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교육은 비판정신에서 출발한다.

[정찬호]

무엇이 독일 교육을 세계 교육 모범국으로 만든 것인가. 교육이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 규범과 제도, 가치를 익히는 일이다. 그리고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통찰력을 길러주는 것은 바로 '비판 교육'에서 출발한다. 독일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첫장 제목이 뭔지 아는가. '올바른 해석이란 가능한가' 이다. 한국 교육은 올바른 해석을 골라 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올바른 해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엄청난 차이가 나는 교육방법이다. 자기 스스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해석을 해 내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해 낸 해석을 외우고 골라내는 것과는 천양지차이다.

한국에서 여러 방송활동을 하는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이 자신의 고교시절에 대해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는 고등학교 첫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했던 것은 '비판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선생인 자신의 생각과 말이 틀릴 가능성이 있으니 여러분들이 잘 연구한 뒤 나에게 말해달라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 학교에서 듣기 어려운 말 아닌가.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니엘은 이와 같은 독일교육이 히틀러로부터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독일인들이 히틀러의 사상을 비판없이 따라간 결과의 최후가 너무도 끔찍하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각오가 만들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독일교육을 '아우슈비츠 교육'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독일교육의 기본 목표는 '더 이상 아우슈비츠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토록 무자비하게 수없는 사람들을 살해한 그런 상황이 이제 영원히 독일에서는 없어져야 한다는 각오가 서린 교육 목표라고 판단된다. 새로운 독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 바로 '비판 교육'이었다는 것이 설득력을 갖는다. '경쟁'대신 '연대', '순응'대신 '비판'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을 만든 것이 바로 새로운 독일식 교육이었다.

독일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경쟁은 무조건 안된다는 것이다. 경쟁은 바로 야만이라는 것이다. 대학시험도 없다. 대학 등록금도 없다. 대학생들에게 생활비도 지급한다. 차비도 무료이다. 학생증으로 주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반 비용을 국가에서 제공한다. 독일에서 등록금 폐지가 생긴 것은 바로 세계 2차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이다. 독일은 생각보다 엄청난 파괴를 당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연합군이 독일 전지역에 걸쳐 무자비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남아 있는 건물이 없을 정도였다.

그때 독일인들은 생각했다. 비록 폐허가 됐지만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것이 파괴됐으니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다. 제일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국민들은 다짐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행한 것이 바로 교육제도 개혁이었다. 대학교 등록금을 폐지한 것이다. 폐허가 된 국가를 일으킬 자원은 바로 인재 양성이라는 데 국민들의 합의가 이뤄졌다. 국민들은 더 허리를 졸라 맺지만 그래도 참았다.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육에 투자는 철저하게 이뤄졌다. 대학 등록금 폐지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육에서만은 걱정없이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독일은 일어섰다. 일본은 한국전쟁이란 대단한 호재가 있었기에 국가 부흥이 가능했다면 독일은 순전히 교육개혁 그리고 인재 양성에 부흥의 길이 있었다. 그 인재들이 산업에 뛰어들어 양질의 제품을 만들면서 부흥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지금의 세계 3위 대국으로 다시 일어선 것은 바로 교육개혁과 교육 개혁을 뒷받침한 국민들의 후원때문이었다.

...인용: 한국 사회 문제 원인은 교육/ 김누리 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