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복은 옆길로도 찾아왔다
며칠 전 꿈이 좀 이상했다.
천사를 본 듯도 하고, 내가 무슨 농담을 하다 깬 듯도 했다.
꿈이라는 게 원래 앞뒤가 잘 맞지 않지만, 그날은 유난히 기분이 묘했다.
눈을 뜨고도 한참 웃음이 남아 있었다.
사람이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별일도 아닌데 공연히 마음이 들뜨고,
딱히 믿는 것도 아니면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날.
그래서 나도 재미 삼아 로또를 한 장 샀다.
큰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천사까지 봤는데 한 장쯤은 예의 아니냐”
그런 심정이었다.
사놓고도 확인은 하지 않았다.
젊을 때는 숫자 하나에도 가슴이 뛰었지만,
이제는 기대도 천천히 오고 실망도 천천히 간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마는 것,
그 정도 여유는 생긴 나이다.
그런데 뜻밖의 전화가 왔다.
평소 뜸하던 아들이었다.
반가움보다 먼저
“무슨 일 있나?”
그 생각이 앞섰다.
자식 전화는 늘 반갑지만,
뜸하던 자식 전화는 먼저 가슴을 조심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아들이 대뜸 말했다.
“아버지, 제가 용돈 30만 원 보냈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로또가 3등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 아버지께 용돈을 보냈다고 했다.
나는 한참 웃었다.
천사를 본 건 나인데,
로또는 아들이 맞고,
용돈은 내 통장에 들어왔다.
세상일이란 참 반듯하게만 흘러가지도 않는다.
내가 산 복권은 아직 확인도 못 했는데,
당첨 소식은 아들 쪽에서 먼저 날아왔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꼭 정면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구나.
젊을 때는 뭐든 정면으로 와야 한다고 믿었다.
땀을 흘리면 그 자리에서 답이 나와야 하고,
기다리면 기다린 문으로 소식이 와야 하고,
복도 내 손을 보고 찾아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어떤 위로는 뜻밖의 사람 입에서 왔고,
어떤 기쁨은 엉뚱한 날 문을 두드렸고,
어떤 복은 내 이름으로 오지 않고 자식 손을 빌려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 늘 그랬다.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들이
담장을 돌아 뒷문으로 들어와
조용히 나를 살려놓곤 했다.
나는 꽝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옆길로 슬쩍 웃음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안다.
오늘 내 손에 바로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복도 성미가 있어서
성급히 찾으면 숨고,
방심하고 있을 때 툭 나타나는 모양이다.
그날 나는 로또 한 장을 샀고,
세상은 그 대답으로 아들의 전화를 보내주었다.
종이 한 장 값보다 더 반가운 것은
오랜만에 들려온
“아버지”
그 한마디였다.
세상이 꼭 정면으로만 오는 건 아니었다.
돌아서 오면 어떤가.
자식의 목소리를 빌려 오고,
뜻밖의 전화 한 통으로 와도
끝내 내 마음에 닿기만 하면
그 또한 복이었다.
첫댓글 그건 어쩌면 어버이날의 선물이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축하해요
복없는 사람은 곰을 잡아도 쓸개가 없다고 하던데요..ㅎ
생각해 보니
어버이날 선물이 조금 늦게 돌아온 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곰을 잡아도 쓸개가 없다는 말씀에
읽으며 웃음이 났습니다. 하하.
복이라는 것도
너무 찾으려 하면 숨고,
방심할 때 슬쩍 오는 모양입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습니다.
복이라는게 앞으로만 오지 않지요.
슬쩍 옆으로 와서 기쁨을 주고 갑니다.
그래서,
인생은 1+1= 2라는 것과는
다를 때도 있습니다.
복이라는 것이
기다리면 오지 않는 것 같아요.
복을 의식치 않고 생활 중에서
갑자기 나타나거든요.
남모르게 덕을 쌓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탁구시인님의 글은,
조용하고 생각하는 글이네요.
복을 많이 짓는가 싶습니다.
복이 꼭 정면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에
저도 조용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기다린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계산한다고 잡히는 것도 아니라서
더 사람 마음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말씀처럼
살다 보면 뜻밖의 순간에
슬쩍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
어쩌면 진짜 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뜻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들의. 복권. 당첨을 축하합니다
축하의 마음 고맙습니다.
아들 덕분에
뜻밖의 웃음이 찾아온 하루였습니다.
ㅎㅎㅎ
말미에 아들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인생의 행복이 봄빛처럼 따사롭습니다.
일년에 한번 올뚱말뚱한 아들의 전화...
아무래도 연말까지는 기다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제 왔다 어제 귀가한 다 큰 아들이 왠지 또 보고싶군요.
말씀처럼
자식 목소리 하나가
봄빛처럼 마음을 데워 주는 날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 큰 아들이 와도
돌아가고 나면 또 생각나는 것이
부모 마음인가 봅니다.
연말까지 기다려 보신다는 말씀에
읽으며 웃음이 났습니다. 하하.
오늘은 아드님 다녀간 자리의 온기가
오래 남는 저녁이 되시길 바랍니다.
참 훌륭한 아들을 두었습니다. 어버이날에 복을 따따불로 받았군요.. 축하드리고 글이 늘 재밌어서 탁구님 글에 눈이 갑니다.
과한 칭찬에 괜히 마음이 쑥스럽습니다. 하하.
복이라는 것도
꼭 큰돈이나 대단한 일보다,
오랜만에 들려온 자식 목소리 하나에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늘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눈길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