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홍천강 걷기 1구간을 다녀왔다.
홍천강 걷기는 떠나기 전에 구제역때문에 걱정을 하며 떠났었는데 주로 강과
산길을 걷는 코스여서 결과는 No problem ! 이었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로 8시 정각에 출발, 홍천 터미널 도착은 한 시간
남짓걸린 9시 10분이었다. 볼일들을 본 다음 09:30분에 터미널을 출발했다.
날씨는 쌀쌀해서 두꺼운 양말을 신었는데도 발도 시리고 장갑낀 손이 시렸다.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둘렀는데도 뺨이 시리고 안경에 입김이 서려서 앞이
부옇게 보였다.


홍천 터미널에서 조금 걸으면 바로 제방 길이다. 길은 눈이 쌓여 미끄러웠다.

눈내린 겨울 강을 보니 어렸을적 고향생각이 났다.

참가 인원 24명이 삼삼오오 모여 걸으니 날씨는 추워도 즐겁기만했다.

꽁꽁 언 강물위로 눈이 쌓인 길을 걸으니 정말 좋았다.

때로는 폭이 좁은 냇물을 건너기도 했다.
남자 회원들이 큰 돌들을 날라다가 징검다리를 놓아줬는데 돌이 얼어서 미끄러워
스틱을 짚고 건너기도 하고 남자회원들이 부축을 해서 건너기도 했다.
냇물을 건너니 이번엔 길이 제대로 없어서 마른 갈대숲을 헤치고 도로로 올라가서
걷다가 다시 다리 아래로 내려 갔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려니 발바닥은 눈이 붙어서
경사진 길을 내려가려니 미끄러워서 겁이 났다.

사진속의 아저씨가 아가씨의 부축을 받고 내려와서 모두들 웃었다.

나도 겁이나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춤주춤 내려갔다.
(그런데 어떻게 찍으면 저렇게 사진이 길게 나오는 걸까? 동행분이 찍었는데 참
신기하다.내 표정도 가관이고..)

사람하나 볼 수 없는 강가엔 발자국 하나 없는 눈이 쌓여 있었다.
인생이란 구절양장 길을 굽이굽이 돌아 이제 서러운 나이에 이르렀다.
이제 꿈도 함부로 꿀 수 없는 나이가 됐다.
다 자란 자식들로 위안 받기엔 마음이 허허롭다.
지금까지 저지른 죄업은 저문 강에 흘려 보내리..

경치는 아름다웠지만 울퉁불퉁 돌들이 쌓인 강변을 걸으려니 미끄럽고 걷기가
아주 나빴다. 손이 시려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다.
점심은 길가에서 먹었는데 걷는 동안에 땀이나서 더웠다.
눈위에서 점심을 먹었지만 춥진 않았다. 게다가 찬 도시락을 먹으면 안 좋을 것
같아서 대형 보온병에다가 뜨거운 밥을 담아 갔더니 밥이 따끈따끈해서 먹을만
했다. 큰 보온병에 밥을 넉넉히 담고 쇠고기 장졸임, 김, 삭힌 고추와 깻잎, 단무지
등을 갖고 갔다. 거기다가 따로 작은 보온병에 끓는물과 커피와 사과도 가져갔다.
서울까지 가는 전철에서 읽으려고 책까지 가져 갔다. 아이젠과 접이 의자까지..
그렇게 짊어지고 가서 젊은이들에게 나눠 줬더니 너무들 좋아했다.
늙은이가 젊은이들과 어울리려면 베품이 첫째다.

십년이 넘게 함께 걸어 온 길벗들이다. 숱한 길을 함께 걸었다.

길가에 있는 팬션.. 홍천강가엔 아름다운 팬션들이 많다.
여름철엔 피서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길 위에서 내려다 본 홍천강이 아름답다.
눈 내린 산하는 온통 무채색이다.

▲천년바위
▼천년바위 전설
홍천북방면 도사곡리에는 천냥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옛날 이 마을의 한 머슴이 마을에사는 친구에게 천냥의 돈을 빌려 쓰고 갚지 못했다.
자신의 형편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도 갚을 수 없게되자 하루는 그 친구를 이 바위로
불러내어 친구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내 이제 자네에게 진 빚을 도저히 갚을 길이 없어 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고 말겠네."
그러자 그 친구는 바위에서 떨어지려는 친구를 만류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아, 아무리 빚을 갚지 못한다기로서니 내가 자네의 목숨을 원하겠나?"
하면서 빚은 나중에 돈을 벌면 갚도록하고 제발 귀한 목숨을 버리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그 후로 두 친구는 사이가 더욱 두터워졌다고 한다.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을 갚든다>는 속담이 여기서 생겼다고 한다.
어쩐지 좀 엉성한 전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얼음 기둥을 만들었다.

우리는 도사곡리 방향으로 걸었다.
우리 인생길에도 이정표가 있다면 실패가 없을까?
실패는 없어도 삶의 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사곡리를 지나는데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타는 꼬마들을 보았다.

아, 나무 썰매를 정말 오래간만에 보게되니 너무 반가웠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만들어 주셨던 썰매 생각이 났다.
동생때문에 내 차지가 잘 오지도 않았지만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썰매는 얼마나 좋았는지...
낯익은 풍경에 울컥 뜨겁게 차 오르는 눈물, 그리운 아버지...
사진속의 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으시다.

사람하나 차 한대도 볼 수 없는 눈길을 온종일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걸었다.

강을 벗어나 임도로 들어섰는데 이 길은 참 길고도 길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한도 끝도 없어 보였다.

해질녘에 바라보는 산그리메는 아름답고도 슬프다.

굽이길을 돌아서면 이번엔 왼쪽길로 또 이어진다.
마치 뱀이 꿈틀거리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었다.
봄이면 이 길에 진달래가 피련만 지금은 꽃대신 눈꽃이 피었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가슴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떠 오른다.

이번 도보 여행엔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 갔는데 손이 시려서 목에 걸고 걸었다.
너무 추워서 잠바도 두 개를 겹쳐 입었다.
난생 처음으로 내복을 입고 갔는데 고갯길 을 걸을때 더워서 너무 혼났다.
나중엔 안경도 벗고 모자고 벗어 들고 걸었다.
역시 오래 걸을때는 겨울에도 옷을 얇게 입어야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번엔 미련을 떨었다.

단체 사진이다.
저 속에 70이 넘은 할머니가 끼어서 걸을 수 있었으니 감사하다.
목적지인 하오안리까지 걷고 나니 저녁 5시 40분이었다.
24Km를 8시간 동안이나 걸었으니 시속 3Km로 걸은거다.
길을 잘못들어서 헤매기도 했고 길이 미끄러워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이다.
아이젠 준비는 해 갔지만 아이젠을 오래 신고 걸으면 관절에 좋지 않다기에
미끄러운길을 그냥 걸었다.
신발 바닥이 다 닳은 낡은 신발을 신고 갔더니 세번이나 미끄러져서 넘어졌다.
그래도 크게 다친데 없으니 너무 감사하다.
하오안리는 서울에서 속초를 가려면 지나는 곳인데 돼지고기 화로 숯불
구이로 유명한 곳이다. 이 곳에서 택시를 불러서 나눠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다면 걸어도 될만한 거리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바로 터미널 뒤에 유명한
도가니탕집이 있어서 모두 그집에서 도가니탕들을 먹었는데 푸짐하고
맛도 괜찮았다.
저녁을 먹은 후, 7시 30분차로 출발했다.
홍천에서 바로 인천행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시간 계산을 해보니
(동서울에서 홍천까지는 70분 걸리고 요금은 6200원이다.
홍천에서 인천까지는 1시간 40분이 걸리고 12300원이다.)
동서울까지 가서 전철로 가는게 빠를 것 같아서 나도 서울 경유를
해서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20분이었다. 온종일 추위속에 8시간이나
걸었더니 몸이 무척 피곤했다. 처음에 신청받을때 초보자는 신청을
하지 말라고 하더니 정말로 빡센 도보 여행이었다.
삶에 부대끼다 가슴이 메말라서 추억도 그리움도 희미해 졌다면
한 번쯤 눈 속을 천천히 걸어 볼 일이다.
첫댓글 '해질녘에 바라보는 산그리메는 아름답고도 슬프다.'
..저 힘든 길을 씩씩하게 걷기는 하셨다만, 전편엔 애잔함이 흐른다.
그럴 것이다.
씩씩하게 걸었는데 애잔함을 느끼셨다는 들풍님의 말씀에 코허리가 시큰해 집니다.
그날 제가 가졌던 마음을 제대로 짚어 보신 들풍님...편작이 따로 없구마!
새해에 또 해내셨군요~~~그런곳은 어찌 알수가있는지요~~~
28킬로 5시간 넘게.... 멋진 겨울 트레킹이 였겠습니다 안나님~얼굴이 많이 좋아 지셨는것 같아요~?
언젠가는 동해안을 한 번 그렇게 걸어보고 싶으네요.. 안나님처럼.
언제나 씩씩하신 안나님~~~~~홧팅~~~~~늘 건강하십시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본 받고 싶은 마음..^^*
길벗들과의 사진이 가장 맘에 듭니다..
뽀드득, 뽀드득....새하연 눈길을 걸으시면서 스멀스멀 가슴으로 저며드는 기억들을 되새기기도 하시며 젊은이들과 한껏 걸으셨네요. 겨울 낭만입니다. 멋진 안나님^^ 무늬만 할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