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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빛그림 사진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누워서 떡먹어서목에걸리기
여름엔 바다 귀퉁이도 좋다. 아니 사람이 오지 않는 귀퉁이일수록 마음이 쏠린다. 해수욕만 하러 바다에 가는 것은 아니니까. 모래밭에 ‘사랑해’라 써보고, 아이들과 조개잡이도 하고, 때로 갈매기나 밀잠자리를 쫓아볼 수 있으면 좋다. 한여름엔 ‘거기가 거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덜 붐비는 곳은 반드시 있다. 지도를 한 번 펴보자. 뭍과 바다가 물고 물린 서해안. 무창포 아래 홀뫼(독산), 만리포 뒤에 구름포가 딱 그런 곳이다. 어떻게 이런 곳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싶을 만큼 원초적인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름처럼 곱고 곱구나… 홀뫼
무창포 남쪽 끝은 군부대로 막혀있다. 군부대를 돌아서면 보령 홀뫼(사진). 특전사 대원들의 해상 훈련장으로 개방된 지 올해가 4년째. 아직도 3분의 2는 훈련장으로 쓰이고, 나머지 3분의 1만 개방된다. 개방구간은 1㎞정도. 해수욕장 남쪽 끝에는 ‘독대’란 섬이 있는 데 섬 뒤편에도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지만 역시 군사지역이라 일반인들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
홀뫼의 행정명은 독산(獨山). 일제 때 일본인들은 이렇게 고운 우리 이름을 한자로 고쳤단다. 홀뫼는 사리 때 썰물시간에 맞춰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맛과 조개 잡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 지난해엔 발에 밟혀 손으로 주울 정도로 밀조개가 많았지만 요즘은 조금 줄었다. 3년 전 바다가 너무 좋아 아예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강정훈씨(35)는 물이 빠지는 밤에는 빛을 내는 바다반딧불이도 장관이라고 했다. 홀뫼도 조만간 이름난 관광지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 홀뫼와 무창포를 잇는 새 도로가 공사중. 보령시는 올해 홀뫼 해변 끝자락에 자연석을 괴어 해수욕장을 새로 단장했다.
#구름위의 산책…구름포
태안 구름포는 귀퉁이다. 만리포 위에 천리포, 백리포, 의항해수욕장. 의항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야 구름포가 나타난다. 해변의 길이는 700~800m. 지난주 구름포를 찾았을 때는 갯바위 낚시꾼 두어 명밖에 없었다. 모래사장은 밀가루처럼 부드럽다. 물도 맑고 깨끗하다. 대체 왜 이런 곳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국립공원지역이라 건물을 못 지어요. 방갈로도 시즌이 끝나면 다 철거해야돼요….”
임시로 세워 놓은 매점주인은 방학이 시작되는 이번 주말부터나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했다. 해변 일대의 땅은 딱 네 사람이 소유하고 있고, 민박도 이 네 사람이 운영한다. 편의시설이 너무 없어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아도 민박과 야영장이 금방 차버리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구름포 앞에 있는 의항에선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돌에 걸리게 만든 독살도 남아있다. 이 일대엔 이런 독살이 수십개나 된단다. 토박이 문형백씨(75)는 “독살은 2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고등어, 갈치, 숭어, 밴댕이, 자구리, 까나리 등 수십까지 물고기가 나온다”고 했다.
막힌 곳을 뚫고, 굽은 곳은 펴서 몸을 숨길 귀퉁이가 자꾸 없어지는 세상. 취재중 사진기자가 은근히 말렸다. ‘이런 곳을 소개해서 망가지면 어떡하지?…’ 조바심에 부탁 한마디. 홀뫼와 구름포를 마음 귀퉁이에만 조용히 넣어두시길….
▲홀뫼·구름포 길잡이
▶홀뫼는 서해안 고속도로 무창포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좌회전, 무창포 방향을 보고 달린다. 무창포 못가 3거리에서 춘장대 방향으로 좌회전. 무창포와 춘장대, 독산(홀뫼)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홀뫼가는 길. 4거리가 곧게 뻗어있지 않고 이정표가 작아 헷갈리기 쉽다. 직진하면 홀뫼방향. 3거리에서 눈길로 좌회전하면 홀뫼 해변이 나타난다. 홀뫼진입로는 차 한대만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시멘트길. 한여름에는 일방통행을 실시하는데 이를 무시한 차들 때문에 가끔 막히는 것이 흠. 홀뫼에는 여관은 없고 민박집뿐이다. 비치민박(041-936-5662)과 홀뫼전망대타운(041-935-7120) 등 민박집뿐이다. 조개잡이를 하려면 민박집에 물때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매운탕이나 해물칼국수 등 식사를 내놓는다.
▶구름포는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빠진다. 서산을 지나 태안에서 만리포 해수욕장 방면으로 달리다 의항 이정표를 보고 끝까지 달리면 된다. 의항 해수욕장에 가면 손으로 써 붙인 간이 이정표가 있다. 비포장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구름포를 만날 수 있다. 의항에서 구름포까지 1㎞. 해수욕장 주변 시설은 모두 임시 건물. 국립공원이라 맘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 솔숲 밑에 텐트를 칠 수 있지만 자리도 많지 않다. 워낙 수용인원이 적고 길이 좁은 게 흠이다. 하루 주차료는 2,000원. 샤워장 1회 2,000원. 텐트자리는 1만5천원. 민박은 20만원(단체용)까지 받는다. 인근에 숙박을 정해놓고 새벽 일찍 찾아갔다 돌아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지매점 및 민박(041-675-7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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