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꼬마 자동차 / 조영안
친정아버지의 자동차는 소형이다. 꼬마 자동차 붕붕이를 연상케 하는 예쁜 자동차다. 여든여섯의 나이지만 아직도 운전하신다. 주위에서 면허증을 반납하라고들 하지만 아버지는 완고하시다. "아직은 내가 운전을 해야 할 이유도 있는데 조심히 다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 이유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다. 요양원에 계신지 5년 정도 된다.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담한 곳이며 주변 풍경들도 아름다운 곳이다. 처음에는 매일 가서 운동도 시키고 좋아하는 바나나와 카스테라 빵을 준비해가셨다. 차츰 힘드신지, 이틀에 한 번, 그리고 일주일로 늘어나더니 이젠 자식들이 면회가 없는 사이를 채워서 챙기신다.
본래 1t 포터를 가지고 계셨는데 엄마 때문에 소형차로 바꾸었다. 가끔 외출 허락을 받아 엄마와 함께 드라이브도 즐기신다. 요양원에 계시니까 바깥 풍경 구경을 못 하는 엄마를 위한 배려였다. 농로를 달리면서 농촌의 사계를 함께 느끼고, 엄마가 다니던 의상대 절 마당도 휘리릭 한 바퀴 돌곤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운전 시작은 늦은 나이였다. 환갑이 지나서 운전면허를 땄으니까 20년이 훌쩍 넘었다. 모범운전사답게 마당 한쪽에는 예쁘게 꾸며놓은 차고지도 있다. 친정에 갈 때마다 아버지의 소꿉 같은 모습에 흐뭇해지는 마음이었다.
나는 운전을 못 한다. 친정에 사 남매 부부와 시가에 육 남매 부부 중 유일하게 큰 시누이와 나만 차 운전 면허증이 없다. 몇 번을 도전하고 싶었지만, 매번 건강이 허락하질 않았다. 즐겨 타던 오토바이 사고로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력이 나빠져 포기했다. 그 사고 이후로 오토바이 타는 것도 그리고 운전면허도 포기했다. 이제는 자전거로 다닌다. 내 기억 속의 운전은 어릴 적 세발자전거 타기로 시작해 손수레 끌기, 자전거와 오토바이 운전까지 거침없이 잘했는데 자동차 운전을 못하는 것이 살아오는 내내 후회가 되고 불편함도 크다. 급한 일이 생겨서 움직일 때는 매번 막내 동서와 막내 시누이가 운전해준다. 그래서 부탁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에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자격증이 필요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꼭 따고 마는데 운전면허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하고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에 대한 길잡이도 이처럼 후회함은 없었는지 생각해본다. 어찌 쭉쭉 뻗은 도로 위를 달리듯 평탄한 길만 걸어왔을까. 아니면 구불구불한 산길과 굴곡이 심한 길을 달리며 왔을까. 내 인생의 운전은 열심히 헤쳐나오며 모범운전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쉬움도 많다.
며칠 전, 아버지는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다. 고령이시라 수술 여부도 고민이 많았다.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 했지만, 이제는 회복이 걱정이다. 수술이 끝난 후 회복실에서 나오신 아버지는 엄마부터 걱정하셨다. 자주 못 가면 엄마가 기다릴 거라며 동생과 나한테 대신 부탁하셨다.
퇴원하셔서 운전은 하실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올해는 남동생이 동행하여 적성검사를 받았는데 무사히 통과하여 다행이었다. 빨리 쾌차하시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식들을 대신해 엄마를 보살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운전도 내려놓으시고 평안한 여생을 보내셨으면 하는 여식의 마음이다.
첫댓글 아버지는 빨리 회복 하실것입니다.엄마를 보살펴야 한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대단하십니다. 92세인 우리 아버님도 어머님 당뇨 관리 때문에 건강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잔잔한 글 고맙습니다.
그러시군요.
만약에 아버지가 곁에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 사남매는 더 힘들었을거예요. 나이가 많으셔도 부부애가 깊어진 두분을 뵈면서 배우는게 많답니다. 감사하고 고마운 부모님이시지요.
연세 들어도 다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고령에 수술 후유증이 없어야 할 터인데요.
글이 많이 평안해졌네요.
바쁜 틈틈이 글 쓰시느라고 수고많으셨습니다.
오늘아침 통화에서 목소리가 힘있고 말씀도 잘 하시는거 보니까 차츰 회복되는 것 같아 다행이랍니다.
글쓰기는 아직도 힘들고 어려워 끙끙대고 있답니다.
글 잘 쓰시는거 보면 부러워요.
아버님께서 운전하셔야 하는 이유가 가슴 찡하네요. 회복이 잘 되셔서 건강하게 어머님 만나러 다니시길 빕니다.
선생님의 염려 감사합니다.
오늘 통화했는데 많이
회복되셔서 목소리도 밝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