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한우시장 기상도는 ‘맑음’이다. 2017년 추석보다 출하물량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값이 더 좋아서다. 추석(24일)을 앞두고 11일 찾은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전 9시, 전날 도축해 등급판정을 받은 소 도체로 가득 찬 예냉실에 중도매인과 매매참가인 70여명이 들어섰다. 경매 전에 미리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 중도매인은 “오늘 경매에 나온 물량이 많은 만큼 미리 구매할 만한 소 도체의 번호를 많이 적어놔야 한다”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경매가 시작되자 소 한마리가 낙찰되는 데 8초를 넘기지 않았다. 통유리창 안쪽에서 우 도체와 좌 도체를 차례로 빙글 돌려주는 새 경매는 끝나버렸다. 중도매인들은 소 도체와 현황판에 집중하며 쉴 새 없이 응찰값을 타닥타닥 입력했다. 1원 차이로 낙찰자가 갈리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가 뜨거워졌다.
경매는 오전 10시20분에서 오후 1시20분까지 진행됐는데 최고값이 경신될 때마다 중도매인들은 감탄사와 함께 탄식을 터뜨렸다. 문영학 중도매인조합장은 “추석에 한우값이 비싼 것은 당연하지만 올해는 특히 비싸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건수 농협안심축산 매참인도 “100마리가량 사려고 했는데 가격이 워낙 비싸 90마리만 낙찰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날 거세우 지육 1㎏ 평균값은 2만8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추석 13일 전) 평균값 1만8645원보다 8%가량 높다. 게다가 이날 경매마릿수는 811마리에 달했다. 음성공판장의 일일 도축 가능 물량이 850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이용도축(경매 없이 도축만 하는 것) 물량을 제외하고 최대치가 나온 것이다.
홍수출하를 염려하던 농민들은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지육 1㎏당 2만5186원으로 최고 경락값을 받은 류재성씨(66·충북 옥천)는 “출하물량이 많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값이 좋게 나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욱 음성공판장 경매실장은 “지난주부터 물량과 경락값 모두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역대급 대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올 추석 대목이 예년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날씨 영향으로 과일 작황이 좋지 않고 값도 많이 오른 데다 22~29일 경매가 없어 명절 직전까지도 재고 확보차 구매에 나서는 업체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성환 음성공판장 경매사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보통 명절 10일 전에 선물세트 준비를 마무리하는데, 올해는 명절이 임박할 때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