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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부지해 동국의 부락에서 머물던 인은 그날 밤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안은 지엄한 표정으로 인에게 묘한 물건을 건네주더니 이내 사라졌다. 꿈에서 깬 인은 식을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원망스러운 아버지가 꿈에서 주고 가신 물건은 왕자를 대신하는 것인지 부락에서의 하루하루는 길고 긴 옥중의 삶과 같이 적막했다. 옆에서 슈트라의 과분한 대접에도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자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세월을 보냈다. 며칠 째 인은 넋을 잃은 듯 아무런 의지도 없이 그저 땅바닥에 꿈에서 보았던 묘한 물건의 모양새를 그려댔다. 그는 사각 형의 선을 긋고 수백 개의 점을 찍고 그 안에 또 선을 그려 넣었다.
인은 잠시 심적 고통을 잊고 그림을 그리는데 정신이 빠졌다. 그는 네모난 판자를 만들어 먹을 갈아 붓으로 가로 19줄 세로 19줄을 그리고 총 361개의 점을 찍었다. 그리고 화점 8개와 그 가운데 천원 점 하나를 찍었다.
주위 부락민들은 맨 흙바닥에서 마치 아이처럼 그림을 그려대는 인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보고서 그가 미쳤다고 소곤댔다.
우와 슈트라는 인과 함께 점선의 신비함에 정신이 빠져 세월 가는 줄 몰랐다.
어느 날 인은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현실세계와 판이하게 다른, 직사각형의 문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거대한 도시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문 안쪽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각양각색의 의상을 입은 단정한 차림이었으며, 남자나 여자나 모두 머리를 따서 뒤로 묶고 다녔으며 그 취향이 제각기였다.
그 이름을 부르며 활짝 열린 직사각형의 문을 통과하자 그의 몸은 중력의 힘과 무관하게 자유자재로 허공을 떠올라 활보하기 시작했다.
그가 도시의 대로를 가뿐한 걸음으로 빠르게 날아가면서 세상을 구석구석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곳 사람들은 천인들과 달리 몸에 날개가 없었다. 천마 유니콘도 없었고, 용도 없었다.
그는 거울처럼 빛나는 직사각형 건축물을 지나가면서 자신을 보았다.
그는 황용으로 변해 있었다.
깜짝놀란 인은 순간 정신이 다시 현실의 자아를 깨웠다.
꿈에서 깬 인은 이상한 꿈을 꿨다 하여 슈트라, 우에게 그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용으로 변해 있었고, 세상에는 걸어다니는 날개 없는 평범한 자들뿐이었어요."
슈트라는 그가 본 세계는 미래의 세상이라고 믿었다.
"참으로 영묘하네요. 제가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 종족 가운데 남방의 비루다카왕의 말로는 두 남신과 여신이 남쪽의 귀퉁에서 섬을 하나 발견하여 그곳으로 들어가 자식들을 낳고 사는데, 그 자식들이 날개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인이 신기해하면서 물었다.
“아니 정말이세요? 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요? 천인이 아니라 날개가 없는 평범한 존재라는 거죠?”
“맞습니다. 그들은 우리 신들보다 몸집이 열 배나 작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두 신을 섬기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꾸신 꿈이 그들의 미래를 의미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꿈을 예사롭게 여기지 않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내 일찍이 왕자님을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 여기고 있었소. 동국이 남국이 연합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인 왕자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만나기 전부터 두 분과 연합하신 게 아니셨나요?”
“우리가 친구가 된 것은 인 왕자님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면서였지요. 우리는 마법진을 부려 인왕자님의 미래를 봤습니다.”
“아니 뭐라고요? 제 미래를 봤다고요?”
“죄송하게 됐지만, 우리는 이것이 운명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슈트라는 내친김에 사방의 이족들의 통합의 역사를 인과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
“왕자님. 이건 운명입니다. 북방의 바이스라바나왕을 만나주시겠습니까? 그는 직접 인왕자님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 이번 남방의 왕과 약속을 정하십시오."
슈트라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부하를 시켜 곧바로 서찰을 북방으로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북방의 바이스라바나왕의 승인이 담긴 답장이 도착했고, 다음 날 인은 슈트라와 우가 함께한 자리에서 북방의 병영에서 바이스라바나와 만났다.
바이스라바다는 그가 어린 시절에 자신의 아버지와 안대왕이 만날 당시 옆에 함께 온 어린 인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아스갈의 대왕이 북방의 왕이었던 바이스라바나의 아버지와 외교를 펼치던 시기였다. 당시에 안대왕 역시 인처럼 모든 이족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고 평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북방의 왕과 안은 서로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갖은 재난으로 살기가 어려워지자 각자 살길을 도모하기 시작하면서 대국이든 이계국가든 서로의 왕래가 서원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 왕자! 어인 걸음이오?"
그는 다시 슈트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슈트라, 동방왕과 같이할 뜻이 없는데, 헛걸음이 될 거요."
슈트라가 성급한 마음에 불같은 성미로 한마디 하려는데 인이 손으로 그의 몸을 제지하며 눈빛으로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뜻을 비추며 바이스에게 말했다.
"북방의 대왕님도 잘 아시다시피 지금 세계가 홍수로 시름을 앓고 있소. 이계가 하나라면 사실 천상의 모든 이들이 형제나 마찬가지요. 하지만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지금은 국가가 서로 연합하여 앞으로 다가오는 재난에 대비를 해야할 때요. 앞으로 더 큰 홍수가 침범하여 많은 부족들을 죽음으로 몰것이오. 이를 같이 막기 위해서는 물 위에서 살 다음 시대를 열어야하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의 한마디 한마디는 진실함이 가득했다.
그로부터 위엄과 선의를 느껴지던 바이스는 곧 따스한 햇살에 봄눈 녹아들어가듯 매료되어 있었다.
"배를 만들어 뭘 하겠다는 것이오."
"나라를 하나로 합치고 권력을 하나로 합치는 의미가 아닙니다. 각자의 부족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배에서 함께 해야합니다. 서로 도우며 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참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던 동국왕 슈트라는 그동안 그가 걱정해오던 바를 인이 계속해서 정곡을 찔러 여간 마음이 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배에 대한 권한을 나누는 것도 좋을 듯하오만."
그가 그렇게 말하자 인은 당연한 듯 대답해주었다.
"당연하지요. 연합이지 연방이 아닙니다. 언제든지 재난에서 생존하면 서로 각자의 나라를 세우면 되는 일입니다. 슈트라대왕님 당신은 반드시 훌륭한 성군이 될 것입니다."
인의 그같은 노력으로 드디어 동국과 북국이 서로 연합하는 길을 택했다.
인이 홍수의 피해가 없는 지역을 선정하여 그곳에 연합국들의 기틀을 세우도록 해주었다. 많은 이계 왕들은 인을 의장으로 추대했으나 인은 불필요한 감투라며 거절했다. 그는 오직 이계천인들이 합심하여 서로 조화롭게 살기를 바랄 뿐이었다.
슈트라, 바이스는 인을 마치 친형이나 왕처럼 보필했다. 인은 슈트라, 바이스, 우에게 염려스러운 얼굴로 그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스갈에서는 우와 내가 도주해 이곳에 정착하여 짧은 시기에 동국왕의 나라들을 통합하고 부강하게 했으니 반드시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오. 앞으로 파순이 섭정을 하게 되면 동국왕에게도 반드시 어려움이 찾아올 것이오. 파순의 관상은 천하를 얻지 못하면 천하를 내칠 상이오. 분명 천하통일의 명분으로 정벌을 계획할 것이오. 그의 눈에 홍수로 인한 백성의 목숨은 보이지 않고 오직 세상을 지배하려는 대망만이 있을 뿐이니 말입니다. 먼저 약소국들도 함께 도와 그들이 홍수의 피해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비록 동국이 아직 재정이 튼튼하지 못하니 물질로 돕는 것은 힘들 것이오. 허나 인력으로 그들이 홍수를 피할 배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아마도 승산이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후 인은 슈트라, 바이스, 우와 더불어 세상을 돌아다니며 수로와 육지를 확인하는 일에 전념했다. 그리고 이계국가에 인력을 파견하고 인은 배의 설계도와 수로가 그려진 지도를 제시하여 살길을 모색하라 이르렀다.
하늘과 태양을 가린 검은 먹구름이 점차 지상과 가까워졌다. 일부지방은 홍수로 자취도 없이 쓸려 내려갔다. 하늘은 울고 땅은 눈물 바다를 이루어 동물, 식물, 인간들이 물속에 잠겼다.
인은 모든 이계 장수들을 집결해 십만의 군사를 조련시켰다. 십만의 군사들은 홍수에 대비하여 수군이 되어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위에 삼천 척의 배를 건설했다.
아스갈의 안은 파순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요직에서 물러났다. 정권을 거머쥔 파순왕은 곧 중앙집권체제로 돌입하여 안국의 모든 지방 부족들에게 왕권의 위엄을 드러냈다.
파순은 안대왕이 평정하지 못한 동국왕의 유목민들이 차지하고 있는 땅을 얻기 위해 사만의 군사를 조련하기에 이르렀다. 군사력이 날로 확충되자 모든 부족장들은 파순왕의 권력에 겁을 먹고 하나 같이 궁궐로 몰려와 진상품을 올리며 왕권에 복종의 뜻을 나타냈다.
인은 이미 파순왕의 섭정이 시작되면 군사를 정비하여 동국왕들을 몰살시킬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안국의 사만 대군 군력증강의 명분은 동국왕 섬멸에 의한 천하통일이라는 소문이 동국의 지방 천인들 사이로 파다하게 퍼져갔다.
처음 바이스와 슈트라는 인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파순이 중앙왕권체제로 돌입하면서부터였다는 사실을 접한 뒤에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전 이족들을 다 합하면 겨우 사천을 채울 수 있는 우리 군대가 안국의 사만 대군을 대적할 수 있습니까? 이 전쟁의 결과는 불 보듯 번한 비극을 낳을 것이오."
슈트라가 낙담하듯 인에게 호소하자 인은 그간 그가 계획한 전쟁 시나리오를 밝혔다.
"걱정 마시오. 사천의 대군으로 사만을 대적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천의 대군이 천의 대군을 맞는다면 오십 대 오십의 승률이 아니겠소? 게다가 안국의 군사들은 정예병사가 소수인데다 군사인원을 보충한다고 무기 한번 들어보지 못한 백성들을 소집했으니 모두들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바쁠 것이오. 우리는 적들을 분산시켜 사만 대군 가운데 만씩 흩어지게 할 것이며, 적장의 목을 먼저 노린 뒤 무기를 버린 천족 백성들을 생포하여 단 한 명의 죽는 사람 없이 모두에게 살길을 열어줄 것이오. 그리고 아스갈 군사들이 진군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공을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표면적인 명분은 안국에 대항하는 것이지만, 대의는 오직 안국이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며, 그들 백성들을 죽음으로 모는 것을 막아 그들을 구출 하는 것이오."
인의 계획은 그 후로 일사천리로 풀려갔다. 십만의 군사들과 모든 이계 천인들이 합심하여 삼천척의 배를 완성하기에 이르렀고, 동국왕의 영토의 각 지방 곳곳 마다 인원에 맞춰 한 척씩 배가 주어졌다.
파순왕은 동국 천인들이 배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 듣고 비웃음을 흘렸다.
"놈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명분을 만드는 중이로군. 대홍수를 허술한 배 따위로 피할 수 있겠는가?"
안대왕은 파순이 섭정을 하자 권력을 집중시키고 군사력을 확충하는 것에 대해 다른 뜻을 비추지 않았지만 내심 크게 염려하고 있었다.
인의 연인인 지는 그녀의 집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인의 소식만을 기다리며 하루도 마음을 편하게 쉬는 날이 없었다. 매일밤 꿈속에 지는 눈물을 훔치며 인을 쫓아가지만 다가갈 수록 인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질 뿐이었다.
인은 모든 동국왕인들을 배에 태워 건강한 남자들을 뽑아 군사로 조련시키며 때를 기다렸다. 그때 동국왕의 남부지역에 검은 구름이 장막을 치고 더운 사막과 산, 강, 바다를 메웠다. 잠시 후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더니 폭우로 돌변해 하염없이 쏟아졌다. 한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 홍수가 몰아치며 사방이 물바다를 이루어 유목하는 천인들의 천막들이 모두 쓸려갔다.
배 위에 있던 천인들은 물이 차오르며 배가 뜨자 모두들 숨을 죽이며 흔들리는 배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번도 배에 타지 않았던 천인들은 홍수 위에 떠서 격하게 흔들리는 통에 어지럼증과 구토에 시달렸다. 몇몇이 고통을 못 이기고 홍수 위로 뛰어내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몇날 며칠 물 위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이족과 천족들은 인의 명을 따라 물 위의 생활권에 익숙해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삼천여 개의 배는 몇 달 뒤 안정권에 들었다.
천문에 통달한 인은 일기의 시간을 한치의 착오도 없이 정확하게 맞추었고, 동국왕의 족장들은 그의 능력에 연신 감탄했다.
그리고 전쟁 준비를 끝낸 인의 전투함대는 각 장군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폭죽을 터뜨렸다. 수백 척의 전함들이 전속력으로 아스갈로 돌진했다.
'파순은 천의 군사를 만으로 착각할 것이다. 그리하면 천씩 나누어 군사들을 배치할 것이니 그들의 행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파순왕은 홍수로 평양이 타격을 입은데다 이계연합이 아스갈을 향한다는 비보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어찌 해야한단 말인가? 당장 놈들이 오는 길목을 향해 전군을 집결시켜 그들의 발이 한 치의 땅에 닫지 못하도록 하여라."
대신들은 걱정스러워 하며 그가 접한 상황을 고했다.
"대왕님! 그들의 군사가 사천이라는 것은 낭설이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가 일천의 배를 몰고 사만의 대군을 4파로 나뉘어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이옵니다."
파순은 사악의 말에 경악을 했다.
"사만 척의 배에 삼십만 군사라니. 어찌 그 많은 군사력과 함대를 확보할 수가."
"인 왕자가 이계를 통합하여 대왕 노릇을 하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옵니다."
"뭣이, 인 그 놈이!"
그 소식은 곧 천하에 전해졌다.
안대왕은 인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그만 충격으로 쓰려졌다.
수라는 부푼 배를 안고서도 라와 함께 안을 간호에 매진했다. 인의 어머니 라는 한탄하며 내심 인을 걱정했다.
"왜 인이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인가!”
라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이계국가들을 이끌고 아스갈을 침략한다는 소식에 더욱 가슴이 아파왔다.
인은 본 함대 갑판 한 가운데 서서 바람을 맞으며 지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어쩌면 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이제 곧 최전선에서 자신의 백성들인 병사들과 뼈아픈 대전을 치러야 했지만, 천하를 위해 그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을 다졌다.
긴 항해 끝에 육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의 동서남북의 이족들의 함대는 아스갈의 국경지방 인접한 곳에 배를 정박할 준비를 마쳤다. 인은 삼천 척의 배를 아스갈 초입 길목에 대고 사천의 대군을 이끌고 진격했다.
인의 이계연합군을 맞이한 아스갈의 군사는 만명이었다. 하지만 인의 책략대로 천명 가운데 1차 정예병 100명만이 앞선 뒤 양쪽에 절벽이 있는 곳에서 병들과 대치했다. 이미 병법에 능한 인의 계략대로 양쪽 절벽 위에 먼저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준비해 놓은 돌을 굴리기 시작했다.
바위만한 돌맹이들이 굴러오자 요군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혼비백산 한 가운데, 슈트라, 바이스, 그리고 인이 칼을 뽑아들고 달아나는 장수들을 쫓아갔다.
인은 중앙에 천마를 탄 장군을 보고 그가 사악의 뒤에서 명을 받아 자신을 감시하고 명령에 불복하던 하장군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소리쳤다.
"하! 네 놈이 파순과 함께 역적모의를 하고 나를 모함하여 귀향을 보낸 장본인이 아닌가?"
하는 놀라며 창을 꺼내 그를 향해 찔렀다.
인은 공중을 활보하듯 길쭉한 검을 피해 회전을 하며 검을 휘두르며 말 옆으로 착지했다. 한 칼에 검의 날이 하장군의 목을 지나갔고, 그는 그대로 목에 피를 쏟으며 수급이 떨어진 다음 남은 몸이 천마 위에서 떨어졌다.
이계연합 정예군과 함께 족장들과 장수들이 달아나는 안국의 장군들의 목을 베고 정신 없이 흩어지는 아스갈 군사들을 투항시켰다.
이계연합은 안국군의 식량을 모두 취한 뒤 다시 배로 돌아왔다. 적어도 1년은 넉넉히 버틸 수 있는 군량미를 확보할 수 있어서 큰 이득이 아닐 수 없었다.
삽시간에 대파당한 아스갈군에 대한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파순은 흥분하여 다른 전략을 세울 것도 없이 계속 인원수만 불리며 진격을 명할 뿐이었다.
앞에서 힘을 쓴 연합군들은 뒤로 빠지고, 새롭게 정비된 정예군이 선봉장이 되어 다시 배를 이끌고 아스갈 동쪽을 향했다.
인의 군대는 동쪽에 천, 그리고 남쪽에서 만명의 군사를 대파하고 포항한 나머지 군사들을 거두어 음식을 제공했다.
투항한 군사들은 흩어지거나 혹은 평상시 인을 주군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군사들은 연합군과 합병하여 전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뱃길을 이용해 아스갈의 북쪽을 향해 전진했다.
파순은 전쟁에서 대파를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파순은 안에게 대책을 물을 작정이었다. 침상에 오랜기간 앓아 누워있는 안을 향해 파순은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대왕! 인이 이족들을 이끌고 저희 삼만 대군을 전멸시켰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하옵니까?"
파순이 안에게 나타난 이유는 극명했다. 파순은 부자지간의 정을 이용하여 인을 제압할 심산이었다. 이미 왕 역시 마음으로 갈등을 하던 차였으나 선뜻 나서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대왕님! 제 힘으로는 도저히 인과 이계연합을 감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천하의 안 대왕께서 인의 불 같은 성정을 다스리신다면 다시 아스갈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안대왕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주먹을 불끈 쥐며 창 밖을 향해 소리쳤다.
"인, 이놈!"
도착한 인과 오백의 군사는 삼천의 아스갈 군사들이 포진한 곳으로 향해 돌격했다. 인은 선두에 서서 천마를 달리며 다른 천마를 탄 병사들을 이끌고 적진을 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