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이 조금 덜렁대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말레이지아 여행을 간다고 하기에 공항버스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버스에 태워주고 돌아서려는데 아들이 다시 버스에서 내리더니 나한테 오는 것입니다.
"아빠 전화를 잃어 버렸어요. 아까 공항버스 타다가 떨어뜨린 것 같아요'
우리는 부리나케 내가 태워준 광장동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핸드폰이 길바닥에 '나 여기 있소'하고 놓여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습니다.
"너 혹시 버스에 두고 내린 것 아냐?"
불길한 예감은 늘 들어맞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요? 아들은 버스 안에서 좌석을 옮겨 앉았고 결국은 옮겨 앉는 과정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그 것을 모르고 '아차' 싶어서 바로 내린 것입니다. '경솔한 녀석 버스 안에서 찾아 봤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결론은 어떤 승객이 아들 핸드폰을 주워서 버스기사에서 전달하였고 우리는 버스기사와 통화한 끝에 다음 정류장 매표소에 맡긴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우리는 잠실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핸드폰을 바로 찾아 아들은 다시 인천행 공항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외국 여행을 핸드폰 없이 떠날 뻔 했을 뿐 아니라 만나기로한 친구들과도 시작부터 먹통이 될 뻔 한 것입니다.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이 녀석이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렸는데 이 지갑 역시 어떤 승객이 버스기사에게 맡겨서 다음날 저 멀리 마석 종점까지 가서 찾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 줄이야!
엊저녁 시외버스에서 내리다가 개통한지 몇달 안되는 최신형 핸드폰을 두고 내린 것입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국민은 참으로 착한 백성입니다. 역시 버스기사에게 어떤 승객이 맡겼습니다. 저도 오늘 저 멀리 내촌 (남양주 진접) 까지 50리길을 물어물어 찾아 핸드폰 찾으러 가야합니다. 이런 일이 중국이나 미국같은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핸드폰이나 지갑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좋은 인성을 가진 국민들입니다. 전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심성이 착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이웃을 돌볼 줄 아는 백성들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분들이 계십니다. 누구 누군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끔씩 가슴이 답답해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