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해인사海印寺는 화엄경華嚴經 중심 사찰이기 때문에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신 대웅전이 없고 화엄 세계의 주불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모신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주 법당이다.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은 산스크리스트어인 바이로차나vairocana에서 온 말로서 영원한 진리를 상징한다. 빛으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뜻이며 바로 태양을 뜻하는 부처님이다. 빛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시니 전각에 빛 광光 자가 들어간다. 그리하여 대적광전, 대광명전大光明殿, 혹은 비로전毘盧殿이라 한다. 또한 우주만물을 모두 간직한 연화장蓮花藏 세계를 의미하여 화엄전華嚴殿이라고도 한다.
원래 비로전은 2층 누각이었는데 조선 1488년(성종 19) 인수대비와 인혜대비의 지원으로 학조대사學祖大師가 중창하고 대적광전으로 변경했다. 이후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됐고, 현재의 건물은 조선 1817년(순조 17)에 제월스님이 경상관찰사 김노경金魯敬의 지원으로 지었다. 김노경은 추사 김정희의 아버지이다. 1971년 주지 지관대종사智冠大宗師가 대폭 중수하였다. 본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4칸, 겹처마 팔작지붕이며 다포식이다. 내부 중앙은 비로자나불이 수미산에서 불법을 펼치고 계시는 모습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수미단 위 본존불인 비로자나불과 좌우로 화관花冠을 쓴 문수文殊보살과 보현普賢보살이 협시하여 비로자나 삼존불이 완성됐다. 삼존불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다.
대비로전大毘盧殿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을 비로전이라고 한다. 비로자나불은 왼손 집게손가락을 오른손으로 감싸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중생과 부처, 번뇌와 깨달음이 본래 하나라는 것을 상징한다. 해인사 대비로전에는 9세기에 조성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동형쌍불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비로자나불 내부에서 나온 묵서명墨書銘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서원합니다. 대각간님의 비로자나부처님이시여! 오른쪽 부처님은 비妃님의 부처님입니다. 중화 3년(서기 883년) 계묘년 여름, 부처님을 금을 입혀 이루었습니다.’
학사대學士臺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는 ‘신라말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857~?) 선생이 해인사에 머물며 집필하고 말년을 보낸 장소’라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 평소 짚고 다니던 전나무 지팡이를 꽂아두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는데 지팡이에서 움이 돋아 성장하게 됨을 기이하게 생각하여 최치원이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학사대는 신라 헌강왕(875~886) 때 29세의 나이에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림학사를 지낸 데서 유래됐다. 이 전나무는 역사적,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돼 왔으나 2019년 태풍 피해로 부러지면서 생물학적 가치를 잃었다.
해인사에서는 유서가 깊은 이곳에 최치원 상을 조성하는 데 뜻을 모으고 생명을 다한 전나무를 활용해 밑둥은 최치원 상 좌대로, 나뭇가지는 이곳을 찾는 참배객들이 편히 앉아 사색할 수 있도록 의자를 만들었다. 2022년 제막해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