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꾼 집 할머니의 착심
원산 이제성 종사님께서 종재 설법하러 가셔서 들은 이야기랍니다.
종사님께서 한 번은 시골 교당에 종재 설법을 하러 가셔서 “이 양반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셨습니까?” 하고 교무님께 물으시니, 그 교무님께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돌아가신 양반이 팔십 넘은 할머니신데, 이 집이 삼천 석을 하는 인근 동리에서는 제일 부자랍니다. 옛날에는 만석꾼을 했던 집인데, 광복 후에 토지정리를 해서 이리 떼주고 저리 떼주고 해서 줄긴 했어도 그래도 아직 부자로 살았던 집이랍니다. 그래 6남매를 두었답니다. 그런데 큰 살림을 하는 집이라, 이런 부잣집 자식들은 부모님을 못 모시고 살아요. 왜 그러냐면 자식들이 출세하니까, 미국도 가고 일본도 가고 못가도 서울까지는 가니까 시골에서 부모님을 모실 자식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자식들은 객지로 다 나가고 없으니까, 그 할머니가 그 큰 농사 큰 살림을 하면서,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 하셨다는 거에요. 이 할머니가 진즉 원불교가 좋은 법인 줄은 알았는데, 이 살림에 얽매여서 나오질 못하셨데요. 어쩌다 4월 초파일이나 대재 때나 오시는 행사 교도시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 돌아가신다 연락이 와서, 교무님이 목탁을 싸가지고 가셨답니다. 가니까 따님이 와서 병간호하고 계시더랍니다. 그 할머님은 곧 숨넘어가시려고 하는데, 교무님께서 ‘떠날 때는 정신을 차리고 잘 가셔야 한다.’라고 단단히 일렀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 염불하다 가시면 극락 가시니까 저랑 같이 염불 합시다’ 하고 염불을 하는데,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하니까 할머니도 염불하시느라 입을 딸싹딸싹하고 있는데, 밖에서 창고 문 여는 소리가 뻐드득 나거든요? 그러니까 그 할머니가 눈을 퍼뜩 뜨시더니, ‘아야~ 거 쌀독아지 잘 덮으라고 그래라~’ 그랬대요. 그 교무님이 등에서 식은땀이 쭉 나더랍니다. “할머니 지금이 어느 때라고 쌀독아지 걱정을 하시오.” 하니까, 옆에서 딸도 거들기를 “엄마~ 다 소용없으니까 잊으시고, 교무님이 염불하다가 가야 극락 간다 안하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약간 끄덕끄덕. ‘그려, 니 말이 옳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차려 목탁을 치면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하니까 할머니가 또 따라 외는 거에요. 근데 일하는 아줌마가 마루를 지나가는데 열쇠 소리가 잘강잘강 나니까, 다시 눈을 퍼뜩 뜨더니 ‘아야~ 그 쇗대 잘 챙기라고 그래라~’ 하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