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멕시코 선교일지(1) (3/27-29/2004)
< 종교 2022.04.28 13:51 >
3월 27일 L.A에 조카딸 결혼식이 있어 며칠 일찍 내려가 여행사를 통해 1박 2일로 멕시코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하였다. 그런데 내려와 보니 여행사에서는 모두 목요일에 떠나는 2박 3일의 코스만 있지 1박 2일 코스는 없다고 한다. 토요일 늦게 오면 결혼식에 참석할 수가 없으니 갈 수가 없다.
결혼 32년 만에 처음으로 떼를 써서 둘만의 여행계획을 세웠는데 할 수 없이 멕시코 티화나에 있는 선교사인 제자 목사님께 연락을 하고 오빠 차를 빌려 타고 티화나 국경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이번 계획은 선교지를 돌아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선교지에 가지고 갈 선교비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멕시코를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예전에 교회 청년들을 데리고 선교로 왔었기 때문에 두 번째이고 목사님은 처음의 여행이었다.
국경선 근처 맥도널드 앞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국경선을 지나 맥도널드가 보이는 데도 갈 수 없었고 길을 따라 운전을 하니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만났는데 처음 오는 사람들이 많이 그렇게 한다고 한다. 점심때가 한참 지나 배가 고팠는데 티화나에서 제일 좋은 뷔페라고 하며 대접을 해서 멕시코 음식을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를 하고 멕시코에 세워진, 지금도 계속 공사하고 있는 성결신학대학에 갔다. 여러 개의 강의실과 남녀 기숙사가 있었고 큰 예배당을 짓고 있었다. 과테말라에서 선교사로 헌신하던 스페니쉬를 잘하는 조성출 목사님이 이곳 학장으로 오셨고 장차진 목사님은 이곳 30여 개 멕시코 현지인 교회들을 돌보는 선교사 대표라고 한다.
내일 저녁 6시에 30여 명의 신학생들이 오는데 세 명의 멕시코 교수와 목사가 돌아가며 강의를 한다고 한다. 귀한 교수님이 오셨으니 그들은 취소하고 나 목사님이 강의를 해달라고 한다. 역시나 이번 여행도 이렇게 선교여행을 하도록 되어 있었나보다.
두 곳의 교회 건축하는 곳을 가보고 세 가정의 목사님들(멕시코인) 집을 방문했는데 참으로 비참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국경 하나 사이로 미국과 멕시코는 천국과 지옥같이 달랐고, 멕시코는 더럽고 가난하고 비참한 모습이었다.
멕시코 전 지역에서 티화나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자꾸 몰려오고 있어서 사방에 똑같은 연립주택 형식의 집들을 한국의 아파트처럼 많이 짓고 있다. 조금 좋은 동네는 길이 포장이 되어 있고 웬만한 곳은 다 비포장도로인데 비가 오면 길이 다 패여 엉망이라 학교에 갈 수가 없어서 휴교를 한다고 한다.
골목마다 많은 아이들과 무수한 사람들의 초라한 모습들이 넘치고 있었다. 도둑을 경계하느라고 육중한 철문에 좁은 연립주택에서 큰 개를 기르고 있고 차도 핸들을 잠금 자물쇠로 채웠다. 교회 벽에다 온통 낙서를 해놓았는데 멕시코 사람들이 그렇게도 낙서를 좋아하는지 건물마다 깨끗한 건물이 드물 지경이다.
집집마다 미국에서 버린 차들을 가지고 있는데 번호판도 미국 것으로 그냥 타고 다닌다고 한다. 길이 나쁘고 버스가 제대로 없고 차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하며 참으로 굴러다닐 것 같지 않은 차가 구석구석에 박혀있었다.
저녁은 장 목사님 댁에서 전에 예쁜 어린 여학생이던 사모님이 정성껏 만든 식사를 했다. 이곳에는 없는 귀한 한식으로 김치와 된장찌개, 생선을 맛있게 먹었다. 이 한식은 미국의 한국마켓에 가서 사와야 한다고 한다.
목사님 집은 작은 방이 세 개인데 하나는 한국에서 선교 온 대학생이 쓰고 있고 하나는 아들과 딸이 이층침대를 놓고 자는데 우리에게 자기네 침대를 쓰고 자기네는 아이들 방에서 자겠다고 한다. 극구 사양하고 모텔로 나왔는데 새로 지은 모텔로 하루에 30불이라고 한다. 밖의 경치는 볼 것이 하나도 없고 사방이 꽉 막힌 창고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차도 각방 1층 차고에 넣고 차고를 통해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방은 제법 큰 침대에 시트가 깨끗했다. 그러나 샤워시설이 엉망이라 물이 바닥에 흥건히 고였다. 하루 종일 피곤했는데 이렇게 편히 쉴 수가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아침 식사 후 어제 심방 했던 멕시코인 베드로 목사 일가족(사모, 아들, 딸)을 만나 두 대의 차로 로사리또(바닷가 휴양지)에 있는 깐따마르의 선교센터에 갔다. 그 선교센터는 미국의 한국교회에서 이곳 바닷가에 수양관으로 잘 지었고 침대와 좋은 시설들이 다 되어있었는데 그동안에 관리자가 없어서 도둑이 다 훔쳐가고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장 목사님이 현지인 목사를 관리자 겸 목회자로 그 교회에서 오신 목사님과 장로님들에게 선을 보이는 것이다. 이야기가 잘 오고 가고 베드로 목사에게 기도하라고 하니 울면서 뜨겁게 기도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감정이 풍부해서 은혜를 잘 받는데 믿음직스럽지는 못한 편이라고 한다. 목사는 가난하다고 목사가 되려고 하지 않는데 이렇게 목회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귀하다고 한다.
그 건물은 수양관으로 관리만 잘하고 그 근방 다른 곳에 교회를 개척해 주겠다고 하신다. 그 목사님이 바닷가에 가서 식사를 하자고 해서 세 대의 차가 바닷가에 갔는데 식당들은 즐비한데 손님들은 별로 없었고 깨끗하지도 않았다. 생선을 불에 구워 먹어야 하는데 불들이 모두 약하여 먹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마침 배가 들어와서 장 목사님이 생선을 사고 살아있는 게 4마리를 10불에 샀는데 우리들의 머리통보다도 더 컸다. 그렇게 징그럽고 큰 게는 처음 본다.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고 우리는 예전에 왔었던 선교지의 이건만 목사님을 찾아가 뵙기로 하여 그분들과 헤어져 바닷가 아름다운 식당 깔라피아(Calafia)에 왔다. 점심 특별메뉴로 가제를 먹었다.
바닷가 호텔 안의 아름다운 고급 레스토랑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경치가 너무나 좋았다. 모두 미국 관광객들이고 비자카드도 받아서 자기가 내겠다고 고집하는 것을 우리가 선교사님을 대접했다. 호텔은 45불이라고 써있다. 엔세나다에 계신 이 목사님을 방문하면 저녁의 신학교 강의에 늦을지도 모르겠다고 해서 전화로 인사만 하고 식당을 나와 바닷가를 달려 하얀 궁전인 오아시스 호텔에 갔다.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서 차를 마시러 간다고 하고 들어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