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전세계적으로 이런 저런 파문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이미 각오를 한 나라도 있고 이제부터 준비하느라 분주해진 나라도 존재합니다. 아마도 유럽은 트럼프가 될 확률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았거나 해리스와 비등한 상황에 놓고 국제외교적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무역전쟁관계에 놓인 중국은 그래도 해리스보다는 트럼프가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이래저래 때리고 터질 사이라면 수를 읽기 편한 상대를 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까요. 일본은 대단히 주도면밀한 성격의 나라입니다. 특히 미국에 대한 정책에서는 세계에서 추종을 불허합니다. 일본은 이미 미국과 태평양 전쟁이라는 엄청난 전쟁을 한 나라입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미국과 전면전을 치른 나라는 없습니다. 물론 영국은 아주 옛날 그러니까 1700년대 독립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초기 미국과 전쟁을 한 것 외에 다른 어느 나라도 미국과 전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전쟁을 하면서 결국 원자폭탄을 두방이나 얻어 맞는 비참한 최후를 경험합니다. 어쩌면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의 피해를 감안한다면 미국은 두방의 원폭에 만족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일요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진주만 미군 기지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고 기나긴 시간동안 태평양을 두고 살벌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원폭 투하와 일본 왕의 항복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그리고 맥아더 장군이 일본 통치에 들어갔지만 일본의 전범들의 죄값을 없는 것으로 하는 대신 미국에 대한 충성을 약속받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80년동안 그런 미일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입장에서는 맥아더를 비롯한 당시 미국 수뇌부들의 일본에 대한 태도가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친일파들의 청산이 없었던 것도 바로 당시 미국 정권의 수뇌부들의 결정에 대단한 영향을 받은 것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미국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분개했고 반미정서가 많이 형성된 것도 역사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미국이 왜 그런 판단과 정책을 수립했을까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이번에 미국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후보도 역시 그런 미국의 오랜 정서에 물들어 있지 않을까 판단이 됩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결정적인 순간 미일가운데 어느쪽 편을 들까요. 어느 나라의 손을 올려줄까요.
먼저 세계지도를 펼쳐 봅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일본은 마주 보고 있습니다. 중간에 놓인 방해물이 없습니다. 아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팻트병을 던지면 상당기간후 일본해안에 도달하는 형국입니다. 미국입장에서는 일본이 태평양을 사이에두고 가장 확실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80년전 한때 전쟁을 벌이는 관계였지만 그런 관계를 지우고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미일관계가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 미국입니다. 물론 1980년대 초 일본은 수도인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지만 미국의 결단으로 그런 자만심과 건방짐이 사라지고 지금은 그냥 미국의 충실한 충견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어떤가요. 세계 지도상의 한반도 그리고 한국은 그야말로 잘 보이지도 않는 그런 영토입니다. 위로 러시아 당시 소련이 팽창정책으로 남하하고 중국이 공산화되는 시점에 일본은 소련과 중국을 막아내는 아주 중요한 요충지역임으로 미국은 판단한 것입니다. 그냥 동북아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반도는 있어도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임이 분명했습니다. 특히 미국입장에서는 말입니다. 그래서 당시 미국은 일본의 대역죄를 사하여 주고 미국의 조력자로 제역할을 다하도록 토닥거려 준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한국이 80년전과 달리 국력도 강해지고 경제력도 높아졌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면에서는 일본에 상당히 뒤진다고 미국은 스스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번째는 사람이나 국가나 자신과 한번 엄청난 전쟁 그리고 대결을 벌인 상대를 잊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80년전 미국과 일본간의 태평양전쟁을 지금 트럼프는 잊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인의 핏속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맞짱을 뜬 나라 일본을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당시 중공업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무기생산력은 대단했습니다. 신흥 강국 미국에게 뒤지지 않는 무기 생산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해군의 강성함은 미국이 당시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일본을 능가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저력을 미국은 은근히 두려워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을 제외하고는 두렵게 볼 품목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세번째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서입니다. 일본인들의 미국사랑은 지극합니다.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통치할 때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주일 미군 사령부에는 하루에도 수천 수만통의 러브레터가 답지했다고 합니다. 주로 맥아더 장군을 칭송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키크고 잘 생긴 백인을 엄청 우러러봅니다. 체구가 작고 상대적으로 골격학상 뒤진 일본인으로서는 키크고 잘생긴 미국의 대표적인 사나이 맥아더에게 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 정서가 아직도 일본인의 핏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이라면 그냥 죽습니다. 사족을 못쓰는 모습입니다. 이에 반해 한국인들은 어떻습니까.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미국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반미정서를 가진 한국인들도 많습니다. 1950년 애치슨 라인 변경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고 보는 한국인들도 상당합니다. 맥아더의 일본 용서가 결과적으로 일제청산을 못한 주된 이유라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그러니 지금 미국에 대한 시각에 선호도도 많지만 반대로 반미 정서도 상당하다는 것을 미국 정부도 이미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결정적인 순간 한일가운데 어느 나라를 택할 것인가 답이 나옵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인사들 공히 그렇습니다. 미국의 민주당 정권때 상대적으로 친일적인 정책이 많았다는 것을 이런 이유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제 미국은 앞으로 4년동안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당선자의 의중대로 동북아 정책이 펼쳐질 것입니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상당히 구별하는 것도 미국의 입장입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그렇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역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예전 1950년 애치슨 라인 변경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난 것과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한국전쟁에 미국이 어느정도 책임이 있었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은 확고합니다.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의미를 한국이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단지 북한에 대비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중국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방위적 측면인가를 한국이 답하는 것입니다. 자국의 방위는 자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이 트럼프당선자입니다. 그래서 러우전쟁에 우크라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한국도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면에서 우수하니 자체적으로 자국을 방어하되 핵위협에는 어느정도 대처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생각입니다. 굳이 주한 미군이 절실하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생각은 한국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납니다. 역시 일본은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의 도발을 막을 최후의 보루라는 입장과 같은 생각에서 입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당선자는 러시아 푸틴과 북한의 김정은을 자신의 편으로 귀속시키고 중국의 시진핑도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 경우 한국이 나서서 난리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인물입니다. 그러면 주한미군의 역할도 없어지는데 굳이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 것입니다. 분담금을 대폭 올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던지 아니면 주한 미군을 철수시켜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막는 방위군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여러가지를 놓고 볼 때 미국이 일본보다 한국을 선택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미래도 그렇습니다.
일본과 관계속에 또 하나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과의 한판 승부 말입니다. 전쟁을 상정하고 항상 언급되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여러번 전쟁을 겪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입니다. 침몰하는 위기속에서도 이순신장군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있어 한국은 일본에게 결코 패하지 않았습니다. 1910년 일제 식민지화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때문이지 전쟁의 결과는 아닙니다. 1590년대 이후 430년동안은 일본과 전면전을 벌일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시간 과연 한국과 일본이 주변국들의 훈수없이 자체적으로 전쟁을 수행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한 번정도는 생각해 봐야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양국 다 원폭이 없으니 재래식 무기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데 미국과 중국 러시아 북한이 방관하는 조건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말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실제가 아닌 시뮬레이션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11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