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추 제66편 백병시생(百病始生)
천지의 기 가 인체에 침입하는 상황을 피부, 낙맥, 경맥, 수맥, 복충맥, 위장의 순서로 설명하고, 또한 손락, 양명, 완근, 위장의 모원, 복충맥, 여근, 수맥의 적병을 밝혀서 적병이 발생하는 이치를 상세히 설명한다.
황제께서 기백에게 물으셨다.
무릇 각종 병이 생기는 원인은 풍 우 한 서 청 습 등의 천지의 기에 의하든가, 또는 희 노 공 경 우 사 등의 정신의 격동에 의한다.
정신 감동이 과도하면 내의 5장인 음을 손상한다. 천지의 기 가운데 풍 우의 기는 사람의 상반신을, 청과 습의 기는 하반신을 손상한다.
이렇게 3자가 손상하는 곳은 양에서는 상반신과 하반신, 음에서는 5장으로 각각 다른데, 그 요점을 설명해주기 바라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이 3자는 각각 그 작용이 다릅니다.
병은 어떤 경우는 음 즉 내부에서 일어나고, 어떤 경우는 양 즉 외부에서 일어납니다.
희 노 등의 정신 감동이 과도하면 정신 활동의 근원인 정을 갈무리는 5장을 손상합니다. 5장이 손상되면 내부에서 병변이 생깁니다.
청기와 습기가 천의 시, 인의 허에 틈타서 사람을 손상하면 병변이 하반신에서 발생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청기란 것은 냉기를 말합니다.
풍우의 기가 천의 시, 인의 허에 틈타서 사람을 손상하면 병변이 상반신에서 발생합니다.
이를 3부라고 하는데, 여기서 사기가 침입하는 상태는 천차만별하여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그 모두를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오. 그러므로 선생에게 요점의 설명을 구하는 것이오.
기백이 아뢰었다.
풍 우 한 서 청 습 등의 천지의 기도 허풍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써는 사람에게 대병을 일으키는 일이 없습니다.
돌연 질풍이나 호우를 만나는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허풍이 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허풍이란 봄철의 서풍, 여름철의 북풍, 가을철의 동풍, 겨울철의 남풍을 말하며, 이에 대하여 봄철의 동풍, 여름철의 남풍, 가을철의 서풍, 겨울철의 북풍을 정풍 또는 실풍이라 합니다.
이 허풍과 인체의 허쇠가 합쳐서 사기가 침입합니다.
실풍이 불고 인체의 허쇠의 상태가 없으면 몸의 방위가 견실하므로 발병하지 않습니다.
허풍의 사기에 손상되는 것은 년운이 나쁘다든지, 달이 이지러진 날 등 천의 허시의 여러 가지 조건으로 인체가 허쇠한 경우, 또한 허풍이 풍 우 한 서 청 습을 수반하여 비로소 대병에 걸리는 것입니다.
이 때 손상되는 사기에 따라서 대체로 깃들이는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상중하로 됩니다.
천의 시, 인의 허에 틈타서 허사의 풍이 풍 우 한 서 청 습의 사기를 인체에 옮기는 것은 먼저 피부에서 시작됩니다. 피부가 이완되면 피부의 살결이 거칠어져서 모공이 벌어지고, 피부의 방위력이 없어집니다.
고로 사기는 모발에 따라서 침입합니다. 사기가 조금 깊이 들어가면 모발이 곤두 섭니다. 모발이 곤두서면 추위로 오싹오싹해집니다. 고로 피부가 아픕니다.
여기서 사기를 추방하지 못하여 머물게 되면 보다 깊이 침입하여 낙맥에 깃들게 됩니다.
낙맥에 사기가 머물면 기육이 아픕니다.
그러나 이 동통은 때때로 머집니다. 이는 때로 경맥에 침입했거나, 또 낙맥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사기를 추방하지 못하면 사기가 경맥에 침입하여 거기에 깃듭니다.
사기가 경맥에 있을 때는 마치 물을 끼얹은 것처럼 오싹오싹하여 오한이 납니다.
여기서 사기를 추방하지 못하면 사기는 영기를 수송하는 역할을 하는 수혈과 그 맥에 깃들게 됩니다.
수혈의 맥에 사기가 머물면 맥의 혈기의 유통이 저해되므로 수족의 관절이 아프고, 허리나 등이 빳빳해집니다.
여기서 사기를 추방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사기가 충맥인 등의 안쪽을 복행하고 있는 맥으로써 복충 이라는 맥에 깃들게 됩니다.
복충의 맥에 사기가 들어가면 몸이 짓눌리듯이 괴롭고 아픕니다.
여기서 사기를 추방하지 않으면 사기가 위장으로 들어갑니다. 사기가 위장으로 들어가면 복명이 나고, 배가 팽만해집니다.
이 때 한이 많으면 복명이 되고, 불소화변을 설사하며, 열이 많으면 점액변을 누게 됩니다.
여기서도 사기를 추방하지 못하면 사기가 위장의 모원이라고 불리는 위장 밖의 고막에 머뭅니다.
이와 같이 차례로 맥속에 깊이 들어가서 오래 머물러 쌓이고 쌓인 결과 적병 즉 적으로 됩니다.
그러나 사기가 인체 내에 침입하여 혹은 피모에, 혹은 낙의 손맥에, 혹은 낙맥에, 혹은 경맥에, 혹은 수맥에, 혹은 복충의 맥에, 혹은 여근에, 혹은 위장의 모원에, 혹은 완근 즉 복근에 부착되는데, 이렇듯 사기가 돌게 되는 상태가 각양하여 그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설명한 것에 대하여 더 자세히 그 이치를 설명해주오.
기백이 아뢰었다.
손락의 맥중에 사기가 들어가서 오래 머물러 적으로 된 것은 이동합니다.
원래 적은 이동하는 것이 아니지만, 팔이나 손의 손락의 맥은 매우 얕고 이완되어 있으므로 이 적을 머물게 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상하로 왕래하여 위장 사이로 적이 이동한 경우 만약 격에서 정체된 물이 있으면 그것이 움직여서 꾸루룩 복명합니다.
한이 있으면 배가 팽만하여 복명하고, 때로는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생깁니다.
양명경에 사기가 들어가서 머물면 족양명 위경은 배꼽을 끼고 통해 있으므로 그 적은 음식물을 먹으면 팽창해 더욱 커지고, 공복이 되면 축소되어 작아집니다.
완근에 사기가 들어가서 머물면 그것은 복근이므로 양명경의 적과 닮아서 음식을 먹으면 아프고, 공복일 때는 편안합니다.
위장의 모원에 사기가 머물면 그것은 위장 밖의 고막이므로 통증이 심할 때는 안에서 밖의 완근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이 적은 음식을 먹으면 편안해지고, 공복이 되면 아프게 됩니다.
복충맥에 사기가 들어갔을 때는 그 적을 손으로 누르면 누르는데 따라서 움직입니다.
그리고 손을 떼면 열감이 생겨서 하행하여 양고에 뜨거운 탕을 끼얹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근에 사기가 들어간 것은 적이 장의 후방에서 배골의 전방에 있으므로 공복시는 그 소재를 알 수 있지만, 음식물을 먹은 후에는 손으로 눌러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수의 맥에 사기가 들어가면 맥기가 저해되어 유통하지 않으므로 진액도 잘 흐르지 않게됩니다.
그 결과 인체의 구멍으로 되어 뚤려 있는 기관이 건조되어 그 기능이 쇠퇴해집니다.
이것이 사기가 밖에서 안으로, 위에서 아래로 침입하여 이동해 갈 때의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황제께서 물으셨다.
사기가 침입하여 완전히 적병으로 되기까지의 상태는 어떠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적병의 원인은 인체가 한사에 침범되기 때문입니다.
한사에 침범된 결과 음양의 기가 연락 교통하지 않게 되어 수족의 말단이 냉하고, 그 냉이 역상되는 상태로 되어 마침내 적병으로 됩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적병으로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하오?
기백이 대답하였다.
수족이 냉하는 궐을 일으키는 것은 한사의 기입니다.
이 기로 인하여 족의 기능이 불완전해지고, 경부가 냉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을 통하는 혈맥이 냉하여 엉기고 흐름이 삽체됩니다. 그것이 점점 상행하여 위장에까지 도달합니다.
한이 위장으로 들어가면 위장에 양기가 적어져서 그 때문에 배가 팽만해집니다.
그 결과 장 밖에 있는 진액이 압박되어 모여서 순환하지 못하므로 그 상태가 며칠 지나면 쌓여서 적으로 됩니다. 폭음 폭식하여 한꺼번에 과식하거나, 생활의 불섭생이 계속되거나, 노동이 지나쳐서 체력을 소모하거나 하면 낙맥이 손상됩니다.
만약 양의 낙맥이 터지면 혈이 밖으로 나옵니다.
이것이 비혈(鼻血)입니다.
반대로 음의 낙맥이 터지면 혈이 안으로 넘칩니다.
이것이 혈변(血便)입니다.
그러나 위장의 낙이 터졌을 때는 혈이 장 밖으로 넘치지만, 거기에 냉한 진액이 있으면 이와 섞여서 응집되어 흩어지지 못합니다.
이렇게 되어 적으로 되는 것입니다.
갑자기 외부로부터 한에 쐬었을 때 만약 희노 등의 정신 격동이 내부에 있으면 기가 역상합니다.
기가 역상하면 12경맥의 운행이 저해되어 양기가 돌지 않게 되므로 혈이 엉겨서 내부에 쌓여 흩어지지 않게 됩니다.
거기에 진액이 스며들어 모여서 흩어지지 않으므로 적으로 되는 것입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병이 외부의 양에서 생기는 상태는 잘 알았소.
이번에는 음이 내부의 5장에서 생기는 상태를 설명해주오.
기백이 아뢰었다.
우사를 하면 심장을 손상합니다.
육체가 냉한데다가 차가운 것을 과음하면 폐장을 손상합니다. 분노하면 간장을 손상합니다. 취하여 이성을 찾아서 너무 열중하여 땀을 흘렸을 때 바람을 쐬면 비장을 손상합니다. 노동의 과로나, 방사로 인하여 땀을 흘렸을 때 그대로 수욕을 하면 신장을 손상합니다.
이로써 내의 장 외 상하 합쳐서 세가지 부분에 병이 생기는 상황을 말씀 드렸습니다.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잘 알았소. 그러면 그 치료법은 어떠하오?
기백이 아뢰었다.
아픈 것을 살펴서 음양 표리의 어느 부분에 혈기의 유여나 부족이나 한열이 있는지를 알아서 보해야할 것은 보하고, 사해야할 것은 사하여 춘하추동의 4시의 자법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면 이를 치병의 극치라 하여 지치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