까지 걷기가 싫다. 택시를 이용했다. 원래 오늘 행선지는 궁촌에서 용화까지인데 그 도중에 있는 초곡리의 해안길 '용굴촛대바위길'이 너무 보고파 바로 초곡까지 택시로 갔다. 얼마전 KBS 아침마당에서 여행전문가가 추천한 한국 4대절경 중의 하나로 소개된 곳이다. 처음엔 삼척 바로 위 동해의 추암 촛대바위를 연상했으나 전혀 다른 곳이다. 해안절벽 660m 거리에 512m 데크를 깔아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걷는 코스로 56m의 출렁다리와 광장,전망대,포토죤을 만들어 쉬어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하일라이트는 촛대바위와 거북바위. 촛대바위는 누구나 쉽게 찾지만 거북바위는 어디? 한참 찾는다. 큰 바위 위에 엎드린 거북을 발견하고는 탄사를 내지른다.
황영조기념관과 공원 용굴촛대바위길 구경을 하고 나와 조금 가니 바로 인근에 황영조기념관과 기념공원이 있었다.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때 우승한 마라토너 황영조를 기리는 기념관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 삼척이 황영조의 고향이며 그가 자랐던 집도 볼 수 있었다. 황영조 동상이 서 있는 기념공원에서 간식타임을 가졌다. 황영조공원을 지나 오르막 길을 걸어오르니 말굽재란다. 말굽재에서 내려다 보는 용화마을과 장호항은 정말 절경이었다. 자칭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르는데 실감이 난다.
용화와 장호항 용화마을에는 궁촌까지 가는 레일바이크역이 있다. 꼭 한번 타보고 싶었으나 이번에도 기회가 되지 못했다. 레일바이크 역을 지나니 하늘에 해상케이블카가 다니고 있었다. 장호에 몇차례 올때마다 케이블카를 타고싶은 유혹이 있었으나 놓쳤는데, 오늘은 작심대로 단체 케이블카를 타보는 호사를 누렸다. 우리 5명이 전세를 얻은듯 전용카가 되었다. 2017년에 설치된 삼척해상케이블카는 용화에서 장호까지 다니는 32인승 해상케이블카로 탑승시간은 7분, 운행거리는 874m이다. 장호항에 도착했다. 장호항은 제법 규모도 크고 특히 여름철엔 많은 피서객들이 몰리며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핑과 스노우클링이 인기이고 낚시꾼들도 몰리는 명승지이다.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기자기한 기암절벽이 관광객을 모으는 포인트인 것 같다. 장호에서 팬션방 2개를 얻어 하룻밤을 보냈다. 하루 결산은 스마트폰에 나타난다. 19,000보--
2일차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세면을 하려니 세면대가 없다. 어제는 샤워로 미처 세면대를 찾지 않아서인가? 세사람 모두 놀라고 의아해 한다. 아침 먹기 위해 나가다가 주인을 만나 물어본다. 화장실에 왜 세면대가 없냐고 -- 젊은 주인 대답왈, 요즘 짓는 팬션의 유행이란다. 팬션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은 아침저녁 수시로 샤워기 이용이 모두이니 세면대는 필요없고 샤워기도 해바라기 샤워기라야 한다고--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안된다. 주인이 추천하는 아침밥집- 집에서 먹는 것처럼 백반이 의외로 맛있다. 오늘은 오전 오후 모두 22km나 되는 최장 코스인 해파랑길 29코스이다. 오전은 장호에서 임원까지, 임원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호산(원덕)까지 가는 강행군이다.
9시 행군준비를 마치고 팬션 뒷쪽 나트막한 산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언덕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에는 작은 섬이 예쁘게 앉아있다. 커다란 소나무 줄기에 담쟁이가 감고 올라가 녹색 옷을 입혔다. 멋쟁이로 변했다. 해안쪽으로 조용한 마을이 앉아 있다. 갈남마을이다. 그런데 비밀이 있는 마을이라고 소개한다. 무슨 비밀일까? 궁금하지만 가서 알아볼 수도 없고--길따라 가다보니 이미 해파랑길은 놓쳤다. 아마 해파랑길은 내륙 검봉산 자연휴양림을 거쳐야 하는데, 지루하다는 평이 있다. 그래서 코스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라리 잘됐다 싶다. 우리도 방향을 바꾸어 해신당공원을 거쳐 임원으로 가기로 했다.
해신당공원 해신당공원은 약 7천평 부지에 남근 숭배의 민속을 주제로 조성된 테마공원이다. 남근조각공원은 이곳 신남 앞바다 애바위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에 근거한다. 옛날 덕배총각과 애랑은 결혼을 약속한 처녀와 총각이었는데 어느날 덕배총각이 해초작업을 떠나며 애랑을 애바위에 태워두고 갔는데 덕배가 그만 풍랑을 맞아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 마을에서는 바다에 빠져죽은 총각의 원혼 때문에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원망을 하며 어느날 한 어부가 바다에 오줌을 누었고 그때 부터 풍어를 이루었단다. 이후부터 신남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남근을 깎아 해신당에 매달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이어졌다고 한다. 삼척시에서 열리는 정월대보름 축제 때 수상한 남근조각상을 전시해 놓은 것이 님근조각공원이다. 해신당을 둘러보고 해신당공원을 나와 임원항을 향해 걷는다.
임원항의 맛집 임원에서 처음으로 만난 임원초등학교는 역사가 무려 88년이나 되는 외관만으로도 아주 멋진 학교였다. 모두 옛 고향에 온듯 학교를 살핀다. 운동장은 파란 잔디가 깔려 있고 ~ 학교 입구에는 표지석이 서 있는데 "世界一花"라는 만공스님의 게송이 적혀 있어 시선을 끈다. 임원항은 예전부터 오가며 횟집을 찾던 곳이다. 이번에는 딸이 추천한 식객 허영만의 맛집 "미조리횟집"을 찾았다. 허영만이 3년전 이집에서 주인과 찍은 사진이 걸려 있고 허영만이 적은 글씨도 보인다. "여기서 많은 정보 수집했습니다. 나름 안다는 놈이 겸손해졌습니다'라고~그때 허영만이 먹은 메뉴는 물회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손님들이 물회를 먹어 있다. 우리는 모듬회를 시켰다. 8만원 모듬회로 5명이 맛나게 배불리 먹고 매운탕까지-- 가성비에 놀랍다. 어느때부터인지 식객 허영만이 찾은 집을 자주 가게 된다. 만족도에서 실패확률이 거의 없다. 식사후 회센터 구경을 했다. 30여 점포를 일렬로 운집시켜 길고 큰 회센터 건물을 지어 3년전에 개장했단다. 한쪽은 생선 활어 전시와 회를 치는 현장이고 반대쪽은 손님들이 이용하는 자리이다. 어느 가게나 똑같은 획일적인 설계로 과연 구경꺼리였다. 동해안 어느 회센터보다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그러나 가게마다 특징이 없어 평소 단골손님 확보가 중요하다 싶다.
호산을 향해 오후는 오늘 목표지 호산을 향해 걷는다. 자전거도로와 겹쳐 걷는길은 평탄하고 좋다. 길 옆에는 노란 금계국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나를 한번 보고 가세요" 하는 손짓이 귀엽다. 꽃길이다. 이 꽃길을 걷는 나그네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길고 지루한 걷기여정이지만 꽃들이 반겨주고 가끔씩 해파랑길 리본과 스티커를 보면 반갑기 그지없다. 전봇대에 붙은 스티커, 파란색은 하행길 붉은 색 스티커는 상행길이다. 5시가 지나고 있다. 호산읍에 들어선다. 높다란 붉은 벽돌의 건축물이 하늘높이 솟아 있다. 호산교회 건물이다. 또 길옆에 아름드리 느티나무 보호수가 "통행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멧시지를 달고 서 있다. 너무나 덩치가 커서 아마도 몇백년된 느티나무이겠지? 했는데 명패를 보니 이제 겨우 100살의 나이다. 우량아인듯 나이에 비해 덩치가 너무 크다. 숙소를 먼저 정하고 저녁식사를 하기로~
호산 읍내 중심가에 큰 모텔이 두개가 경쟁하듯 서 있다. 성수기가 아니라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어서 좋다. 오후 걷는 도중에 시장하고 힘이 들어서 도중에 간식을 많이 먹었다. 특히 큰 떡을 먹어서인지 저녁 생각이 별로 없다. 그래서 기계국수와 김밥을 파는 집으로 정하고 ~ 나이든 영감 할매들이 반갑지 않은지 주인 여자의 시비조에 기분이 나빠졌다. 이런 불친절에도 값이 싸서인지 망하지 않는 걸 보며 모두 한마디씩 한다. 아직도 이런 집이 있다니~ 예상대로 오늘은 오전 오후 하로종일 걸었기에 3만보를 넘겼다. 시작 전에는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하자며 다짐을 하지만 정작 걷다보면 목표거리를 다 채우고 만다. 내일은 마지막 귀가하는 날이다. 자리에 누우니 피곤이 몰려와서 뉴스 조차도 못보고 잠에 빠져든다.
가곡천변 걷기 모텔 사장이 알려주는 아침조반집에서 배를 든든히 하고 길 떠날 준비를 한다. 오늘은 호산에서 울진방향으로 가는 28코스 길인데, 그냥 호산의 가곡천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가곡천변은 나무데크가 깔려있는 걷기코스의 명소이다.건너편은 월천유원지로 솔밭이 유명하다. 가곡천은 제법 큰 강이지만, 가물어 물이 얕고 갈대숲이 우거져 있다. 나무데크길로 산책을 한다. 노란 금계국이 무더기 무더기 피어 있다. 강 초입에 돌로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가 유혹을 한다. 좀 멀리 갔다가 내를 건너서 돌아오는 길에 징검다리를 건너고 싶다며--서회장이 앞서서 정찰을 나갔다. 그러다 우거진 숲속에서 연락 두절-- 진흙에 빠져 고생하다 겨우 돌아왔다. 그의 솔선수범과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는 모험정신의 리더십에 감동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보기는 했지만 의외로 자연은 쉽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호산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삼척행 버스를 기다린다. 정류장 매표소 아가씨가 아는체를 한다. 어제 우연히 길에서 길가는 아가씨에게 길을 물으며 호산버스터미널이 어디냐? 고 물으니 아가씨 답변이 "제가 터미널인데요" 했다. 이 아가씨 왜 이러나 싶어 본체만체 했었는데 어제 바로 그 아가씨다. 어제는 이상한 여자로 보이더니 오늘은 반갑기 그지없다. 자기가 터미널이라고 한데는 이유가 있었네--
마지막 맛집탐방 삼척 고속터미널까지 1시간 10분이 걸렸다. 삼척에 도착, 점심은 미리 알아본 맛집 "삼척해물"집을 찾았다. 토요일이라서인지 큰 식당이 만원이다. 이집은 생선찜과 생선조림으로 유명한 집이다. 우리는 모듬생선조림(大)으로 메뉴를 정했는데 모듬생선에는 가오리,가자미,고등어,열기,오징어까지 다양한 품종으로 생선마다 별미로 대만족이다. 값도 너무 싸다. 그래서 늘 손님이 북적이는 이유다. 이번 여행은 특히 맛기행이라 할만하다. 여행경비는 차비와 숙소 그리고 식대가 전부이다. 맛기행이라고 비싼 음식을 먹는건 절대 아니다. 그 지방에서 이름난 대표 음식을 먹거나 가성비가 높은 맛집을 이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사흘간의 여정을 뒤돌아 본다. 그리고 쪽잠도 자면서--박회장은 항상 꼼꼼한 경리를 담당한다. 이번여행은 유달리 비용이 적게 들었단다. 그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를 드린다. 서회장과 박회장 감사하기 그지 없고 두분의 여사님들도 고맙기 한이 없다. 아무래도 서울 도착해서 저녁은 내가 사야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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