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 113.3m 비고:106m 둘레:3,493m 면적:835.758㎡ 형태:원추형 난이도:☆☆☆ 하나로 여기지만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 두 화산체이며 봉수대가 있었던 명소...
서우봉은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서모봉이라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서모봉은 서(西)쪽에 있는 뫼(山)란 뜻이며 서산(西山)과 일치하는 유래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북쪽에도 봉우리가 있으며 이곳에 봉수대가 설치된 것과 관련하여 망오름이라고 불렀었다. 여기에는 풍수지리설 중 서우망월형(犀牛望月形)이라는 내용을 관련시켰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이후 두 오름을 합쳐서 서우봉(犀牛峰)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두 오름이 합쳐진 모습이 물에서 기어 나오는 물소의 형상과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다만 서모봉의 뜻을 헤아리면서 섬의 중심인 제주목(시)을 기준으로 할 때 동쪽에 위치했는데도 서모(西)봉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이웃 마을(東)인 북촌의 옛 지명 중 뒷개라는 내용이 있는 것을 참고할 때 방위와 관련한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해변의 아름다움으로 잘 알려진 함덕해수욕장은 현재 서우봉해변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 역시 주변 오름과 관련해서 정해진 것이다.
바다와 산 방향 즉 남과 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등성을 두고 두 개로 나눠진 모습이지만 그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만하다. 전반적인 오름의 특징이나 식생을 비롯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하나로 구분을 해도 될 정도이며 생성 시기도 같아 보인다.
어쨌든 오름으로서의 존재나 화산체의 구분 정도를 하나로 묶어 명칭이 정해진 만큼 지금의 서우봉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산세가 부드럽고 청정의 바다를 품은 채 인자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여러 고초를 겪은 오름이다.
진도에서 거제도를 거쳐 피신해온 삼별초군과 김방경 장군과의 대격전지였으며 1500년대에는 서산봉수가 세워져 봉수의 교신처가 되었다. 1700년대에는 나라에 바치는 공마(貢馬)를 배에 싣기 위해 이 오름을 목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일제시대에 들어서는 북쪽 해안 근처의 비탈과 벼랑 곳곳을 파내어 최후의 항전지로 이용하는 진지 동굴을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많은 수난을 겪고 애환을 짊어진 오름이지만 지금의 서우봉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지난 세월을 기꺼이 묻어두려 한다.
해안과 인접한 오름인 만큼 표고가 113.3m이고 비고(高) 역시 비슷한 106m로서 원추형 화산체로 구분하고 있다. 언덕으로 이어지는 곳은 밭으로 개간이 되었고 기슭을 따라 잘 구성이 된 산책로가 있다.
지난 2002년에 들어서 이 마을 함덕초등학교 총동창회에서 산책로 정비를 한 이후 지금까지 잘 관리가 되고 있다. 당시 낫과 호미를 이용하여 수작업으로 구성한 모습은 훼손의 정도를 줄이면서 편리함을 안겨주기에 땀과 정성이 묻어난다. 바다를 출발하여 언덕과 오름으로 이어지는 서우봉해변 산책길이 더해지면서 이제 서우봉은 녹색 해변으로 변모해 있다.
오름과 돌담길 그리고 푸른 바다와 백사장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딱히 계절을 정할 필요는 없지만 특히나 봄날의 서우봉 언덕은 풍경 놀이 장소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청보리가 춤을 추고 유채꽃이 노래하는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청정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절로 흥겨움이 넘쳐 날 거다.
-서우봉 탐방기-
초입을 비롯하여 진입로는 여러 방향이 될 수 있으나 서우봉 이전에 해변의 아름다움을 놓칠 수는 없다. 따라서 해수욕장 동쪽 끝 지점인 카라반 캠핑장 근처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백사장과 넘실거리는 청정 바다를 바라보며 워밍업을 대신할 수가 있고 서우봉의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언덕을 오르기 전에 좌측으로도 길이 나 있는데 근년에 만들어진 해안 산책로이며 데크를 따라 전망대까지 갈 수가 있다. 바다를 품고 오가는 과정에서 해풍이 안겨주는 좁지롱한 향을 맡으며 느리게 진행을 한 후 다시 언덕을 오르는 것도 좋다.
이후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자를 중심으로 양 방향으로 나눠지면서 오름이나 산책로는 직진이고 좌측은 별도의 진행 방향이다. 제주 해안누리길 중 함덕 북촌 마을길 코스가 이어지며 이곳을 경유할 때 일제시대에 파 놓은 동굴 진지도 만날 수가 있다. 한동안 출입이 봉쇄되었다가 근년에 개통이 되었으며 북쪽 해안을 중심으로 전망이 좋은 편이다.
서우봉해변은 제주올레 19코스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해변을 거쳐 서우봉 언덕을 지나는 동안은 그 절정을 이룬다. 경사가 있어 더러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어디 올레꾼들에게 경쟁이나 기록이 필요할 리가 있겠는가. 오르는 동안 힘이 부치지 않더라도 애써 뒤로 돌아서면 풍경이 쏟아지고 올라오면서 쏟은 에너지의 몇 배를 안겨준다.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지만 바다와 하늘은 둘이 될 수 없고 늘 하나이기에 그 바탕이 된다. 청보리가 춤을 추고 유채꽃이 노래하는 봄은 더 흥겨울 수밖에 없는데 구태여 서우봉의 사계 중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역시나 봄이 어울릴 것 같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가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두 오름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을 선택해도 된다. 직진은 제주올레길과 함께 망오름으로 이어지는 루트이고 우측은 서모봉의 허리를 따라 진행을 하게 된다.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우측의 서모봉을 거치는 과정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데 전반적인 코스의 형태와 번호까지 쓰인 안내판이 곳곳에 있어 초행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모봉의 허리를 따라 이동을 하는 동안에는 그윽한 숲과 더불어 열린 공간이 있어 전망 놀이를 할 수가 있다. 큰 경사가 없이 이어지지만 자꾸만 발길이 멈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다가 부르고 하늘이 손짓을 하는데 기꺼이 부름에 응할 뿐 그냥 서둘러 필요가 없다.
서모봉의 허리를 지나 어깨선을 향하게 되면서는 한라산과 오름 군락의 실루엣을 이뤄내는 풍경을 만나게 되는 지점이다. 기슭을 개간하여 밭으로 만든 곳에는 청보리가 곱게도 자라고 있어 이내 반전을 시켜줬다. 아직은 마르지 않은 연초록색인지라 그 풋풋하고 싱그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위로 올라가면서는 깊은 숲을 이룬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매트도 없지만 차라리 이 모습에 운치는 덧셈이 되었다. 솔잎이 주연이 되고 일부 낙엽들이 조연을 맡아 구성한 바닥 층은 레드 카펫 보다 더 좋지 않겠는가. 어쩌다 만나는 돌무더기들조차 분위기 전환과 환경의 변화에 한몫을 하기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빙 둘러 이어지는 산책형 둘레길 외에 정상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왔는데 어차피 한 번에 전부를 만날 수는 없지만 어디까지나 정상을 향한 진행을 선택하게 됨은 당연했다. 서모봉 정상에 도착을 했다. 천리(이장)를 해 간 묘지 자리가 있고 주변에 배롱나무 몇 그루가 있는데 일찍이 묘역과 관련해서 심었던 모양이다.
정상임을 알리는 표식과 안내문이 있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 몇 개가 있다.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숲으로 우거져 있어 이렇다 할 전망은 없는 편이었다. 그래도 아쉬움을 달래려고 담장 위에 올라서서 동쪽을 바라보니 북촌 마을과 다려도 정도가 보였다. 가시거리가 안 좋은 편이지만 다시 반대편 바위에 올라 뒤꿈치를 들으니 함덕 마을과 해변의 일부가 보였다.
사거리 갈림길은 서모봉과 망오름의 경계 역시 이 지점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얼핏 보기에는 비슷하게 이어져서 하나의 화산체로 가늠할 수 있지만 별개로 나누고 있다. 특별히 시간의 제약 등이 없는 한은 이곳에서 망오름으로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망오름에 도착하여 전망 놀이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편이다.
봉수대가 있었던 곳인 만큼 전망도 좋아야 하겠지만 환경이 변하고 주변의 숲을 이룬 까닭에 대부분은 가려져 있었다. 이 화산체가 원추형으로 구분을 하지만 망오름 정상부분은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고 곳곳에 묘지들이 있다. 한쪽으로 열림 공간이 있어 바라보니 다려도가 보이지만 바다는 끝내 청정의 비단옷을 입지 않았다.
지금의 북쪽 봉우리는 조선 시대에 축조한 봉수가 있었고 동쪽의 입산봉수와 서쪽의 원당봉수와 교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터조차도 찾을 수가 없을 만큼 변화가 이뤄져 있다. 숲이 울창하지도 않은데도 이렇다 할 전망의 가치가 없는 것을 보면 더 높게 축조를 했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제주의 곳곳에 복원형의 봉수대가 있는 것처럼 이곳에도 재축을 한다면 찾는 이들에게 역사적 가치 외에 전망의 기회를 줄 텐데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막을 따라 조금 이동을 하니 낙조전망대가 나왔다. 노을이 아름다운 모습을 전망하는 쉼터인데 가파른 기슭 위에 서쪽으로 트인 공간이 있어 지는 해를 바라보는 명소로 정한 모양이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결코 눈높이를 더하지는 못했기에 부러워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곳이다. 오름도. 산책로도. 해안 풍경도....... 그야말로 1막 3장의 힐링지로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기에 서우봉은 오름과 숲길 외에 해안길을 포함하는 여정으로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