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과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간에 '인터뷰 논쟁'이 벌어졌다. 오래간 만에 보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까지만 해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자신의 말을 잘못 인용(혹은 왜곡)한 외신 보도를 가끔 반박하기도 했으나, 전쟁 이후에는 거의 사라졌다. 서로 하고 싶은 말(혹은 기사)만 쏟아내다 보니, "(당연히) 그러려니" 한 것이다.
양측이 부딪친 대목도 전쟁이 아니라 러시아 차기 대선이다. 미 NYT는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을 인용,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정확하게는 2024년 3월 17일)에서 90% 이상의 득표율로 재선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페스코프 대변인이 우리의 대통령 선거는 엄밀히 말해 민주주의가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드는 관료제"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임기 6년 재선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썼다.
'푸틴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 발언을 전한 뉴욕타임스. 제목은 푸틴의 끝없는 전쟁이다/캡처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의 6·24 군사반란 이후 푸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흔들린다고 보도해온 외신 입장에서는 페스코프 대변인이 보여준 '푸틴 대통령의 재선' 자신감이 눈길을 확 잡아 끌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은 "페스코프 대변인이 NYT 기자에게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정확히 민주주의가 아니며, 푸틴 대통령이 확실히 재선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NYT 기자를 만났고, 던징 질문 중 하나가 대선에 관한 것"이라고 확인하면서도, 기자가 (자신의 말을) 완전히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사진출처:vk
그가 주장하는 답변은 이렇다.
"대통령 주변의 사회 통합 수준은 전례가 없을 정도이며, 지금 그가 지명되면 큰 이점으로 재선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 대선에 대해서도 그는 "푸틴 대통령 스스로가 지적했듯이, 선거는 민주주의"이라면서 "비용은 많이 들지만, 푸틴 대통령이 엄청난 차이로 재선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이 지난 6월 8일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면, 즉각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다.
반면, 우크라이나 언론은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 중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목에 더 집중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모스크바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확보하기를 원하느냐는 NYT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우리 헌법에 우리 것으로 기록된 모든 영토를 통제할 수 있기를 원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또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정을 맺을 근거가 없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점령및 합병 지역. 위로부터 루간스크, 도네츠크, 자포로제, 헤르손주다/캡처
스트라나.ua는 페스코프 대변인의 답변을 "우크라이나의 점령지(DPR·도네츠크주와 LPR·루간스크주, 헤르손및 자포로제주의 점령지역)와 모스크바가 자신의 영토라고 부르는 땅(크림반도)을 모두 통제하기를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DPR과 LPR, 헤르손 및 자포로제 점령지역은 지난해 9월 국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연방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그러나 서방진영 등은 국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즉각 선언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오는 9월 지방선거에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내년 3월 대선에서 투표는 점령 지역에서도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