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힐링 여정
2024년 10월 11일 광주․하남시 교육지원청 대강당은 직무연수받는 영양교사들로 붐볐다. 목양의 길만 걸었던 아내는 이들에게 화가로서 걷는 자신의 제2막 인생 스토리를 나누면서 누구나 맞이하는 제2의 인생을 화폭에 담는 시간을 가졌다. 남들 앞에서 선다는 것은 떨리는 일이지만 한편 자신을 돌아볼 기회였다. 아내는 인생 진로를 결정하는 고3 때 누구나처럼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6남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휜 아버지를 생각하다가 그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때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국비로 전액 장학금이 나오고 졸업 후 취업까지 보장되는 국군간호사관학교였다. 당시 여자의 군 입대는 낯설은 풍경이었고 당연히 아버지는 막내딸의 결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딸은 끝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홀연히 부모 곁을 떠나 사관학교에 입교했다. 졸업과 동시에 해군 간호장교로 임관한 후 해병 1사단 내에 있는 국군포항병원에 발령받고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홍일점 인생이 시작되었다. 거기서 신학교를 마치고 군 복무 중인 해병대 장교를 만나서 전혀 생각지 않던 목회자의 아내로서 인생 제1막을 연 것이다. 처음엔 자신의 인생길이 아닌 게 분명해서 거부했지만 더 강력한 손에 이끌려 목양 전선의 용사가 되고 말았다. 결혼 후 첫 임지가 시골 후미진 작은 교회였으니 불가피하게 주말부부로 살아야 했다. 막상 생소한 목회현장에 들어와 보니 여기는 딴 세계였다. 어른은 섬겨야 하고 어린이는 돌봐야 하는 전적 희생의 길이었다. 그동안 막내로 부모에게, 장교로 병사들에게 섬김만 받아왔던 아내에게 펼쳐진 세계는 온통 자신의 손과 발이 닿아야 하는 봉사현장 그대로였다. 아내는 장교 계급장을 떼고 섬김으로 중무장한 이등병으로 강등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3남매의 엄마로, 시부모를 모셔야 하는 며느리로, 남편의 학업을 책임진 학부모로, 온 성도의 영적 어머니로 살아야 하는 아내에게 신혼의 단꿈은 사치였다. 목양의 뒷길에서 혼자 있으면 그토록 사랑해주신 아버지가 떠올라 서글픈 울음보가 터질 때가 많았다. 철저하게 자신을 부인해야 하는 이 자리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주님의 제자라는 말씀에 남다른 위로와 용기를 받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잘해도, 못해도 소리 듣기는 매한가지였던 상식 밖 목회의 뒷골목에는 심적 고단함만 쌓여갔다. 동네북도 나름대로 장단을 맞춰 우아한 몸짓으로 친다는데 그 길은 동네북만도 못할 때가 많았다. 그저 하나님만 아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홀로 위로를 받고 눈물짓던 순간이 왜 그리도 많던가? 새로운 임지를 향해 떠날 때 정든 성도들과의 이별은 또한 견디기 어려운 아픔으로 뼛속까지 스며든다. 최고 사령관이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새로운 임지를 향해 갈 때마다 겪어야 하는 별리의 아픔은 한이 되어 서릿발처럼 마음을 찔렀다.
그러기를 수차례를 겪다보니 어느새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하향곡선을 타고 내려가는 때가 되었다. 육갑의 원년에 하나님은 산골 목장을 맡으라고 봉평으로 파송하셨다. 콘크리트 벽 사이로 부는 바람에 만족했던 도심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곳의 자연 환경은 또 다른 세계로 안내했다. 연녹색에 푸름이 더해지는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있는 곳에서 여유가 선물처럼 주어졌다. 자연의 물살에 배를 띄워 유유자적(悠悠自適)의 노를 젓고 있을 때 창문 넘어 스치는 바람결에 던져진 질문 하나, “너는 어디에 있는가?” 이 소리에 껍질을 깨고 부화하는 햇병아리처럼 잃어버린 나를 찾아볼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내가 없어야 믿음이 좋은 사모라는 고정관념의 틀이 조금씩 부서졌다. 문득 여고시절 미술 선생님이 던져준 격려와 칭찬의 소리가 오랜 침묵을 깨고는 마음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목회 속에 감춰져 있던 내 모습이 떠오르게 시작했다. 창문을 열면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저 산의 모습을 보는 만족을 넘어 그림으로 새로운 꿈을 펼칠 용기가 솟았다. 그리고 집 떠난 아들 방에 홀로 앉아 그가 남겨놓은 도화지와 물감을 잡고 자연을 담아보니 새로운 기쁨이 마음에 출렁거렸다.
항상 그리운 엄마를 그림에 담았다. 어릴 적 뒤뜰에서 놀던 그 추억도, 산길에 졸졸 흐르는 냇물도, 새해 아침을 알려주는 붉은 태양도, 이 지역의 상징 흰꽃 메밀도 담아보았다. 게다가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 선생의 얼을 이어받은 묵향의 고장 봉평의 멋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은 문인화를 접하면서 또 다른 세계로 점입가경(漸入佳境) 하는 신비로움에 온몸이 진동했다. 목양 이외의 일상을 허투루 쓰지 않고 그림으로 새로운 인생을 장식하고 있을 때 대회에 출품한 처녀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가 주어지면서 그림의 보람이 한껏 치솟았다. 그러다가 나 자신의 만족함에 머문다면 이 또한 죄가 될까 싶어 하나님께 물었다. 그때 세미한 주님의 음성은 “나누라.” 뜬금없는 그 한마디 붙들고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기도하다가 마음을 채운 응답은 노인들과의 나눔이었다. 그렇게 하여 시작된 ‘치매예방 미술방’은 내 만족의 울타리를 넘어 그 지경이 확장되는 계기로 이어졌다.
미술 경력 2년밖에 안 되는 초보화가는 자신을 잃었던 목회 여정에서 그림으로 새로운 인생 2막을 열면서 이렇게 소망의 항구로 향하는 닻을 올리고 있다. 뱃고동 크게 울리며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정을 함께 할 동반자에게 손을 내민다. 삶에 지쳐 자신의 얼굴마저 잊고 사는 여자들의 일상에서 이제는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격려하며 축복하는 여유를 가진다. 매일 화장하느라 쳐다보던 거울로 이제는 화장기 뒤에 감춰진 진짜 내 얼굴을 찾아서 그 누군가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인생 2막을 열어젖혀야 한다. 이제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정'에서 주인공인 나 자신임을 발견해야 한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에 있느냐”(창세기 3:9).
광주 하남시 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열린 '나를 찾아가는 힐링 여정' 시간에 강의하는 아내
마지막 시간 나만의 개인 거울 만들기 체험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찾아주는 나만의 거울 만들기에 열심인 교육생들
국군의날 간호사관생도 분열(1983)
간호장교 시절
국군간호사관생도시절 군사교육 받고
국군포항병원 원장과 간호장교 선후배들
수술실의 스크랍
첫 목회지에서 개최된 여름성경학교 율동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를 찾고 싶어서 붓을 들고 처음으로 그린 해바라기(2022년)
봄이면 장독대를 찾아 분주했던 친정 엄마를 그림에 담은 "엄마의 어느 봄날"
고궁의 뒷뜰에 화려하게 핀 목단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을 담았다.
2023년 제21회 대한민국회화대상전에 처음 출품하여 수상한 기념
문인화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사군자 중 매화
사군자 중 난
대한민국 회화대상전에서 입선한 그리스 마테오라 수도원 "해질녁 하늘의 정원"
채널 64번 국민방송(K-TV)에 출연하여 목단을 그리며
채널 64번 국민방송(K-TV)에 출연하다
2024년 문인화전국대회에 출품한 목단 특선작
2024년 제25회신사임당 예술대전의 특선작
2024년 한일교류전인 한일색지대전에서 받은 우수상
춘천문화원에서 주최한 2024년 제13회 의암 류인석 휘호대회에서 받은 특선작
엄마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는 자녀들에게 선물한 부채
둘째 딸에게 준 선물
아들에게 준 엄마의 선물
치매예방 미술공부방 강의하는 최숙희 사모
치매예방 미술공부방 학생들
2024년 이효석문화제의 메밀꽃밭을 보고 그린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듯히 펼쳐진 메밀꽃밭
첫댓글 사모님.넘넘휼륭하십니다.하나님이주신특별한단란트사모님.감사합니다기도합니다목사님과함께건강하시고행복하시길기도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