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
김미순
호커는 1902년 뉴욕시티의 브롱크스에서 태어나 7세 때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가정부의 손에 자라났다. 7세 때 갑자기 시력을 잃어 15세 때까지 실명 상태에 있었다. 시력을 회복한 후에는 다시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독서에 집착했다. 1920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호퍼는 미국 서부의 해안지역으로 이주해 레스토랑 워이터 보조와 농장의 품삯 일꾼, 사금채취공 등을 전전하며 1941년까지 '길 위에서' 살아왔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군대를 지원했으나 신체상의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부두노동자로 25년간 일했다.
천성적인 독서광었던 호퍼는 떠돌이 노동자로 일하면서 캘리포니아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독학을 했다. 이 시기인 1930년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호퍼의 사상과 입장이 형성된 시기였다.
그는 1950년대 그의 평생 추중자이자 연락책 역할을 해준 릴리 페이빌리를 마나 자신의 생각을 글과 책으로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 65쪽 ㅡ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깊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은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 없는 상황에서 용기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 162 쪽 ㅡ 쿤제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나는 웃고 있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난 자네를 이해할 수 없네.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나? 이렇게 지성적인 사람이 안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채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믿지 않으실테지만 제 미래는 당신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당신의 농장이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실 테지만 혁명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농장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떠돌이 노동자인 저는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죠. 화폐와 사회 제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건 씨 뿌리고 수확하는 일은 계속됩니다. 물론 그 일은 저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요.절대적 안전을 원한다면 부랑자 무리에 섞여 떠돌이 노동자로어 생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세요."
대단한 농담처럼 느껴져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 183 쪽 ㅡ 다른 사람을 기꺼이 용서하는 것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도가 될 수 있다. 내가 불만 품는 걸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은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 190 쪽 ㅡ 호퍼는 젊은이나 늙은 이를 가릴 것 없이 흥미를 갖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숙련공들이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가르칠 수 있는 가게를 열ㅈ수 있는 중앙 광장이나 중앙로를 모든 도시에 갖출 것을 제안했다.
"의미 있는 생활은 배우는 생활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몰두해야 해요. 나는 기술요법이 신앙 치료나 정신 의학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어요.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 그 기술 자체는 쓸모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당신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섯살 난아이를 지켜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술을 익히려는 아이들의 열망을 목격했을 겁니다. 나는 어른스러움이란 다섯살 난 아이가 놀이를 할 때 보여주는 진지함을 재획득하는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보들레르가 천재를 '다시 찾은 유년' 이라고 정의한것을 알기 전까지 나는 내가 한 이 말을 독창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 태도를 감안하면 호피는 일과 여가 시간 사이를 가를 때 거론되는 차이를 거부한다. 그것은 은퇴한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채우는 가를 문제로 보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 이 나라에서는 지금 나이 든 이들에게 아주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자유와 정의, 평등 등을 가졌을 때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런 것들이 사회의 생명을 이루는 속성이 아니라는 것을 일아챘습니다. 사람은 의미 있는 생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이들을위해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는 나이 든 이들의 문제도 해결하는 것이 되겠지요. 사람들이 하루 6시간만 일을 하고, 그다음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추구한다면 은퇴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은퇴란 단지 자신들이 이제까지 줄곧 해 왔던 것들에 좀 더 많은 시간을ㅇ보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일 뿐이지요"
일과 후의 일이 의미 있어야 한다는 개념은 호피 자신의 경험에 뿌리를 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처음에는 부두에서 은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 한평생 나는 모든 사색을 분주히 돌아니면서 해 왔습니다. 번쩍이는 모든생각들은 일을ㅇ하던 중에 떠오른 것들입니다. 나는 따분하고 반복적인 일터에서 일하는 경험을 즐기곤 했지요. 파트너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 뒤쪽에서 문자믈 짜 맞추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은퇴를 하고 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내가 다 차지했어도 뭘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마 머리를 아래로, 엉덩이를 위로 하는것이 사유의 가장 좋은 자세일 것입니다. 동시에 두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영혼의 스트레칭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방법은 아주 생산적이지요."
그는 이제 그런 창조적인 긴장을 어는 정도 재창조하는 방식을 찾아냈다.
* 나의 감상 ㅡ 나는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매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경제적으로도 모자람없이 잘 살고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깜짝 놀라 몸으로 이상을 느낄 정도다. 가끔 예상치 못한 일 앞에서는 잠시 깊은 숨을 쉬기도 한다. 심지어 가까운 사람이 그동안 해 왔던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거부할 때는 감정적으로 슬퍼지기도 하고 버림받는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에릭 호피' 처럼 살라하면 며칠 못가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무소유를 실천하면서 그날 벌어 그날 소비하고 다시 새 날을 맞는 삶! 만약 내가 그렇게 산다면 나는 계절적으로 옮겨 다니면서 농사를 지을 것이다. 봄에는 해남에 양파를 심으러 가고, 여름에는 모내기를 하러 가까운 논으로 다니고, 일당 받아서 먹고 차비는 조금 남기고~ 가을에는 제주도에 가서 귤을 따고, 수확이 끝나면 논산 딸기 하우스에서 딸기를 따서 먹거리를 이어가면 되겠다. 호피도 한 쪽 다리가 의족이었늗데도 25년간 부두일을 했잖은가? 마음 맞는 친구가 있다면 훨씬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내 일상과는 다르게 아주 독창적이고 재밌는 상상을 해서 참 행복한 독서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