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8
시국기도회
집전순서
2월 15일
마리아회, 살레시오회/ 22일 원주교구/
29일
서울교구
3월 7일
수원교구/ 14일 부산교구/
21일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성바오로수도회
(집전 순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2016.02.08.월
오늘은
'설'입니다
오늘은 설입니다.
‘서러워서’
설,
추워서
추석이라지요.
일하고 싶은데 일할 수 없어서
서럽고,
똑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아
서럽고,
하루아침에 일자리 빼앗겨서
서럽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 물에
잠겼는데
2년이 다 되도록 왜 죽었는지 모르니
서럽고,
소녀 시절 온 몸과 마음 갈기갈기
찢겼는데
나랏님이 이제 그만하자며 두 번 죽이니
서럽고,
함께 살자고 외쳤더니 살인적인 물대포가 날아와
서럽고,
나라 팔아먹은 놈들의 후손은
떵떵거리는데
나라 지키려 목숨 바친 분들의 자손은 개털이라
서럽고,
돈과 권력이 사람을 잡아먹는데 나 아니면
괜찮아
외면하는 차가운 사람들이 날뛰니
서럽지요.
서러운 일,
서러운 사람 온 세상에
가득하니
어찌 오늘만이 설일까요.
돌아보니 어제도 그제도
설이었네요.
오늘 내일 모레 설이 아니기를
바래봅니다.
아니 영원히 설이 없기를
바래봅니다.
‘낯설어서’
설이라지요.
흐리든 강렬하든 기억 속에
새겨진
지울 수 없기에 낯익은 지나온 삶을 뒤로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일을
겪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는데
그저 새하얗게 내 앞에 덥석 다가선
날이지요.
아직은 낯설어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지만
이내 곧 정겨운 벗 삼아 곱게
보듬어야죠.
내년 이맘 즈음
삶의 여정에서 가장 고왔던
벗으로
마음 깊이 담을 수 있게
말이지요.
그러니 오늘 기쁨과 희망
가득하답니다.
그러니 날마다 설이면 참
좋겠네요.
새해가 ‘선다’고 설이라지요.
무관심,
증오,
탐욕,
거짓,
음모,
저주,
불의,
부패,
갈등,
폭력,
억압,
착취,
경쟁,
분열,
우상숭배,
묵은 해 더럽혔던 온갖 잡귀잡신들
몰아내고,
사랑과 관심,
축복과
관용,
나눔과
섬김,
화해와
연대,
정의와 평화,
온유와
겸손,
진리와 진실
넘쳐나는
살맛나는 새해를 기원하는 고운
날이지요.
그러니 매일이 설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살’
더 먹어
설이라지요.
나이는 몸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나이는 마음으로,
양심으로 먹는
거지요.
한 살 더 먹으니
더 사랑하고,
더
믿고,
더
희망해야죠.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헌신해야죠.
더 나누고,
더
섬기고,
더
돌보고,
더
품어야죠.
더 두려움 없이 외치고,
더 주저함 없이 전진하고,
더 힘차게 더 당당하게
맞서야지요.
나이 값 하라고 다독이는
설이니
매일을 설처럼 품고 싶답니다.
‘사리고 삼가야 한다’고 설이라지요.
사람이기에 사람답고 싶기에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사리고 삼가는 것이겠지요.
제 배 채우기 위해
비굴하게 부패한 권력에 아양 떨지
않고
버려지고 쓰러진 벗들 일으키려
기꺼이 몸을 숙이는 것,
홀로만의 평화로움 거룩함 안락함에
머물러
벗들의 피투성이 몰골에서 눈
돌리는
모욕적인 무관심을 떨쳐내는
것,
생명 정의 평화를 일구려는
작은이들의 눈물겨운 몸짓을
비웃는
파괴적인 냉소주의에서 해방되는
것이
사리고 삼가는 것이요 깨어
있음이겠지요.
그러니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설을 살아야겠어요.
오늘은 설입니다.
더 많은 아픔과 연대하게 만든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반대
싸움
김윤옥 수녀(성심수녀회,
성심수녀여자고등학교
교장)
세월호 광장에서 설 차례를
막 지내고 난 추모의 자리에서 세월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제 앞에 앉은 꼬마를
보면서,
길을 지나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희 학교가 처해진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화상도박경마장이
개장이 되었습니다.
3월에 개장이 되었는데
4월말에 구의원 두 분이 오셔서 학교 앞에 지상
18층 지하7층 25층 전체 층이 화상경마도박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13살에서 18살짜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정확히
215m
떨어져
있습니다.
학교정화위생법에 따르면
학교주변 200m
까지는 그런 시설이 들어올
수 없어요.
15m 떨어져 있다고
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사회는 업체를 두 번이나
바꿔가며 주민들 몰래 건물 4년 정도 뒤엎고 300억 정도 돈을 더 얹어서 1100억 건물을 산거에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알았습니다.
저희는 마사회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2013년 5월 대책위를 구성해서 지금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미사를 드리면서 앞에 보이는
이순신 장군 상을 맞이하면서,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단체 서명을 받으러 성당을 찾아다니며 그때 이렇게 말씀 드린 기억이 났습니다.
아직
12척이 남아있습니다,
하는 그 말처럼 그때는
명량이 나오기 전이었는데요.
저에게는 돌멩이 다섯 개
밖에 없지만 전쟁을 이기는 것은 칼과 방패가 아니라 정말 하느님의 뜻입니다,
라고 하는 말씀으로 반대
서명을 받던 기억이 났습니다.
지난
1월 24일,
몇 년 만에 정말 추웠던
그날,
화상경마도박장 앞에 천막을
친지 2주년,
반대 싸움을 한지
1000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앞에서
23일 서울시 인권위와 24일은 연대하는 어머니들과 네트워크단체가 함께
모여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곳은 한강바람이 매서운
곳이라 춥기고 하고 여름에 덥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미사 때 제
앞에 앉아 있던 아이처럼,
지난
2월 3일 저희 고등학생들이
졸업했는데,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
고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 졸업하기까지 시간이 천일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을 보내면서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운,
어른으로서 교육환경을
지키고 못하고 학교 앞에 화상경마도박장을,
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또 많은 가족들의 아픔이
가득한 이 땅에 그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 땅에 살아가는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멈출 수 없는
싸움입니다.
마사회는
2014년 시범 개장을 한다고 3개 층을 열었구요.
2015년
5월말에는 5개 층을 개장했어요.
주일에는 익숙한 얼굴도
많아졌습니다.
화상경마장은 서울에
10개,
전국에
30개가 있습니다.
마사회 매출은
삼성,
현대 다음으로 매출이 높은
국가 공기업입니다.
저희가 매주 금요일
5시 15분 미사를 드리고 있고 토,
일요일은 마사회가
11시가 화상경마를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 하는데 그 앞에서 집회를
합니다.
저희가 배운 것은 처음에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아이들의 가정,
그 아이들의 아버지
어머니와 우리 서민들의 삶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사행이라는
것을 산업화해도 되는가?
산업화 하는 것이
맞는가?
그러면서 이 땅 곳곳에서
신자본주의,
신경제를 통한 그 어떤
주의를 위한 생명보다 돈을 중요시 하는 사고로 말미암아 생기는 이 땅 곳곳의 많은 아픔들을 더 깊이 느끼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불의에
침묵하기 않는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들을
만났고,
또 그것을 통해서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우리 땅의 여러 아픔들에
대해 더 많이 눈을 뜨게 되는 시간들을 갖고 있습니다.
돈을 생명보다 중요시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 똑같은 모습이 이 땅
곳곳에서 일어난다고 생각됩니다.
더 깊이 연대해야 할
이유들,
그리고 반드시 싸워내어야
할 이유들입니다.
최근 마사회는 저희가 3년을 막고 있으니깐,
화상경마장은 원래
19세는 출입금지에요.
근데
1층과 7층까지를 키드카페로 시설을 바꾸려고 구청에 허가는
냈는데,
구청이 허가를 해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마사회는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걸어서 이겼습니다.
구청이 패소한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같은 건물에 아이들이 노는
공간과 도박꾼들이 다니는 공간이 같이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화상경마도박장이
1개 층도 들어서서는 안 되므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그를 통해서 이 땅의
아픔들과도 더 많이 연대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