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햇살
최경순
겨울바람에 이끌려
낯선 김포를 찾아 떠나올 때
마음 섧고 어색한 오후였었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떠나온
8년이란 세월 속에
나와 김포는 한몸이 되어가고 있으니
호박꽃도 예쁘고 강아지풀도 귀엽기만 하다
흔들리는 마음은 잎새마다
가을로 넘어가고
이제 이서방과 서러움도 달래 가며
뿌리부터 차오르는 황혼의 햇살도
별처럼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김포문학 38호 2021, 273페이지)
[작가소개]
최경순(필명:글수니) 캘리시안, 김포문인협회 회원. 캘리시집『명랑감성 순이생각』(2017)
[시향]
구라도 겨울바람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추수며 김장, 갖가지 묵나물 준비, 구황작물이나 과일 등을 나름의 비법으로 저장하고 방한용 의복도 준비하기 마련이다 캘리그라퍼인 작가는 아마도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느닷없이 겨울바람에 노출되었던 것 같다 서럽고 어색한 상태로 김포에서 8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 김포와 한몸이 되었다 호박꽃도 예쁘고 강아지풀도 귀엽게 보일 정도로 생의 참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생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궁굴려주는 마력>이 아닐까? 작가는 이서방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함께 ‘서러움도 달래 가며 뿌리부터 차오르는 황혼의 햇살도 별처럼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스스럼없이 이서방을 소환해내는 점으로 보아, 지난날 친정 식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글 : 박정인(시인)
첫댓글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번 시화전에서 뵙고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시가 있는 공간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라는 말이 증명하는 시 였습니다. 이 시는 제가 결혼전에 다녔던 회사의 과장님이 결혼한다고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면서 신월골 이서방에게 시집을 간다니 아쉬운마음이라며 , 이곳에서 못펴신뜻 결혼하여 행복하게 뜻을 펼치라고 하시면서 주신글이 있어 그때는 생각하면서 8년전 김포로 이사오면서 그때의 심정을 적은 글입니다. 시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의 마음을 적은글입니다. 앞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갈 날들을 기대하면서 감사 또 감사하게 살려고 합니다.
그런 아득한 사연이 있으신지까지는 짐작 못하고
작가님의 친정 가족분들이 떠올랐어요 ㅎ ㅎ
그분이 누구신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아직도 간직하고 계신 추억이 있다는게 아름답습니다
어여쁜 이모티 콘이네요 감사합니다 ^^