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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독일유럽연구센터에서는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과 독일통일 30주년을 맞이하여 세 차례에 걸쳐 국내 및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19년 ‘동독혁명과 베를린장벽 붕괴’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으며, 같은 해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공동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독일통일, 이룬 것과 잃은 것’이라는 주제로 ‘열린토론회’를 개최했다. 2020년에는 ‘독일통일 30주년과 한반도’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독일유럽연구센터에서는 국제심포지엄과 열린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독일통일의 의미와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문제점, 독일통일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 등을 14장에 걸쳐 분석했다. 독일통일, 이룬 것과 잃은 것 통일 25주년 기념식에서는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극복하고 완전한 통일에 이르렀다고 선언했지만,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침묵과 소외의 장벽이 문제로 떠올랐다. 1부에서는 1990년 통일과 함께 기존의 장벽은 무너졌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통일독일 곳곳에 보이지 않은 장벽이 새로이 세워졌다는 의미에 대해 논의한다. 1장에서는 독일통일 30년이 되었지만, ‘서독과의 동화 없는 경제 회복’이 ‘정치적 좌절감’과 상응해 포퓰리즘이 자라나는 현상에 주목한다. (볼프강 엥글러). 2장에서는 독일통일 후 30년 동안 동·서독 간에 어떠한 변화와 차이가 생겼는지를 살펴보고, 그러한 차이가 독일통일을 바라보는 역사적 관점을 어떻게 형성하고 변화시켰는지를 알아본다(베티나 에프너). 3장에서는 여러 지표를 중심으로 통일 30년을 맞은 시점에 불거진 ‘머릿속의 장벽’ 논쟁의 전개 과정과 주요 쟁점을 살펴봄으로써, 아직까지도 ‘정신적 통합’을 이루지 못했음을 강조한다(안성찬). 4장에서는 동독 주민의 시각으로 독일통일을 평가하면서 동·서독 주민들이 차별과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탐색한다(이동기). 2부 ‘정치·경제적 통합의 상처’에서는 동독지역의 정치·경제적 지형이 어떻게 변모해 갔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5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독일 정치 지형의 변화를 정당체제를 중심으로 추적한다(김면회). 6장에서는 독일의 통일 과정을 독일 정당, 독일 연방정부의 통일 정책 및 주변국 정책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독일의 사례가 왜 한반도 통일의 모델이 되기에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본다(조성복). 7장에서는 동독의 사회주의 경제가 사회적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소유권 ‘개혁’에 대해 살펴보고, 이 개혁이 초래한 통일 비용을 분석한다(김호균). 8장에서는 신연방주의 재건과 동·서독의 경제적 균형을 이루기 위해 독일 정부가 지난 30여 년간 전개한 경제정책적 전략의 변화상을 추적한다(김호균). 9장에서는 「연차보고서」, 통독 ‘30년위원회’의 종합보고서, “Datenreport”, 할레경제연구소(IWH) 등 주요 경제연구소의 발간 자료 및 각종 통계를 폭넓게 활용해 동·서독 지역 간의 경제통합을 다각도로 분석한다(김영찬). 10장에서는 동독지역이 국가사회주의에서 시장자본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을 동유럽 국가의 사례와 비교해 설명한다(신광영). 3부에서는 체제 격변기를 거치면서 동독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개인의 경험과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살펴본다. 11장에서는 동독 출판사에 근무했던 독일 저널리스트의 글을 통해 통일 이후 동독지역의 출판사가 어떤 방식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는지 알아본다(마이케 네도). 12장에서는 동독 출신의 유명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Jenny Erpenbeck)의 소설 『늙은 아이 이야기(Geschichte vom alten Kind)』를 통해 급변하는 동독지역의 시대상과 그로 인한 동독인의 당혹감을 성찰한다(류신). 13장에서는 예니 에르펜베크의 또 다른 소설 『재앙(Heimsuchung)』을 분석해 동독인들의 비극과 트라우마가 문학적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어떤 내적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지 살펴본다(배기정). 14장에서는 토마스 슈투버 감독의 영화 <통로들에서>를 통해 독일통일이 개인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는지 탐구한다(백민아). |
책 속으로
독일통일은 가장 먼저 정치적 통합이 이루어졌고, 이후 20~30년에 걸쳐 경제적 통합이 추진되었으며, 끝으로 사회적 차원의 통합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머릿속의 장벽’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독일 사회는 사회·문화적 차원의 통합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통일은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인에게 하나의 중요한 모델이 되어왔다. 그러나 독일이 통일된 지 이미 30년이 넘었지만, 독일통일과 관련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독일 내에서도 통일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이런 점들은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주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미래 설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_「머리말」, 11쪽
이 우파운동의 대변자, 지지자, 참여자는 동독 중산층과 시민사회의 취약점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그들의 강점에 대해 잘 알게 될수록 더욱 자신 있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세력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사람들이 동독에서 더 많이 이탈할수록, 이들이 동독의 선거구와 지자체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무게는 더 커진다. 이는 더 나아가 우파의 득세를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탈출’하도록 종용하는 마지막 계기가 되며, 그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_1장 「독일통일 30년과 남아 있는 문제들」, 27쪽
동독지역의 체제 수용성이 낮고 동독 주민 사이에서 ‘2등 계급’이라는 감정이 확산했다는 것은 새로이 발견된 사실이 아니며, 이에 대한 논의도 이미 10년 전에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굳어져 확장됐다는 점이 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관찰된 불만족감과 박탈감에 새로운 불을 지핀 것은 무엇보다 독일대안당의 부상이었다._2장 「결속보다 분열?」, 36쪽
독일통일을 추동한 내적 동력은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민주정치와 가장 부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서독과의 통합을 통해 정치적·경제적 체제전환을 단기간에 이루어내고 그 혜택을 즉시 누릴 수 있으리라는 동독 주민들의 환상에 있었다. 그러나 동독 주민들이 환상에서 깨어나 환멸을 경험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독 체제를 단기간에 동독지역에 이식한 체제전환 방식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아 동독 주민들의 삶을 한순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_3장 「사라지지 않은 ‘머릿속의 장벽’」, 36쪽
동·서독 통합을 어렵게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은 동독 출신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다. 경제적·구조적 불평등 못지않게 사회·문화적 지위와 위신의 차별과 불평등은 통합의 걸림돌이 되었다. 먼저 통일독일의 지도적 지위에 동독 출신 인물들은 현격히 부족했다. …… 독일 대기업 500개 중 서독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 478개에 달하고, 나머지 22개만 동독지역에 있다. 또 현재 독일 최고법원인 연방헌법재판소는 재판관이 16명인데, 56%에 달하는 여성 중 동독 출신은 한 명뿐이다. 동독 출신 여성 이네스 헤르텔(Ines Härtel)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된 것도 2020년 7월이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_4장 「동독인의 관점에서 본 독일통일」, 73쪽
2019년 9월에 치른 주 의회 선거에서 좌파당의 득표율이 눈에 띄게 추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2017년 연방하원 선거에서 좌파당이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얻은 지지율 17.2%보다도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이전 선거에 비해 8% 정도 낮은 득표율을 보인 좌파당과 달리 새로 등장한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무려 23.5%를 득표해 2위를 차지했다.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변화하는 구동독지역 정치 지형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_5장 「구동독지역 정치 지형의 변화」, 98~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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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독일통일 | 조성복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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