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줄기차게 내리던 장맛비는 멈출 기미가 없어 보였다, 아이가 오는 시간이 가까워지니 마음이 분주 해 졌다.
늘 덜렁거리는 둘째가, 아침에 우산을 현관에 두고 잠시 멎은 비에 이때다 싶게 달렸던게다. 하교 시간에, 비를 맞겠다 싶어, 여벌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 학교 근처, 공중전화 박스 안, 비에 흠벅 젖은 강아지 한 마리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게 눈에 들어 왔다.
“에구 어쩌다 저리도 젖었을까” 생각하며 그냥 지나쳐, 아이 교실 앞에서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려니, 우산 챙겨 오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는지 학부모들이 많았다.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아이에게 우산을 건네 주고, 같이 오는 길에 공중전화 박스를 보니, 강아지가 그냥 그대로 떨고 있는게 아닌가~ 집을 잃은 걸까?
“엄마 우리가 데리구 가요”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보물을 찿은 듯, 좋아 했다.
“안돼 주인이 있을 거야” 아이를 잡아 끌며, 집으로 오는 길이 개운치 않았다.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2층 자기방으로 올라 간 녀석이, 둥당거리며 내려 오더니,“엄마 나 강아지 있는지 보고 올께요”하며 현관을 밀치고 나가, 말릴새도 없이 대문을 부서져라 닫았다.ㅣ
계절은 장마가 시작 된 6월 말쯤, 오후 5시면 아직도 한낮인데, 잔뜩 흐린 날씨에 비가 주춤거리는 저녁 시간이 어스름하다.
아이가 나간지 30~40분쯤 후, 초인종 소리에 나가 보니,아들이 강아지를 안고 의기양양하게 들어 선다. “뭐야 너 어쩌려고”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엄마~ 주인이 없으니까 지금까지 그대로 있는 거죠”~ 어이가 없었다.
아들은 안고 온 강아지를 목욕 시킨다고 이것 저것 주문하더니, 제 방에서 키울거라고 책상 밑에 상자를 넣어 제 옷도 깔아 주었다. 나는 털 달린 동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좋아 하지 않는데, 식물은 좋아 한다.
동물은 집 밖에서 키우는 것으로 알았지, 실내에서 키운다니 기절 할 노릇이었다.
아들과의 협상이 늦도록 해결 되지 않아,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남편 또한 동물을 무척 좋아 한다. 아이가 원하니 들어 주자고 해서 마지 못 해 막지는 못 했지만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남편이 조건을 달았다. 방청소를 안 하는 아들에게,
앞으로 방청소는 스스로 할 것,
강아지를 돌보는 모든 것은 아들이 스스로 할 것,
엄마 손이 필요하게 되면 강아지는 그 날로 밖에서 지내게 할 것을 약속 했다.
몇일동안 열심히 하던 아들은, 방꼴이 엉망이 되자 결국 내 손을 필요로 하여 일주일만에, 현관 밖에 강아지집을 마련 하게 되었다.
순하고 새까만 눈이 구슬 같아서 내가 구슬이라고 부르자고 했더니 모두 찬성을 했다.
3~4개월 밖에 안된 어린 것이 어찌나 의젓한지, 구슬이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언제 반대했었나 싶게 구슬이에게 사랑을 주게 되었다.
제법 모습이 훤해진 구슬이는 몇일을 끙끙거리더니, 제 집인 줄 아는지 잘 쉬고 나와 탐스런 꼬리를 흔들며 가족이 되어 갔다.
황금색의 긴 털과 품위 있는 모습이,제법 족보가 있겠다 싶었는데, '잉글리쉬 코카스'라나~
내가 차려 입고,구두를 신고, 백을 들고 나가면, 자기집 앞에서 꼬리만 살랑거리고, 슬리퍼에 지갑을 들고 나가면, 먼저 대문을 나서는 영리함이 있었다.
가족들이 드라이브 나갈 때면,구슬이는 제일 먼저 차에 올라 타 있곤 했다.
가족 캠핑에 데려 가도 이름만 부르면 쏜살 같이 달려와 다리에 매달리는 구슬이는 우리집 마스코트였다.
그렇게 우리는 구슬이 때문에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구슬이 집이 텅 비어 있었다.
낮에 야채 트럭이 왔을 때, 따라 나왔던게 생각 났다.
야채를 고르느라 구슬이 생각을 못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
곰곰이 생각 해 봐도 그 뒤가 생각 나지 않았다. 꼭 따라 들어오곤 했는데...
다른 차에 올라 탄 건 아닐까?
식구들은 저녁 먹을 생각도 못 하고, 구슬이를 찿아 나섰다.
목이 쉬도록 외치고 불러 보아도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날이 어두어져도 구슬이는 끝내 돌아 오지 않았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간 걸까?
빗방울이 후두둑~ 우리 식구의 눈물과 뒤 섞인 듯한 빗 줄기가 밤새 퍼 부었다.
6년을 함께 했던 구슬이를 잃고 나서 그때 알았다. 사랑은 주는 만큼 아프다는 것을...
처음 구슬이를 만난 때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으니,지금부터 37년 전 일이다.
한달 전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그 때의 기억과 오버랩 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제는 마음을 추스리고,구슬이 이야기를 써 본다.
2023년 6월23일
첫댓글 벌써 한 달이 넘었네요~
제가 그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나 있겠습니까...
사랑의 기억은 또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만나게 되네요.
늘 고마워요~
시간이 가야겠지만 아깝다는 생각에 쓸모 없는 나를 데려 가시지 하는 원망이 생기네요ㅠㅠ
멍멍이와의 이별은 키워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만큼 정이 든 애견의 사랑은 그렇게 되고 말았네요.
하나
사랑하는 분과의 영원한 이별은 그 심정 아무도 헤아릴 수 없음을 생각합니다.
어느 말로도 위로 드리기에도 ... 그러하네요.
잘 견뎌내셨고, 현실을 잘 이끌어 가시는 은유님
늘 축복과 함께 하시기를 바람 합니다.
고마워요~
잘 이겨 내고 있어요.
황기자가 부러워요~
활동적이라서
아픔을 승화 시키시는 모습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천국의 소망이 있기에 감사드릴수 있는것이겠지요?
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이 있어 용기를 냄니다.
함께 살아 가는 모든 이들이
힘을 주니 열심히 살아갑니다.고마워요~~
마음시린 아픈사랑~~
우리 인생길 종착역은
또다른 영원한 안식처~
시간이 지나야
어서 마음 잘 추스리시구요♡
잘 추스리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힘든 시기일텐데 글을 올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마음추스리고 힘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