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자극적이죠?
퓨쳐스를 믿지 말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강팀이 되려면 당연히 2군이 튼튼해야 되고
특히 주전들의 나이가 많은 우리는 서산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데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퓨쳐스를 믿지 않습니다.
무조건 지금 1군선수들만 믿어야 된다, 뭐 그런 뜻은 당연히 아니고요
<지금 당장 우리 퓨쳐스에서 다른팀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막 쏟아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퓨쳐스에서 좋은 선수 계속 올라와야죠.
앞으로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또 기대합니다.
하지만 저는,
서산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른팀 퓨쳐스 선수들보다 (지금 당장) 상대적으로 더 뛰어날 확률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 표를 한번 보시죠.
1983년 : OB베어스 2군 연습장 완공
1990년 : 삼성라이온즈 2군 연습장 완공
1990년 : LG트윈스 구리 2군 연습장 완공
2005년 : 두산베어스 2군 연습장 리모델링
2007년 : 롯데자이언츠 2군 연습장 완공
2012년 : KIA타이거즈 2군 연습장 함평 이전 및 확장
2012년 : 삼성라이온즈 2군 해외 전지훈련 시작
2012년 : 한화이글스 2군 연습장 완공
2013년 : 삼성라이온즈 / 넥센히어로즈 / SK와이번스 / KIA타이거즈 2군 해외 전지훈련 시작
2014년 : 두산베어스 2군연습장 2차 리모델링
2014년 : LG트윈스 2군연습장 이천으로 확장 개장
2014년 : 삼성라이온즈 BB아크 개장
2015년 : 롯데자이언츠 2군 연습장 리모델링
2015년 : KIA타이거즈 2군 연습장 확장 리모델링
2016년 : KIA타이거즈 2군 재활센터 완공
2016년 : 롯데자이언츠 2군 연습장 확장 리모델링
우리가 서산에 드디어 2군 전용 훈련장 생겼다고 좋아할 때
LG는 이미 챔피언스파크에 잠실구장과 똑같은 천연잔디 깔고 실내연습장 내야에는 도쿄돔 제품 깔아놓고 연습했습니다.
최근 서산구장 시설을 더 확장하고 업그레이드 한다는 기사가 나와서 팬들이 만세를 불렀는데
다른팀들은 이미 (우리가 서산 처음 지을때부터) 가지고 있던 연습장을 확장하고 리모델링 했죠
두산은 FA에 돈 안 쓰기로 유명해 예전부터 사람들이 '빈산(빈곤한 두산)' 이라고 놀렸는데요
다른팀 2군 선수들이 남해나 제주에서 훈련할 때 어린 2군 선수들 30~35명씩 매년 일본으로 교육리그 보냈습니다
롯데도 퓨쳐스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자매구단 지바롯데로 연수 보냈고
LG도 오래전부터 유망주들 미국이나 일본으로 꾸준히 보냈죠
요즘은 한화도 어린 선수들 겨울에 외국 많이 보내는데
다른 팀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그걸 하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저 표를 보세요
우리가 서산 지었다고 좋아하면서 "좋았어, 우리도 이제 유망주 키우자!" 라는 장밋빛 꿈을 꿀 때
(이미 2군 전용구장 있던) 삼성 넥센 기아 SK는 KBO역사상 처음으로 2군 해외 전훈 도입하고 있었습니다
한화이글스가 2군 육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결실도 조금씩 보고 있는데
나머지 구단들은 우리보다 그 중요성을 더 먼저 깨닫고, 우리보다 더 많은 노력을, 우리보다 훨씬 길게 해왔습니다.
"그건 이제 옛날 얘기잖냐. 언제까지 예전 얘기만 할거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맞아요 맨날 과거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죠.
하지만 앞으로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하는거고
그 노력과 별개로, 이미 벌어져 있는 차이가 굉장히 큰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팩트>입니다.
80년대 투혼 야구, 괴물급 선수 1~2명이 팀을 하드캐리하던 90년대 야구가 2000년 이후로 조금씩 사라졌고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팀의 <두께>를 가지고 싸우는 시대가 왔는데
바로 그 시점에 우리 모그룹은 야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죠.
계약금 2~3천만원 가지고 줄다리기 하다 대어급 신인 대학에 빼앗기고
연고지 선수들이 대놓고 "한화는 가기 싫다"고 하던 시절 말입니다.
뭐,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때가 딱, 구단주가 계속 검찰에 불려 다니며 시끄러웠던 시절이거든요.
저 시절에 벌어졌던 차이가 지금 잘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어떤 부분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2군 구장 처음 짓는데, 다른 구단은 그 해부터 퓨쳐스 해외전훈 가고 3군을 만들었으니까요.
제목으로 돌아가봅시다.
저 자극적인 제목을 좀 바꿔보죠
<퓨쳐스 구장 만들었다고 그것만 너무 많이 믿지는 말자> 정도면 적당하겠네요
젊은 선수 부지런히 키워야 됩니다. 당연한 얘기죠
그런데 지금 2군 구장 하나 더 짓는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고
오랫동안 벌어져 있던 앞쪽 격차에 계속 주목해야 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때 공부 잘하던 애가 있고 중3때까지 공부 못하던 애가 있는데
고등학교 올라와서 공부 못하던 애가 열심히 하면 그 차이가 바로 따라잡힐까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벌어져있는 격차가 있고
공부 못하던 애가 열심히 공부하는 그 시간에
원래 잘하던 애도 계속 공부하고 있거든요.
시설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 참 잘했습니다. 차질없이 잘 해야 되고요
퓨쳐스 최계훈-김성래가 좋은 지도자인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험 있는 베테랑 코치, 열정 있는 젊은 코치들 더 영입해야 됩니다
겨울에 고치 같은 추운 곳으로 전훈 보낼것이 아니라, 따듯한 곳으로 보내 충분히 땀흘리게 해야죠
1군이 야구를 잘하게 되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2군도 똑같습니다
돈을 들이고 시간도 더 들여야죠.
우리가 <엘롯기>라고 싸잡아 놀리는 팀들이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2군 체계적으로 육성했고
화수분이라고 부러워하는 두산은 1983년에 이미 2군 야구장이 있었습니다
2군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 1990년인데 말입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신비할 만큼 두드러지는 넥센은
우리가 2군 연습장 지었다고 좋아할 때 (그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퓨쳐스 선수들을 해외 전훈까지 보냈죠
쫄딱 망한 것 같았는데 어느새 슬금슬금 중위권으로 복귀한 삼성은
2000년대 극초반부터 2군(경산)에 수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고 말입니다.
서산 너무 믿지 말고
서산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합시다
그래야 팬들이 원하는 수준의 선수가 1군으로 올라올테니까 말입니다.
P.S
1군에 쓸 돈 빼서 서산으로 보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1군에는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죠.
너무 돈돈돈 하면 안 된다고요?
지금은 2018년이고, KBO에 참가한 기업들은 대한민국 10대그룹들입니다.
돈을 안 쓰면 그게 쪽팔리고 이상한일이죠.
퓨처스에 각별한 관심과 그 관심만큼 충분한 돈을 쓰기를
그리고 1군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기를 기대합니다.
넥센 케이스를 본받아 우리도 효율성을 따지자는 의견도 일리 있지만
넥센도 따지고 보면 지금은 돈이 없지만
현대 유니콘스의 시스템과 선수들을 물려 받은 상태로 서울팜을 쓰는 팀이며
2군에 그렇게 돈을 안 쓰는 팀도 아니니까요.
첫댓글 결국은 파이의 크기를 늘려야 하는데.늘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지만.
과연 구단주가 파이의 크기에 대해서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글스의 운영은 여느 다른 구단과는 다르게 구단주의 생각과 방향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거든요.이런 점이 일장일단이 있는데.박종훈 단장을 필두로 프런트는
이번에 가을야구에 진출 한다면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구단주에게 어필을 해야 합니다.
이글스의 구단주는 "야구에 관한한"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정과 분위기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퓨처스 실력을 믿고 성적이 좋으면 1군에 올려봐야죠.
2군 실력이 뛰어났던 노수광을 트레이드시 무료로 얹어주는 멍청한 짓은 다시는 없어야죠.
맞는 말씀이지요. 퓨처스 투자는 이제 그나마 비슷한 수준의 조건이 된 것이고 그간 투자 안해 왔던 것이 현실이고, 사실 지역 팜이 좋지 않아 그나마 퓨처스 자원이 다른 팀에 비해 더 좋았을리도 없으니 사실 향후 몇 년간은 퓨처스에서의 갑툭튀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오기는 하겠지만 그 비율이 다른 팀에서 괜찮은 1군 선수 나오는 비율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퓨처스에서 누구 안 올라 오나 하고 너무 기대해서 될일은 아니라는 취지 말씀 같네요. 그 정도는 다른 팀들이 더 기대할 수 있는게 자연스럽고, 우리는 그 기대 수치를 아무래도 더 낮춰 둬야겠지요
두산이 화수분 야구를 하는 이유가 바로 나타납니다..
엘지는 저렇게 준비를 하는데 기본기가 왜그럴까요? 참 그팀도 아이러닉합니다 그렇게 선수층이 두터운것 같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