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목회를 하다보니 유학을 와서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성도들이 꽤 많았다.
외국인으로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H-1B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일단 고용주가 있어야 하고 추첨제이기 때문에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이 시기가 되면 학생들은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H-1B를 통과한다고 해도 그다음은 영주권 지원을 받아야 미국에 남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영주권을 받고 시민권을 받은 분들을 제외하면 이민 목회의 기도 제목 중에 비자 문제가 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실 우리가 어디에 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사느냐이다.
생명도, 태어난 곳도, 부모도, 형제도 우리는 선택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주어진 것이요, 그것 역시 하나님의 섭리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태어난 이후에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을 따라 살 것인가, 말 것인가는 단지 우리가 어디서 사느냐보다 더 중요한 주제이다.
2014년 초 한 자매가 새가족으로 등록하였다.
그리고 신실하게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면서 어린이부를 세우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런데 그 해 가을부터 비자 문제와 직장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그 선생님은 40일 작정기도를 시작했다. 만일 신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랜 유학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하나님께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하실 수도 있고, 미국에 남게 하실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정하지 말고 어느 쪽이든지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자고 권면하였다.
그렇게 함께 기도하던 중 10월의 어느 화요일 요한계시록 3장 7-13절 말씀을 본문으로 읽었는데, 그것은 빌라델비아교회에 대한 메시지였다. 그 날 말씀을 묵상하는데 ‘다윗의 열쇠’라는 문구가 나오더니, 그다음 구절이 마음에 다가왔다.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
- 계 3:8
사실 여기서의 ‘열린 문’은 다윗의 집 입구의 문을 의미한다.
결국 하나님의 전이요 새로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또한 신약 곳곳에서 열린 문은 보통 기회를 상징한다.
결국 주님께서 하나님의 임재로 들어가는 문, 기회의 문을 여셨고, 누구도 그 문을 닫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 말씀을 곰곰이 묵상하며 지난 1년간 하나님께서 이 교회에 부어주신 은혜가 생각났다. ‘하나님께서 회복의 문을 열어주셨고, 구원의 문을 열어주셨고, 선교의 문을 열어주시는구나.’
이렇게 말씀을 묵상하다가 문득 그 선생님의 기도 제목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 말씀이 그 선생님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믿음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그 선생님이 미국에 남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여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이 말씀으로 중보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님, 아시지요? 그 선생님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 보셨지요?
그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기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매주 봉사하고 있는지도 다 아시지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음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닫힌 비자의 문을 활짝 열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빌라델비아교회에 대한 본문으로 말씀을 나눈 그 날, 새벽기도를 드리고 나가는 그 선생님을 위해 이 말씀을 붙잡고 교회 로비에서 안수기도를 해주었다. 그 날은 바로 회사에서 비자 관련 인터뷰를 보는 날이었고, 결과가 금요일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결국 금요일이 되었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금요일 밤이 되어도 회사측 답변은 없었다. 토요일이 되어 리더 모임을 하는데 그녀의 고백은 마음이 평안하다고 했다. 감사했다. 그리고 리더 모임에서 헤어진 지 1시간이 지났을 때 그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목사님! 저 회사에서 비자 지원해준대요!”
감격의 전화였다.
비자 문제 해결의 기쁨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지난 한 달 이상의 기도 끝에 맺혀진 결과였다. 하나님은 그 자매의 상황을 아시고 말씀을 통해 기회의 문을 열어주셨다.
그 후 그 선생님은 교회에서 신실한 형제를 만났다.
주일학교를 섬기는 모습에 형제의 마음이 끌려 결국 결혼하게 된 것이다. 내가 그 교회에 부임하고 나서 첫 번째로 주례한 커플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비자도, 만남도, 결혼도, 신실하신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
- 섭리하심, 김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